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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떠난 길

by 조영환

길을 가득 메운 낙엽을 밟으며, 나는 한 해가 저물어가는 것을 느낀다. 가을은 언제나 그렇게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난다. 낙엽이 흩어지며 남긴 사각거리는 소리는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 소리만이 고요한 밤을 가득 채우며 두런거린다.


올해도 가을은 그렇게 조용히 저물었고, 나는 그 끝자락에서 지난날들을 되새긴다. 숲을 깨우는 바람소리와 함께 낙엽처럼 떨어진 시간들, 그저 낙엽 밟는 소리를 남겨두고 산을 내려오는 산객처럼 지난 가을에 남겨두고 온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동안의 삶이 가끔은 가을 같기도 하고, 때로는 겨울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 어떤 계절도 결국 지나가고,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곤 했다. 그리고 봄이 오듯, 버석버석한 삶 속의 변화는 언제나 내 곁에 머물기도 하고 떠나가기도 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계절 속에서 삶의 조각들을 붙잡고 또 다른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해가 다가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겨울을 맞이한다. 그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여전히 살아 있다. 겨울은 고요하고 차가운 계절일지라도, 그것은 언젠가 올 따뜻한 봄을 준비하는 시간이기에,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함께 살아온 삶의 조각을 가을의 끝자락에 살포시 내려놓고 겨울로 떠난 길을 찾아본다.


삶의 여정 속에서, 계절은 끝없이 순환하며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 걸까? 어쩌면 가을의 끝자락에서 우리가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지나온 날들의 무게가 아니라, 그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희망일지도 모르겠다.


소스라치게 바스락 거리는 낙엽 밟는 가을이 그리워진다. 그때의 여운이 좀처럼 떠날 생각이 없는 겨울,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히 유효한 가을의 끝자락 아닐까?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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