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 내 몸을 꽃잎처럼 띄워 볼래

RUN 런 #3

by 더앨리스

TV에서 예쁜 여성이 우아하게 물 위에 누워 배영을 하고 있다.


물에 얼굴을 수시로 담갔다 빼며 힘겹게 숨을 쉬는 다른 영법과 달리 마치 계곡에 동동 떠서 물의 흐름 따라 곡선운동을 하는 꽃잎 같은 느낌,


아! 이것이야 말로 내가 상상하던 엘레강스하고 골져스 한 영법인 배영이다.


'나는 앞으로 예쁜 리조트 야외 수영장에 가면 아름다운 꽃잎이 되고 싱그런 잎사귀가 되어 파란 하늘의 구름을 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겠지?'


'구름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태양의 빛줄기는 내 볼을 간지럽힐 거야.'


'그럼 난 눈을 찡긋하며 평온의 미소를 띄워야지.' 라는 상상을 하며 배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노동의 포인트가 바뀐, 단지 누워서 하는 자유형일 뿐이었다.


얼굴이 물 위에 있는데도 숨 쉬는 게 힘들고 팔다리는 그 위치를 잡지 못해 허우적거렸으며 가라앉으려는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온몸의 근육이 바쁘게 힘을 주어가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인가?


남들 쉽다는 배영, 심지어 초등학생 우리 딸도 배영이 제일 쉽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는데 이 세상천지에 배영은 나만 힘든가 보다.


'강사님이 하라는대로 했는데, 왜 이렇게 몸이 뒤로 둥글게 휘어 버리지?'


다리는 무겁고 무릎은 자꾸 튀어나오고 고개를 뒤로 젖히지 않으려 노력하는데 몸은 영 말을 듣지 않는다.


몇 달을 어색한 배영을 이어가던 어느 날이었다.


우리 라인에서 턴을 하고 마주 오던 어떤 회원님이 내가 가는 쪽으로 과하게 넘어와 세게 부딪혔다.


나도 그분도 너무 아파했고 방향을 이탈한 그분이 연신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다.


나는 사과를 받기는 했으나 사실 받는 척만 했다.

마음에 가시지 않은 화가 이글이글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막 갈 수가 있지?


자기 위치를 확인하면서 가야 하는 거 아니야?


이 라인 혼자 쓰나? 옆사람, 뒷사람, 앞사람, 주변 다른 사람들 확인을 하면서 해야 할 것 아니야!


생각 좀 하면서 하든지 말든지 할 것이지!'



그래, 바로 이거였다.

나는 배영을 하면서 이토록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기 위해 한껏 몸을 좁혔고, 방향을 잘 잡기 위해 자꾸 천장을 쳐다보며 내 위치를 찾고 있었으며 옆쪽에서 물이 좀 튀면 옆으로 바짝 붙는 것 같은 느낌에 움찔움찔 멈추기도 했었다.


게다가 옆 라인에서 튀는 물을 먹을 까봐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었다.


나는 모든 게 두려웠다.


배영의 감을 익히기도 전에 이런저런 걱정으로 몸을 사리고 있었고 이런 나의 마음은 곧 몸의 움직임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래서 배영이 그토록 어려웠던 것이다.


사실 내가 살아온 방식도 이러했다.

소심하고 걱정 많고 온갖 잡생각을 가득 담고 살았다.


주변 모든 사람들과 온갖 환경 속에서 눈치는 또 얼마나 보며 살았는지, 복잡해질 대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이내 독한 생각들을 뿜어내었고 나는 그것들을 내 삶으로 내 몸으로 받아내곤 했었다.


만약 내가 나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았더라면, 만약 내가 마음챙김을 몰랐다면, 그래서 명상이든 감상이든 뭐가 되었든 닥치는 대로 시도해보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이 기분을 알 수 있었을까?


모든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산다.

그 누구도 예외는 없다.

생각이 많다는 것이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생각들이 질서를 잃고 붕괴되고 과열되어서 불필요한 생각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생각에 먹혀버린 내 자아는 진짜 나의 모습을 잃고 오로지 생각만하는 껍데기의 나만 남기도 한다.


그래서 가끔은 무수히 쌓인 생각더미에서 잠깐 빠져나와, '생각을 담고 있는 생각'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담고 있는 생각'을 살펴본다고?


이게 무슨 소리인가?

그래, 각각의 생각들의 근원을 살펴보자는 것이다.


다시말해 문제라고 여기며 살아온 무수히 쌓인 생각더미에서 한 발짝 떨어져 마치 멀리서 바라보듯이 살펴보자는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뿌리가 있는 법이다.


대부분은 그 뿌리가 꼭꼭 숨겨져 있다. 그렇다면 그냥 보기만 해서 이 것들을 알 수 있을까?


사실 알 수도 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면 또 누군가 이런 말을 하겠지?

“난 문제를 생각해 보고 열심히 들여다봤는데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고 더 큰 문제들이 보이던데! 뭐가 문제인 거야?”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것이다.

“관조하다.”


관조를 해보는 것이다.

관조의 사전적인 뜻은고요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비추어 봄’이다.


고요한 마음으로 본다는 것은 요동치는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휘몰아치는 감정의 중심에서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저 보는 것이다.


무언가를 감정을 최대한 분리한 채 멍 때리듯이 바라본 적이 있는가?

마치 제삼자가 관찰하듯 보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차분히 침착하게 바라보다 보면 무언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내 눈과 귀를 가렸던 감정덩어리들이 흩어지면서 정말 내가 봐야 할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생각들이 가라앉고 내 삶에 필요한 생각들이 생기를 찾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 보자.


우리는 그걸 생각보다 쉽게 해낼 수 있다.


단지 시도만 해 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