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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May 31. 2024

카파도키아 파노라마 구경꾼의 언덕

추억을 수집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인샬라의 나라 튀르키예 - 카파도키아 파노라마 구경꾼의 언덕 kapadokya panorama Seyir Tepesi


추억을 수집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


혼자여도 충분히 좋은 여행이다. 자유롭게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관점을 얻을 수 있는 여행이 혼자 떠나는 여행이다. 혼자 하는 여행도 꽤나 매력 있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였다. 대신 외로움과 유사시 대처하는 면에선 조금 걱정스러움이 따르는 여행이다. 


둘이 함께 떠나는 여행은 서로를 더 잘 알아가고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숙박, 식사, 교통 등 여러 비용을 함께 분담할 수 있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혼자 하는 여행보다 조금은 유리한 편이다. 안전 측면에서도 믿을 수 있는 동행이 있다는 것은 여행 중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갖는 여행이 된다. 하지만 서로 마음이 잘 맞아야 할 것이고 서로의 의견을 조율해 일정을 짜야한다는 제약이 있을 수 있다. 여행 중 의견 충돌은 뜻하지 않은 갈등과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은 흔히 목격되기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셋이 함께 튀르키예로 날아왔다. 겨우내 추위에 잔뜩 웅크리고 있는 강아지처럼 코로나 시국 내내 웅크리고 꼼짝할 수 없었던 그들은 방역이 완화되자마자 가방을 싸 떠나왔던 것이다. 


셋이 떠난 여행은 혼자나 둘 보다 훨씬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여행하며 기억에 남는 추억도 풍부했고 뭘 해도 즐거웠다. 이른 새벽 어둡고 인적 없는 골목을 산책했고, 낯선 마을이지만 셋이기에 안전 문제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쏘 다니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오랜 친구이고 함께 여행을 여러 번 다녀본 터라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도 없어 조율하고 자시고 할 일도 없었다. ‘삼동서가 모이면 소도 잡는다’ 했는데, 낯선 땅에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도둑질이 아니니 손발 또한 잘 맞았다. 한마디로 무서울 게 없었다.     


그렇게 여행을 하다 보니 함께했던 추억이 새록새록하다. 이 글을 쓰면서도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르면 절로 빙그레, 입꼬리가 귀에 걸리는 그였다.


여행이 끝난 후 추억만 남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은 추억을 수집하기 위하여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우리네 인생살이 자체가 추억을 수집하는 여행이지 싶다. 그렇다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끊임없이 추억을 수집하는 존재가 아닐까? 적어도 그에겐 그래 보였다. 손에 잡힐 듯, 곧 잡힐 것 같지만 그렇게 생각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때론 잡혔다가 손을 펴면 모래알 빠져나가듯 흩어지는 신기루 같은, 어찌 생각하면 참으로 허망하기 짝이 없는 그런 삶이 우리네 인생살이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은 늘 더디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을 기다리는 봄처럼 각자의 서사라는 밭에 꿈을 키우고 더디 피는 봄꽃 같은 이야기를 엮어가며 살아간다. 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수집했던 추억을 돌아보고 함께했던 그리운 사람들을 기억하며 살아간다. 그저 유별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그런 아찔한 인생도 아니면서, 그저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때론 자신의 어리석음을 뼈저리게 아파하면서, 그렇게 그렇고 그런 반복적인 일상과는 조금은 다른 추억을 차곡차곡 수집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빈자리로 하루아침에 낯설어진 세상과 마주하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제 몸에 고스란히 담아내던 지난날의 후회스러움과 아픈 추억은 문득문득 시도 때도 없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은 숨이 멎을 것 같은, 그런 아찔함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인생살이에서 느낄 수 없는 그런 짜릿함이랄까.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만도 벅찬 감동이었는데, 매혹적인 카파도키아 파노라마 풍경을 본 오늘 아침이 딱 그러했지 싶었다.


그들은 열기구 투어를 마치고 호텔에서 준비한 늦은 아침식사를 마치고 다시 카파도키아 여정을 이어갔다. 카파도키아 파노라마 뷰 포인트로 알려진, 어제 보았던 우치사르(Uçhisar) 마을 조금 아래에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야외 지질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kapadokya panorama Seyir Tepesi 뿐만 아니라 카파도키아 야외 박물관을 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에 있었다. 카파도키아 파노라마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뷰 포인트마다 kapadokya panorama Seyir Tepesi, kapatan Osmanin Yeri, Salkim Tepesi Panorama 등 서너 개의 식당과 카페, 선물가게 등이 튀르키예어 ‘Seyir 구경’, 'Tepesi 언덕‘, 우리말로 ‘구경꾼의 언덕’ 내지 ‘전망대’ 정도로 번역하면 맞지 싶은 간판을 내걸고 성업 중이었다. 관광객들은 튀르크 카베시 Türk kahvesi(Turkish coffee)와 음료,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dondurması, 케밥 등을 사 먹으며 관람료 아닌 관람료를 지불하는 셈이었다. 커피나 아이스크림이 25~35리라 정도이니 그리 비싸지 않은 관람료였다. 그들도 이곳에서 튀르키예 아이스크림 돈두르마를 하나씩 사 먹고 기념품 상점 통로를 통하여 카파도키아 파노라마가 가장 잘 보이는 가게 뒤편의 전망대로 이동했다.


카파도키아 전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구경꾼의 언덕에서 좌측 9시 방향은 괴레메 Göreme, 10시 방향으론 위르귀프 Ürgüp, 우측 3시 방향엔 우치사르 Uçhisar, 뒤로 7시 방향으로 잠시 산책을 했던 아바노스 Avanos 마을, 뒤로 4시 방향으론 네브셰히르 Nevşehir이다. 카파도키아에서 이틀을 머물며 돌아다녔더니 카파도키아 파노라마를 중심으로 동그랗게 모여 있는 이 동네 지리가 대강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 이곳에도 역시 개가 많이 보였다. 튀르키예는 정말 많은 개들이 반 야생 견공으로 대우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일본 동대사에서 사는 사슴과는 조금 다른 생태계이다. 특별히 먹이를 팔지도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가는 곳마다 커다란 개들이 나타나 관광객들을 졸졸 따라다녔다. 처음엔 야생 개이기에 조심스러웠는데, 며칠 여행을 하다 보니 그저 익숙해진 튀르키예 여행의 또 다른 하나의 옵션처럼 느껴졌다. 어떤 이들은 먹을 것을 나누어 주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개를 쓰다듬으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하며 자기 집 애견 대하듯 했고, 견공 역시 주인이라도 만난 것 마냥 꼬리를 흔들며 격하게 반기는 모습이 아주 흔한 풍경이었다. 현지인들도 개를 무척 좋아하는지 돌아다니는 개를 옆에 가까이하며 머리를 쓰다듬고 과자도 주고 빵도 주며 그저 일상적인 일로 대하는 눈치였다. 이미 관광객들 손길에 익숙해진 개들은 천연덕스럽게 관광객 곁으로 다가와 꼬리를 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튀르키예 여행의 일상다반사가 된 셈이었다. 우리 속담에 ‘개 팔자가 상팔자’란 속담이 있는데, 튀르키예 야생 견공의 팔자야 말로 상팔자 중 상팔자였다. 


매우 아름다운 곳! 진부했다.

절경 중의 절경 신의 영역 카파도키아! 역시 진부했다.

우리말은 참으로 형용사가 많은 언어임에도 어떤 단어를 가져와야 적절한 표현일지, 그야말로 그저 당연하고 식상한 표현을 쓸 수밖에 없음이 한없이 아쉬운 카파도키아 파노라마를 보며 잠시 무아지경에 빠져든 그들이었다. 민수도 원철도 눈앞에 펼쳐지는 믿기지 않는 풍경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그 또한 무아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카파도키아 풍경이었다. 이렇게 풍경 앞에 스스로를 잊은 채 넋을 놓고 바라보는 일이 그리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에, 어쩌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외계 행성이 아닐까? 참으로 터무니없는 상상이지만, 그렇게 표현하지 않으면 더욱 터무니없어지는 카파도키아 파노라마였다.  


“여행은 추억을 수집하기 위하여 떠나는지도 모르겠다”라고 이 글 서두에서 말했던 것처럼, 신의 영역 카파도키아 파노라마는 일생을 살아가며 흔치 않을 또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다 보니 ‘전설 따라 삼천리’에 나올 법한 꼬리 셋 달린 여우에게 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이런 풍경을 꿈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할 때도 이 정도일 것이란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직접 보질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히 심드렁했을 그에겐 실로 놀랄만한 풍경이었다. 물론 세상엔 설명 안 되는 불가사의한 풍경도 많고 믿기지 않는 신의 영역 같은 곳도 많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천지개벽 天地開闢, 경천동지 驚天動地 할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 그저 말을 잇지 못하고 놀랄 수밖에 없는 수습불가의 압도적인 절경이었다. 이는 분명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직감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는 아름다운 절경을 꼽는다면 단연 으뜸으로 꼽힐 카파도키아 파노라마는 멋진 산수를 이르는 성어 산고수청 山高水淸, 산명수청 山明水淸, 산명수자 山明水紫, 형승지지 形勝之地 등 어느 것으로도 비유 불가했고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었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별건곤 別乾坤, 별유천지 別有天地 정도랄까. 믿을 수 없는 놀라운 풍경이었고, 감탄을 자아내는 경이로운 풍경이었다.  


카파도키아의 절경은 그 어떤 인간의 언어로도 완벽하게 표현될 수 없었다. 마치 달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순간이었다. 기암괴석의 풍경은 압도적인 웅장함을 자아냈다. 가끔 부는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갈 때, 어디선가 양 떼 울음소리가 귓가에 웽웽거리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풍경은 마치 몽환적인 꿈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비현실적이었다. 딱히 보고 있는 풍경을 설명할 수 있는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마땅한 말이 없는 건지, 아니면 진부한 어휘력 한계인지, 하여튼 분명치 않지만 카파도키아 절경을 보고 있는 내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결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풍경을 보며 인간이 자연 앞에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인간의 언어가 얼마나 무력했는지 깨닫게 되었다. 인간의 언어로 신의 영역을 표현하고 형언하려는 그의 과욕이 얼마나 우매한 짓인지를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썩 좋아하지도 자주 쓰지도 않는 표현이지만, 어쩌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들 쓰는 ‘미쳤다’는 표현이 단순 명쾌하고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듣는다면 필경 불경죄를 물어 경을 칠일이었지만, 그러지 않고는 이런 절경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위대한 자연이 있었고 이런 인간의 표현이 닿지 않는 신의 영역이 있었기에 옛사람들은 ‘자연=신’이라는 등식으로 자연을 신처럼 떠받들고 숭배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런 기암괴석이 끝없이 이어지는 골짜기와 언덕에, 조금 전 생각했던 당나라 시인 이백의 표현처럼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인 선계(仙界)와 같은 그곳에, 자연지형을 이용하여 지은 사람들이 사는 집들이 마을을 이루며 빼곡히 들어서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신화 속에서나 그려질 법한 마을 같았다.


뾰족뾰족 솟은 수많은 요정 굴뚝 사이에 과거의 동굴 주택과 새로 지은 주택이 함께 어우러진 괴레메 Göreme 마을, 카파도키아 땅 색깔과 어찌 저리 같은 지 집인지 요정의 굴뚝인지 분간이 어려운 이질감 없는 주택들이 빼곡히 들어선 매혹적인 마을의 그 풍경, 마치 물감을 풀었을 때 서서히 번져 나가며 스며든 듯 응회암 기암괴석 사이로 요리조리 이어지는 마을이 우주에서 별빛이 쏟아져 내린 것처럼 보이니 어찌 그 자릴 쉽게 떠날 수 있겠는가? 그저 그렇게 바라보며 넋 놓고 그곳에 그저 서 있을 수밖에 없는 카파도키아 파노라마였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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