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계절, 다시 걷는 스페인-프라도미술관 Museo del Prado
벨라스케스 Diego Velázquez
안달루시안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년 6월 6일 ~ 1660년 8월 6일 )는 1599년 세비야 (Sevilla)에서 출생한다. 세비야는 스페인 남서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도시로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다음으로 큰 도시이다. 24세에 궁정화가가 된 벨라스케스는 평생 펠리페Ⅳ세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스페인 왕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일생을 굴곡 없이 궁정화가로 살았다. 수많은 걸작들 가운데 말년에 그린 ‘시녀들(스페인어: Las Meninas, 1656)이 완성되며 벨라스케스 작품은 절정을 이룬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19세기 초 인상주의, 사실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특히 사실주의에서 인상파로 전환되는데 큰 역할을 하는 프랑스 인상파 화가인 마네 (Édouard Manet, 1832년 1월 23일 ~ 1883년 4월 30일)와 같은 예술가도 그중 하나인 셈이다.
벨라스케스의 그림 중 가장 오랜 시간 보게 되었던, 오늘날 벨라스케스를 있게 한 걸작으로 꼽히는 ‘시녀들’을 보며 느낀 점을 정리하여 소개한다.
시녀들 Las Meninas
벨라스케스의 ‘시녀들’(1656~1657)은 펠리페 4세의 딸인 마르가리타 공주를 중심으로 시녀와 난쟁이 광대들, 궁녀, 호위병, 개, 집사, 벨라스케스 본인, 왕과 왕비 등 인물 11명*에 개 한 마리가 등장하는 그림이다.
*(1) Infanta Margarita Teresa de España (2) doña Isabel de Velasco (3) doña María Agustina Sarmiento de Sotomayor (4) the dwarf German, Maribarbola (Maria Barbola) (5) the dwarf Italian, Nicolas Pertusato (6) doña Marcela de Ulloa (7) unidentified bodyguard (guardadamas) (8) Don José Nieto Velázquez (9) Velázquez (10) King Philip IV reflected in mirror (11) Mariana, queen of King Philip, reflected in mirror
이 작품은 캔버스에 유채로 그린 그림으로 세로 318cm, 가로 276cm이다. 크기도 일반적이지 않은 그림으로 프라도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단연 으뜸이다.
시녀들_마르가리타 왕녀_Infanta_Margarita_ⓒ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1734년에 발생한 화재로 손상을 입은 왼쪽 볼 부분은 이후 다시 채색되었다.)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Infanta_Margarita.jpg
Margarita_Teresa_of_Spain_Mourningdress_펠리페 4세 장례식 당시 상복을 입은 마르가리타 왕녀(1651–73), 후안 델 마조 작_위키백과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rgarita_Teresa_of_Spain_Mourningdress.jpg
그림의 앞면, 가운데 비교적 다른 인물들에 비해 밝은 빛을 받으며, 꽃을 단 화려한 드레스 차림을 한 어린 소녀는 다섯 살짜리 마르가리타(Margarita) 공주다. 이 그림에서 주인공으로 여겨지는 마르가리타 공주가 펠리페 4세 국왕(King Philip IV)과 마리아나 왕비(Mariana, queen of King Philip) 사이의 첫째 아이다. 공주 왼쪽과 오른쪽으로 하녀들, 그리고 가장 오른쪽 두 사람은 왕실의 광대인 난쟁이들이다. 셰퍼드라고 하기엔 귀가 조금 작은 커다란 개도 한 마리 엎드려 있다. 오른쪽 하녀 뒤에 궁녀는 호위병과 뭔가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림의 왼쪽엔 커다란 캔버스 틀이 보이고 그 앞에 서 있는, 붓과 팔레트(palette)를 들고 서 있는 남자는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를 넌지시 쳐다보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벨라스케스 본인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그런데 그림엔 또 다른 인물이 그려진다. 뒤편의 문 가까이 계단에 모로 서있는 또 다른 남자, 아마도 왕실의 집사이지 싶다. 그리고 뒤편 왼쪽 벽에 걸린 거울 속에 비추어진 남녀, 펠리페 4세 왕과 왕비다. 펠리페 4세는 평소에도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을 자주 찾았다고 한다. 아마도 거울에 비친 왕과 왕비는 벨라스케스의 작업을 보기 위하여 찾아온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좀 더 그림을 살펴보니 의문이 남는다. 이 그림, 화제(畫題) ‘시녀들’에서 주인공은 누구일까? 여전히 마르가리타 공주일까? 벨라스케스는 이 그림에서 어떤 장면을 그리고자 한 것일까?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 왕과 왕비를 그리는 것일까? 아니면 공주 마르가리타를 그리기 위하여 이 많은 사람들을 화폭에 담은 것일까? 이 많은 사람들을 가운데 화제처럼 시녀들을 그리기 위함일까? 원제는 ‘가족’*이었다 하니 펠리페 4세 왕과 왕비 그리고 마르가리타 공주를 그린 것일까? 그림을 보면 볼수록 의문이 꼬리를 문다.
* 최초에 붙인 화제(畫題)는 ‘가족’이었으나 프라도미술관이 1843년에 발간한 도록에 ‘시녀들’로 기록되었다고 한다.
그림 앞에서 잠시 더 꼼꼼하게 살펴본다. 아무래도 시녀들을 그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공주의 좌우에 선 시녀들의 시야는 공주를 보고 있다. 이 그림에서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와 시야가 마주치는 인물은 왼쪽의 벨라스케스, 가운데 다섯 살짜리 마르가리타 공주, 그리고 뒤편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 왕과 왕비, 그리고 광대 난쟁이 중 한 사람이다.
몇 가지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
만일, 국왕 부부를 그리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마르가리타 공주가 시녀들과 난쟁이 그리고 개를 데리고 아버지인 펠리페 4세 왕과 왕비를 보러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을 찾은 장면이다. 시종과 호위병, 그리고 궁녀는 왕과 왕비의 시종으로 문 앞과 문 가까이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화폭에 담긴 공주의 시선이 살짝 정면에서 비껴 있는 것으로 보아 공주의 시선 쪽에 왕과 왕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캔버스 앞에 서 있는 화가의 시선이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을 잠깐 보고 다시 그리고 하는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선으로도 보인다.
그리고 또 다른 추정으로 만일, 마르가리타 공주를 주인공 모델로 시녀 등을 담은 모습을 그리고 있는 중이라 가정한다면, 거울에 비친 펠리페 4세 왕과 왕비를 그려 넣어 딸을 그리고 있는 화가의 작업실을 찾은 장면을 담아낸 그림으로 볼 수 있지 싶다. 이 경우 공주의 뒤편에 서있는 화가의 위치가 조금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작업실을 찾은 왕과 왕비에게 예를 차리기 위해서 캔버스 바깥으로 시선을 둔 화가의 모습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 싶다.
또 한 가지 추론으로 만일, 작업실을 찾은 펠리페 4세 왕과 왕비와 마르가리타 공주 일행을 화폭에 담으며 벨라스케스 본인을 그려 넣음으로써 화가 본인이 주인공이 되어 왕과 왕비의 일행을 보고 있는 것이라면...
이렇게 저렇게 주인공 시점을 바꾸어 생각하다 보니 그림 속으로 점점 빠져드는 느낌이다. 벨라스케스가 노렸던 점이 바로 이런 것일까?
벨라스케스의 작업실에서 벌어진 이 광경을 보고 있는 사람은 그림 속의 공주일 수도 왕과 왕비일 수도 그리고 화가 본인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결국 이 그림을 보고 있는 우리일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아무튼 벨라스케스의 이 그림, 언뜻 보면 다섯 살짜리 마르가리타 공주가 주인공인 ‘시녀들’에는 모호한 시점이 담겨있다. 이 모호한 시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무엇인가 끝없이 의문을 갖게 만들고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듯하다.
따라서 이 그림을 보며 느낌을 적은 필자, 이 글을 보는 사람들 또한 자신의 시각으로 이 그림을 보고 느끼는 것이 벨라스케스가 이 그림에 담은 의도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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