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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망 the Amant Jan 01. 2017

[Lyfestyle] 내 커피 따뜻한 입술처럼

잠들지 않는 '검은 액체'에 대해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소비되며 연간 6천억잔 가량 팔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시는 음료

미국적 성공을 동경하는 젊은이들의 연료

비즈니스맨의 상징


고작 조그만 콩을 볶아 우려낸 달지도 않은 씁쓸하기만 한 커피가 가진 또다른 이름이다. 커피라는 하나의 현상을 바라볼 때의 이미지는 카페의 분위기와 맞물려 내면의 욕구를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영원히 잠들 것 같지 않은 시대를 만날 것만 같은.





술과 커피는 인류의 적(?)이다.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술 자제하시고... 커피 줄이시고..."

     커피는 알코올과 함께 의사의 적이다. (아군일수도 있다. 환자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쓰고 맛은 없지만 계속 마시다보면 없을 때 허전한 경지에 이르는 음료'라는 이유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사실 커피는 알코올을 밀어낼 수 있는 다크호스다. (실제로 다크(dark)하기도 하다.)

     경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부분에서 발전이 더디고 생활수준이 열악했던 중세시대를 위로해주었던 것은 알코올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알콜이 불러일으키는 이성의 상실, 본능이 우선하는 사회 분위기, '인간 한계와 나태함'을 타파하고 이성의 부활, 계몽의 시대를 이끈 것이 바로 카페인이었다. 이렇게 커피의 탄생은 근대의 연료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스타벅스 천번째 매장인 청담스타점 (출처 : 연합뉴스)

     "근데 이 맛없고 쓴 걸 누가 미쳤다고 먹어??"

     사실 커피 신화의 탄생에는 하나부터 열까지 상술이 개입되어 있었다. 과거 아라비아에서는 커피를 '잠을 깨게하는 성수'로 사용하며 신성시했다. 첫째로 종교적 이미지가 작용한 것이다. 허나 이 방법은 유럽에서는 그리 통하지 않았다. 이에 커피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없는 욕구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생겼고, <커피하우스>를 통해 이를 의도적으로 생성했다. '본능을 잠재우고 이성을 깨우는 지성인의 음료'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호화로운 커피하우스를 건설, 당대 유망한 지식인들을 모두 커피하우스로 불러들였고, 커피를 마시며 토론, 정보 공유를 하며 근대문화를 조금씩 만들어냈다(금융, 보험 등이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호화로운 커피하우스의 인테리어 덕에 명품화 전략도 통했다고 본다. 커피하우스의 화려한 이미지 덕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교양있고 부유하다는 스테레오타입이 생성되었으며(이는 지금도 약간 작용한다. 일반 여성이 4천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시러 스타벅스에 가는 것을 못마땅해 하는 일부 종자가 바로 이것. 이들은 대부분 '스타벅스'라는 이름에 지레 겁먹은 부류가 대부분이다.) 차차 평범한 시민들의 워너비가 되어갔다. 이렇게 똑똑한 커피상들은 이전까지는 없었던 사용가치를 만들어 쓰고 맛없는 음료에 색다른 욕구를 불어넣었다.


한창 전쟁이야기로 떠들썩한 1870년대 파리의 커피하우스





     그러나 급증하는 수요와 다르게 유럽에선 재배가 불가능한 조건 때문에 비극이 생겨났다. 바로 제국주의와 함께 성행하게된 '식민지 커피 재배'. 사실상 착취에 가까운 수요&공급 구조는 가까운 미래에 흑인 노예의 동원으로 이어졌고, 노예 제도가 사라진 21세기에도 기본적인 착취의 메커니즘은 고스란히 작동하고 있다. 커피를 생산하느라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이를 마시며 각성된 상태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자본가간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홍지철, 매우 향기로운 세상 1205_캔버스에 커피, 유채_76×76cm_2012




     커피는 이제 자본주의의 피로 작동하며 세계 각지의 애호가의 코끝을 깨우고 예술가들의 연료가 되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원인이야 어떻든 현대자본주의는 더이상 자연에 크게 손벌리지 않는다. 인류가 만들어낸 신화와 전략에 의해 내 취향이 변하더라도 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영원히 잠들 것 같지 않은 시대를 만날 것만 같다.




참고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옮김. 뜨인돌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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