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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금술사 Feb 07. 2019

솔직한 새해 인사

연금술사 올림

깜깜한 백지 앞에 앉은 건 오래만 입니다.

무심히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커서를 세워두고 한참을 있었습니다.


이십 대 마지막 생일이서도 아니고

브런치 데뷔 3주년이어서도 아니고

나의 첫 업무 공간을 얻은 날이어서도 아닙니다.


그저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들 잘 있었는지.

평온했는지.

아픈덴 없었는지.


저는 잘 못 있었습니다.

불안했습니다.

아팠습니다.


내 탓과 남 탓, 운명 탓을 번갈아 하며

괴로워했습니다.


근데

누구 탓도 아니더군요.

저마다 개성 있는 사람들 간의 관계,

그 속에서 펼쳐지는 첨예한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시냇가에 물이 졸졸 흐르듯.

까치가 나뭇가지에 앉아 머리를 털듯.

처마 끝 물줄기가 얼어붙듯.


나는 원래 이렇고

너는 원래 그러며

우리는 원래 이렇게 되는 겁니다.


저와 당신은 앞으로도

괴로운 일, 슬픈 일

즐거운 일, 웃긴 일을

순서 없이 겪을 것입니다.


얄궂은 의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새해 복을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요즘입니다.


행복한 일만 가득하라고도 합니다.


선량한 덕담에 꼬인 감정으로

찬물을 끼얹으려는 건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사람은

일 년 열 두 달 복만 받고 살 수도

365일 내내 행복할 수 만도 없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우리는 더 깨닫고 맙니다.

그건 환상뿐이라는 걸.


전반적인 만족감은

기쁘고 설레는 일을 매일 발견하고

좌절과 분노를 빠르게 지나 보내야

얻을 수 있습니다.  


행운과 행복만 가득하라는

듣기 좋고 무책임한 말보다,


일상의 사소한 감사함을 찾을 줄 알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감을 높일 수 있도록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오랜만에

솔직한 인사 다시 드립니다.


"새해에는 작은 일에 크게 자주 기뻐하고

큰 일에 길지 않고 작게 힘들어하시길 바랍니다."


한평생이 행복하기만 한 사람 없고

한평생이 불행하기만 한 사람도 없습니다.


인생의 행복 점수는

100점과 0점 사이

매일의 기분들,

순간의 기분들의 평균값이기 때문입니다.


그 평균값이

작년보다 높은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연금술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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