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늘 설레지

START 스타트 #1

by 더앨리스

요즘 사람들은 수영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수린이’라고 부르더라.


‘어린이’라는 단어는 어떤 표현과 만나도 귀여워지는 힘이 있다. 새롭고 낯선 무언가 앞에서 서툴지만 반짝이는 눈빛과 호기심 가득한 설렘은 나이와 상관없이 순수해지는 마법의 단어 ‘수린이’를 탄생시켰나 보다.


나는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되던 어느 날 구청에서 운영하는 수영센터 앱에 들어가 긴장되는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나에게 수영을 해보라고 권유해 준 이들은 내 딸 친구들의 엄마들이다.


10개월 전 무려 19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리고 8개월 전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로 이사를 왔다.


동네 사정이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는 내 앞에 구세주처럼 나타나 이것저것 알려주던 그녀들이 이젠 수영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나를 이끌어 주려 한다.


나는 지금부터 그녀들을 수선배(수영계의 하늘 같은 선배님)라 부르겠다.


수선배들은 나와 또 한 명의 초짜 수린이를 이끌고 백화점에 갔다.


실내수영장이라는 곳은 초등학교 때 몇 번 경험해 본 게 다인 터라 요즘 수영복 트렌드 같은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저 내속살을 최대한 가릴 수 있는 얌전한 것을 구입하자는 목표 하나만 품은 채 매장입구에 들어섰다.


살아오며 전혀 관심 없었던 실내수영복이라는 카테고리에 내 걸음을 한발 내딛는 순간이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마치 해녀복 같은 수영복부터 가슴팍이고 허벅지고 시원하게 드러낸 섹시한 수영복, 무채색의 어두운 수영복부터 알록달록 원색의 화려한 수영복까지 생각보다 다양한 모양 다양한 색상의 실내수영복이 가득 걸려있다.


수많은 종류에 흠칫 놀라고, 일사천리로 나에게 어울릴만한 수영복 몇 벌을 내 얼굴 아래로 연신 갖다 대는 수선배들의 손놀림에 한번 더 놀라던 차에 나는 정신을 차릴 세도 없이 카키색의 로우컷 수영복과 물안경, 수모를 계산대에 내려놓고 무언가에 단단히 홀린 듯 카드를 꺼내어 결제를 했다.


나 말고도 수선배들의 모습을 넋 놓고 지켜보는 이가 또 있었으니 바로 그 매장의 직원 되시겠다.


수선배가 내게 해주는 설명을 경청하며 만족의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이던 직원은 결제를 끝내자마자 내게 수영가방 서비스를 챙겨주면서 수선배들에게도 수영가방을 한 개씩 나누어 주었다.


우리 모두는 손에 형형색색의 수영가방을 하나씩 들고 즐거운 시작을 기대하며 그곳을 나왔다.


나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시간 오전 10시


마치 게임유저가 무장을 하고 챌린지를 시작하듯 왼손엔 목욕바구니와 수영복가방을 들고 오른손엔 회원카드를 무기처럼 꽉 쥔 채 비장하게 수영장 입구를 통과했다.


탈의실에 들어서니 샤워실 쪽에서 불어오는 습기 가득한 따뜻한 공기가 나를 맞이한다. 샤워를 꼼꼼히 하고 수영장 내부로 들어왔다. 시야에 온통 파랑파랑한 공간이 펼쳐진다.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파란 피부를 가진 것처럼 느껴진다. 보이는 모든 것이 파란 세상 나 또한 청량한 파란색에 스며든다.


정각을 알리는 호루라기소리가 시작되고 5분 정도 준비운동을 마치고 나니 다섯 개의 25M 레일 앞에 초급반, 중급반, 상급반, 연수반(마스터반)이라고 쓰인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초급반 수린이 답게 아장아장 조심스레 간판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15명이 넘는 꽤나 많은 인원 앞에서 풍채가 좋은 강사님이 출석을 부른다.

출석확인을 하고, 수영장 이용 시 주의사항을 짧게 듣고 나니 이젠 정말 시작이다.


아.. 떨린다. 아니 설렌다. 설레서 두근거리는 거겠지? 물이 무서워서 떨리는 거 아니겠지?


나는 사실 물이 두.. 두렵다.

어… 잠깐! 나 물공포증 있는데?


수영장 물속에 들어오니 이 중요한 극악무도한 사실이 이제야 떠오른다.


어쩌지? 설렘이 아닌 떨림이었나 봐.


TMI>> 실내수영복이 처음이라면 입어보고 결정하자

같은 사이즈여도 브랜드마다 혹은 재질마다 착용감이 다르기 때문에 꼭 입어보고 내 몸에 맞는 것으로 결정할 것. 특히 생초보라면 너무 편한 걸 사는 경향이 있는데 적당한 핏으로 잘 고르기 바란다.


실내 원피스수영복의 경우 상체와 하체 모양에 따라 명칭이 다르다. 브랜드별로 다르게 불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상체의 경우 백라인 모양과 두께에 따라 구분된다. 갈아입기 쉬운 U자형부터 탄탄하게 잡아주는 크로스형을 비롯하여 라인을 조여주는 정도에 따라 그 두께와 모양이 달라진다. 수영의 고수일수록 타이트하게 묶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하체는 힙라인이 하이컷, 미들컷, 로우컷으로 구분하는데 하이컷은 다리 파임이 골반 위까지 올라오는 것으로 움직임이 자유롭지만 그만큼 노출이 있다.


미들컷은 말 그대로 하이컷과 로우컷의 중간으로 엉덩이 밑라인과 사타구니가 다소 드러나는 살짝 타이트한 느낌의 라인이다. 로우컷은 다리 파임이 적어 엉덩이를 거의 덮어준다. 넉넉한 핏감이 장점이지만 하이컷과 비교해 다리가 짧아 보일 수 있는 디자인이다.

매장에 가서 수영초보라고 하면 주로 로우컷이나 미들컷을 권한다. 등라인의 경우 U자형 디자인이 다른 디자인과 비교해 종류가 많지 않다. 입고 벗기 편하지만 잡아주는 힘이 약한 탓인지 선호연령이 높은 편이다.


수영장에 들어가면 확연히 알 수 있는 게 있다. 나이와 무관하게 예쁘고 화려하고 타이트하면서 힙라인이 훤히 드러난 수영복을 입으신 분들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레일은 연수반이다.


유교걸들은 로우컷도 부담스러울 수 있어 허벅지를 가려주는 3부, 5부 심지어 전신수영복을 입기도 한다. 자신의 체형과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겠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3부의 경우 허벅지에서 옷이 말려 올라와 수영중간중간 매무새를 다듬느라 바쁜 경우도 있고 5부의 경우 입고 벗을 때 불편 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트렁크는 입지 않는다. 단순해 보이는 남성 수영복도 꽤나 많은 종류가 있다. 삼각, 사각, 2부~5부까지 디자인에 따라 기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수영복의 선택과 비슷한 점이 많다. 타이트한 삼각, 사각을 착용한 분들이 많이 계신 레일은 당연히 연수반이다.


이 두 디자인은 움직임이 자유롭고 갈아입기 편하다. 4부, 5부 수영복도 인기가 많다. 노출이나 저항을 고려하여 선택하기도 하지만 본인의 체형에 따라 입어야 하니 꼭 착용해 보고 선택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