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생명의 원천이지만, 그 빛은 너무 강렬해 우리 눈으로는 오래 바라볼 수 없습니다. 태양빛은 가시광선과 자외선을 방출하며, 눈의 망막에 과도한 자극을 주어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의 눈은 강렬한 빛을 방어하기 위해 동공을 수축하거나 눈을 감는 반응을 보이지만, 태양의 힘은 이를 넘어설 만큼 강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태양을 직접 오래 바라보기보다는, 그 빛이 비치는 세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태양의 존재를 느낍니다.
이러한 태양의 속성은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도 닮아있지 않을까요?
종종 우리는 다가오는 큰 변화나 위기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그 흐름에 휩쓸리듯 맞닥뜨립니다. 일상의 안락함에 안주하다가 큰 변화의 조짐을 놓치는 일도 흔하지요. 그러다 문득, 평소 당연히 여겼던 삶의 풍경이 낯설게 다가오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인근 순댓국집을 찾았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저녁 식사 자리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 막내 손주가 “아빠에 아빠에 아빠...”를 물으며 고구려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니, "요즘 세상이 왜 이렇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정말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그저 천진난만한 응석받이로만 알았던 아이가 이렇게 커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어린아이조차도 시대의 무게를 느낀다면 그 문제는 이미 우리 모두의 삶을 흔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놀라움을 감춘 채, 손주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하듯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 짧은 대화 속에서도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숨어 있음을 느꼈습니다.
태양빛은 우리를 비추며 생명을 키워냅니다. 하지만 그 빛이 강렬할수록 우리를 눈부시게 하여 바로 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삶의 변화나 위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커서 직시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지요. 익숙했던 일상이 낯설게 변할 때, 그것이 삶이 우리에게 눈을 감게 만드는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손주와의 대화는 제게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길지 않은 인생이었지만, 그 안에서 만났던 변화와 위기를 다시 떠올리며, 삶이란 밝음과 어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여정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삶은 순간순간 크고 작은 일들과 부딪칩니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와 평소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들이 우리의 삶을 흔들고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했지요. 이런 상황일수록 막연히 피하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전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삶의 밝음과 어둠, 서로 다른 관점과 이해가 충돌할 때, 우리는 종종 그 벽을 넘기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담장도 돌과 진흙이 합해져 쌓을 수 있는 법이니까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의 위기와 변화도 마찬가지로 극복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태양을 직접 바라보는 대신, 그 빛이 비치는 세상을 통해 태양의 존재를 느끼듯이, 우리는 삶의 위기와 변화도 차분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마주해야 합니다. 삶의 밝음과 어둠을 모두 받아들일 때, 우리는 진정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빛과 그림자는 서로 분리되지 않는 존재입니다. 빛이 우리를 눈부시게 할 때, 그림자는 그 빛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또 다른 진리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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