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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May 24. 2024

튀르키예 여행 필수과목 카파도키아 열기구투어

카파도키아의 매력과 향기가 된 동굴 속의 삶



카파도키아의 매력과 향기가 된 동굴 속의 삶


사람들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난다. 겨울잠 자는 곰처럼 웅크리고 있던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낯선 풍경과 문화를 경험하며 자신을 재충전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으며 돌아온다.


이 떠남과 돌아옴은 밀물처럼 밀려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세상의 흔한 풍경이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숨을 돌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여행은 그 숨을 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여행은 단순히 육체적인 이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카파도키아엔 과거 오래전 기독교 박해를 피해 들어와 동굴에서 삶을 꾸렸던 사람들의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동굴에 웅크리고 살았던 그들의 삶은 혹독하고 위험했다. 


당시의 기독교 박해는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문제였기에 곰처럼 동굴 속으로 피신하지 않으면 죽음이 기다리는 세상이었다. 박해를 피해 밀물처럼 카파도키아로 떠밀려 들어왔지만 잠시 머물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세상도, 그저 평범했던 행복한 일상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 동굴에서 삶을 꾸려야만 했던 그들에겐 점점 동굴의 삶이 익숙해졌을 것이고 동굴 밖 세상이 낯설어졌을 것이다. 


그저 잠시 한때, 그러한 고난이 골짜기마다 짙게 배어 있는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는 그들에겐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지였지만,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옷깃 여며가며 생각해 보게끔 하는 특별한 여행지였다. 


튀르키예 민속춤 할라이와 벨리댄스를 관람하고 돌아오는 길에 잠시지만 카파도키아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먼 옛날 과거 조상들의 삶에도, 비록 피신해 숨어든 동굴에서의 삶에도 약간의 여흥이 허락되었지 싶었다. 그들의 척박했던 삶에도 여전히 숨통은 필요했을 것이다. 24시간 기도만 하고 살진 않았을 것 아닌가? 


인간의 삶은 동굴 속이든 어디든 간에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본적이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일용할 양식이다. 동굴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도 양식을 얻어야 했을 것이다. 마침 화산 토양은 농사에 적합했고 동굴로 날아드는 비둘기나 새들이 거름으로 쓸 수 있는 배설물을 떨궜을 것이다. 동굴 속에서도 양과 염소를 사육하여 양젖이나 염소 젖은 물론 고기와 가죽을 얻었을 것이고, 손재주를 발휘하여 도자기와 그릇을 빚었을 것이다.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를 피하기엔 동굴만 한 곳도 없었을 것이다.


비록 땅 속 굴에서 척박한 삶을 살았지만, 좀 더 큰 무리가 모여 살게 되며 지하 동굴은 도시의 형태를 띠며 확대되었을 것이고, 카파도키아 사람들은 더 큰 사회 공동체를 형성하며 지하도시를 건설했을 것이다. 박해를 피하고 안전하게 생활하기 위해 지하도시 건설은 필연적이었을 것이다. 이웃 사회 공동체와 교통을 위한 지하통로를 건설하여 고난의 삶을 의지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회를 형성해 나갔을 것이다. 


실제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은 교회에 벽화까지 남겼다.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동굴교회 벽화로 남아있는 프레스코화는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있어 당시 삶과 동굴 속에서 형성된 이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카파도키아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환경에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곳이다.


여행자의 눈으로 보는 카파도키아 풍경이 그저 아름다운 풍경으로만 보이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할라이를 공연하는 동굴 레스토랑의 공연을 보면서 과거 카파도키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여행자의 눈에 비친 카파도키아는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너머에는 숨겨진 그들의 아픈 역사와 척박할 수밖에 없었지만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살았던, 살아야만 했던 카파도키아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있었다. 


카파도키아의 역사는 끊임없는 침략과 박해로 얼룩져 있다. 로마 제국의 탄압, 페르시아의 침략, 아랍의 정복, 그리고 셀주크 투르크의 지배를 거치며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협 속에서 살아야 했다. 생존을 위해 동굴에 숨어 살면서, 그들은 기도를 통해 위안을 얻고 희망을 유지했을 것이다. 동시에 척박한 토양을 경작하고 가축을 키우며 삶의 터전을 지켜 나가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늘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존재였다. 카파도키아 사람들 또한 동굴 벽에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를 그리며 종교적 믿음을 부여잡고 살아야 했던 그들의 삶을 예술혼으로 담아냈다. 프레스코화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주는 종교적 믿음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또한 독특한 음악과 춤을 통해 자신들의 삶을 문화의 그릇에 담아 표현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억압 속에서도 삶의 긍정적인 측면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의 발현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려움을 이겨내며 힘이 된 종교와 문화, 예술적인 행위를 통하여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나누었을 것이고, 어린아이들은 동굴 안에서 뛰어놀며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힘든 삶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웃음과 즐거움을 나누었을 것임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카파도키아의 밤하늘 아래, 춤과 노래와 그들의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그들의 여흥에 녹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그는 인간의 강인함과 긍정적인 삶의 에너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류가 태초이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디 한 시라도 편안할 날이 있었나?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졌고 자연재해 또한 끊이지 않았다. 감내하기 어려운 억압과 핍박,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늘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인류의 모습이 카파도키아 사람들의 이야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그들의 노래와 춤, 가락과 리듬에서 그들의 삶의 작은 편린을 보는 시간이 된 동굴 레스토랑의 할라이 공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카파도키아 동굴 사람들의 문화는 자연과의 조화, 종교적 신앙, 독특한 생활 방식 등이 결합되어 형성된 문화였다. 그네들이 살기 위해 하나하나 이룩했던 것들이 오늘날 카파도키아의 매력이 되었고 향기가 되었다. 그러한 카파도키아 역사의 숨결 같은 매력과 향기가 여행자들에겐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주고 있는 셈이었다.



튀르키예 여행 필수과목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


네브셰히르 마을이 아직 붉은빛으로 잠겨 있는 새벽 05시다. 지금 한국시간으로는 오전 11시쯤일 것이다. 이른 아침부터 행장을 준비하고 서두르는 이유는 카파도키아 여행의 백미(白眉)인 열기구 풍선을 타고 카파도키아 상공에 오르기 위해서이다. 열기구 풍선을 타고 신의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카파도키아 지역에 펼쳐진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보는 것은 튀르키예 여행의 필수과목이자 카파도키아 여행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날씨가 허락한다면 반드시 ‘타봐야 할’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이다.


오늘은 튀르키예 여행 4일 차로 2022년 12월 31일,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그들이 어스름한 저녁에 춘천을 떠난 지 나흘째 되는 아침이었다. 오늘도 내일도 날씨는 모두 좋다고 한다. 그들은 당초 새해 첫 날인 내일 카파도키아 상공으로 올라가 새해 첫해를 맞을 계획이었으나, 내일 날씨는 또 어찌 될지 모르는 일이고, 오늘 날씨가 좋아 열기구가 뜬다 하니 굳이 내일로 미룰 일은 아니지 싶었다. 득시무태(得時無怠), 좋은 때를 만나면 기회를 놓치지 말라 하였으니 날씨 좋은 2022년 마지막 날 아침에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로 한 셈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이 다 마찬가지이지만 이런 여행은 특히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열기구는 구조상 아래쪽 풍선 입구 부근의 공기가 대기와 기압이 거의 같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때문에 튀르키예 정부에선 열기구 투어 운영에 있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풍향과 풍속, 기압 등 그날의 일기 상황에 따라 철저하게 통제를 하고 있어 아침 일찍부터 대기하다 못 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의의 사고는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그들이 이용하는 회사, ‘괴레메 열기구(Göreme Balloons)’사의 이용 비용 중엔 최소 120유로의 사고보험료가 포함되어 있다. 일기 상황에 따라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 투어를 못하게 되면 차선이긴 하지만 파묵칼레에서 열기구를 타고 상공으로 오를 수 있다. 하지만 튀르키예 열기구 여행은 카파도키아에서 타는 것이 최선이다. 


BBC에선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할 액티비티'로 카파도키아 벌룬 투어를 선정했다. 카파도키아는 열기구 여행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이다. 풍경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다른 곳에서는 결코 경험해 볼 수 없는 독특한 여행이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카파도키아 풍경을 꿈꾸는 사람들이 카파도키아를 찾는 이유이다. 그러다 보니 여행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열기구 투어회사가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많아 선택의 폭이 넓은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일기 상황에 따라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비용이 비교적 많이 드는 편이라는 것이다. 


카파도키아와 파묵칼레는 모두 터키에서 열기구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최선의 선택은 개인의 취향과 예산에 따라 달라진다. 카파도키아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대해 기꺼이 비용을 더 지불할 수 있고, 날씨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취소 가능성을 감수할 수 있다면 카파도키아가 훨씬 더 나은 선택이라 말할 수 있다. 파묵칼레(Pamukkale)는 사정상 또는 일기 상황에 따라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를 하지 못할 경우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아무튼, 비행기를 12시간 이상 타고 이곳으로 날라 왔으니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를 놓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바노스 마을에서 반짝이는 불빛이 아직 새벽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는 이른 시간에 호텔을 나왔다. 마을 거리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은 희미한 노란빛을 발산하며, 아직 잠든 마을을 조용히 비추고 있었다. 빨간색 비니 모자를 눌러쓴 민수가 호텔 현관 근처에서 담배를 하나 빼 물었다. 마스크를 쓰고 현관 앞에 선 원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다. 열기구 투어를 떠나는 사람들로 이른 새벽부터 북적이는 호텔 현관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였다. 벽난로의 불꽃처럼 아늑하고 따스한 불빛이 반짝이는 아바노스 마을엔 여전히 어둠이 짙게 남아있는 시간이었다. 06시 30분 ‘괴레메 열기구’ 회사에서 제공하는 소형 버스를 타고 호텔을 떠나 이륙 지점으로 이동했다. 카파도키아 골짜기를 헤집고 들어가기 때문에 대형 버스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들을 태운 소형버스는 두런거리는 여행자들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환상적인 카파도키아 땅을 보기 위하여 이곳을 찾는 여행자들에게 매일 아침 열기구를 띄우는 ‘괴레메 열기구’는 1997년에 설립된 영국 린드스트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열기구 운영사이다. 열기구 탑승 및 비행에 특별한 조건은 없지만 괴레메 열기구 회사 홈페이지 안내에 따르면, 0세에서 6세 사이의 어린이는 탑승할 수 없다 한다. 그리고 6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중에서도 파일럿의 재량에 따라 거부될 수도 있다고 한다. 열기구를 타고 비행하는 시간은 상품에 따라, 디럭스 투어는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되며 표준 투어는 30~45분 비행을 하게 된다. 상품 내용에 따라 이용요금이 다소 차이가 있는 셈이다. 


열기구 투어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괴레메 열기구 등, 인터넷으로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검색하여 열기구 운영사 홈페이지 http://www.goremeballoons.com/ 를 참조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개 모든 회사들이 미니버스를 타고 이동 중에 간단한 아침 요기로 튀르키예 빵을 제공한다. 상품 특성상 아침식사를 하지 못하고 탑승하게 되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배려다. 또한, 열기구에 뜨거운 공기를 불어넣는 시간 동안 지상에서 대기하는 고객들을 위하여 따듯한 커피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들을 태운 미니버스가 호텔과 상점들이 있는 괴레메 거리를 벗어나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어느 골짜기에 멈추어 선다. 열기구가 뜨는 지점은 괴레메 북쪽 로즈밸리(Gül Vadisi) 계곡으로 들어가는 길목이었다. 이 지점에서 조금 더 로즈밸리 계곡 쪽으로 이동하면 승마체험(Equestrian Adventure)을 할 수 있는 카파호르시아(cappahorsia, Çiftliğimiz) 목장이 있다. 


열기구가 뜨는 지점에 도착한 시각은 아침 07시 03분으로, 호텔에서 버스로 약 30분을 이동한 셈이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제 막 어둠이 벗어지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어둠 속에 뾰족뾰족 솟은 바위들이 검은 그림자처럼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검은 그림자 사이로 일그러진 둥근 풍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일러에 열기구를 싣고 온 스텝들이 골짜기 여기저기에서 열기구를 띄우기 위해 버너에 불을 지펴 뜨거운 공기를 풍선 안으로 불어넣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기계 돌아가는 요란한 소리는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괴레메 골짜기를 가득 메웠다. 푸른 불꽃이 연신 번쩍거리며 풍선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섬광처럼 번득거리는 불빛으로 부풀려진 풍선이 하나 둘 괴레메 골짜기를 메우기 시작하며 어둠 속 괴레메 골짜기는 금세 축제장처럼 변했다. 그렇게 서서히 부풀어 오르는 풍선 너머로 어제 잠시 산책을 하면서 보았던 아바노스 마을이 아직 은은한 붉은빛을 반짝거리며 덩달아 풍선처럼 봉긋하게 솟아오르는 듯했다. 잠시 후,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괴레메 골짜기는 부풀어 오른 형형색색의 풍선 빛깔로 무지개 골짜기로 바뀌었고 서서히 어둠이 걷히며 밝아오는 하늘 위로 하나 둘 떠오르기 시작한 풍선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 빛깔 풍선이 하나 둘 하늘로 떠오르는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이색적인,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이 되기에 충분한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은 그렇게 여행자의 설렘을 싣고 두둥실 카파도키아 하늘로 떠올랐다. 이날 카파도키아 상공엔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소망을 싣고 수백 개의 열기구가 거의 같은 시간에 띄워졌다. 날씨만 허락한다면 매일 아침 이런 장관이 연출되는, 그야말로 지상에서 카파도키아 상공에 떠오른 수백 개의 풍선이 연출하는 환상적인 이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지는 풍경이었다.


열기구, 영어로 표현하면 Hot air balloon, 말 그대로 풍선에 따듯한 공기를 이용하여 양력을 얻는 비행체이다. 비록 사람은 타지 못하지만 우리나라 전통문화에서 볼 수 있는 풍등이나 다를 바가 없다. 


열기구의 기원은 촉나라 제갈량이 만든 제갈등 또는 공명등(孔明灯)으로 불리는 풍등(風燈)이 시초이다. 이후 1766년 영국 화학자인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와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가 발견한 공기보다 훨씬 가벼운 가연성 기체 수소를 이용하여 여러 아이디어가 시도되었지만 폭발의 위험성 때문에 실현되지 못하였다. 열기구를 사용한 유인 자유비행은 1783년 11월 21일에 이루어진다. 1950년 미국의 발명가인 에드 요스트에 의하여 프로판가스를 사용한 열기구가 처음 제작된 후, 1967년 영국에서 ‘브리스틀 벨’ 열기구가 만들어진다. 오늘 그들이 타고 카파도키아 상공으로 오를 열기구와 거의 같은 형태의 열기구이다. 


열기구는 과거부터 인류의 하늘을 향한 도전을 상징하는 비행체였다. 과거에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되었지만, 오늘날에는 관광, 레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열기구 기술 개발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이다. 


열기구는 하늘을 향한 인류의 끊임없는 도전과 꿈이었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전해 온 열기구 기술은 앞으로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열기구 비행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일행 중 몇 사람이 여러 가지 개인 사정으로 열기구 투어에 참여하지 않았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에겐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면도 분명히 갖고 있는 열기구 투어다. 


혹, 카파도키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꼭 체험해 보시기 바란다.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어둠 속에서 펼쳐지는 환상적인 풍경과 무지개 빛깔 풍선, 그리고 새해 소망을 싣고 떠오르는 수백 개의 열기구는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기에 충분한 이벤트다. 카파도키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향한 꿈을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https://youtu.be/hyTdn7jNAhc?si=b2GOigNOaRLpq0Yf

스텝들이 작업을 시작한 지 30여 분이 가까워 오고 풍선이 바로 세워지며 양력을 얻기 직전 상태가 되었다. 거의 30~35분 정도를 작업하였지 싶다. 열기구를 처음 타는 그들과 대부분 여행객들에게 열기구에 탑승하는 요령이 안내되었고, 마침내 열기구에 탐승하기 시작했다. 혼자 타기 어려운 여자들이 먼저 탑승했고 남자들이 나중에 탑승했다. 그들과 함께 열기구를 탈 일행들이 바구니에 모두 탑승하자 파일럿과 스텝들이 이륙에 앞서 간단한 안전 교육과 착륙 때의 착지자세를 설명하며 모두 한 번씩 해보도록 숙지시킨 후 이륙준비를 마친 풍선이 하늘로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양력을 얻어 고도를 상승시키기 위하여 버너에서 불이 뿜어지고 번쩍거리는 불빛과 함께 고도를 높이며 카파도키아 상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출발할 때만 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였던 원철은 손가락으로 V를 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민수의 얼굴엔 빙그레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난생처음으로 타는 열기구, 뭐라 표현해야 할지 딱히 좋은 말이 얼른 떠오르지 않았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린아이들처럼 좋아하는 여행객들의 환호성이 가득한 카파도키아 상공으로 그렇게 떠오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 카파도키아 지프 투어에 나선 사람들이 열기구가 떠오르는 풍경을 보며 로즈밸리 계곡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날씨가 매우 중요한 경우가 왕왕 생긴다. 그에겐 날씨로 인해 특별히 기억에 남은 여행이 있었다. 과거 중국을 여행하며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 공항에서 비행기 타고 내리는 연습(?)만 세 번인가 하고 끝내 장가계를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은 경험이 그러했다. 그래서 생겨난 말이 ‘삼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라는 말이지 싶었던 여행이었다. 우리나라 한라산 등산이나 중국의 장가계 유람 등 세계 곳곳엔 삼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여행지가 꽤나 많은 편인데, 카파도키아를 여행하며 열기구를 타는 것 또한 삼대가 덕을 쌓아야 탈 수 있다는 것이 현지에 정통한 이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틀간 머무는 카파도키아 일정 중 첫날 열기구를 타고 카파도키아 상공으로 비행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라 아니할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타고 온 미니버스가 점점 작아지며 여행자의 새해 소망을 싣고 하늘로 오르는 열기구는 조금씩 고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요정의 굴뚝’이라 표현되는 기기묘묘한 암석 봉우리 뒤에서 갑자기 떠오르는 풍선, 멀리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하늘 위로 수없이 많은 풍선들이 일시에 떠오르며 여행자들은 저마다 탄성을 자아내고 있었다. 함께 탄 여행자 중 한 여성분이 ‘진짜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이야!’라고 소리치며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그들이 탄 열기구가 요정의 굴뚝 상단 끝부분에 부딪칠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접근을 했다. 사람들이 어!  어! 어! 하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외마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아비규환은 아니어도 당황과 두려움이 가득 묻어났던 외마디 소리가 버너가 뿜어내는 불기둥을 따라 올라가 풍선에 구멍이라도 낼 것만 같았다. 그런 짜릿한 상황을 즐기라는 듯 파일럿(Pilot) 세르칸 투르구트(Serkan Turgut)는 열기구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며 여행자들에게 아슬아슬하고 짜릿한 이벤트를 선물했다. 이런 이벤트의 효과는 긴장감 해소에 상당히 효과가 있는 듯했다. 잔뜩 긴장을 하고 열기구에 올랐던 사람들도 아슬아슬했던 이벤트 후에 여유를 갖고 카파도키아 열기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파일럿의 의도적인 연출과 장난기가 섞인, 여행자들의 긴장감을 급격하게 반감시키는 효과가 확실한 이벤트인 셈이었다. 그리고 풍선은 하늘 위로 서서히 떠오르고 설렘으로 가득한 여행자들은 카파도키아 하늘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의 주인공이 되었다. 


어둠이 걷히고 희붐하게 밝아오는 카파도키아 푸른 하늘은 순식간에 형형색색 각양각색 수백 개의 풍선으로 가득 찼다. 여행자들의 눈앞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카파도키아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마치 카파도키아 상공에 수를 놓은 듯 두둥실 떠오른 풍선들로 환상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일생에 단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카파도키아 상공에서의 멋진 이벤트, 인간의 이성을 잠시 마비시킨 듯했던 그런 특별한 선물이 된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였다. 이럴 땐 어떤 언어로 표현을 해야 할지, 평소 알던 모든 언어 중 이 순간에 딱 맞는 표현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알던 단어도 생각이 나지 않아 입에서 뱅글뱅글 맴을 돌고 나오지 않는 그런 경우를 누구나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특히 그에겐 요즘 들어 이러한 일이 더욱 잦아졌다. 세월이 흘렀으니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이럴 땐 그야말로 나이 탓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갑갑증 때문에 머리라도 한 대 콱!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 되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순식간에 감동의 도가니가 되어버린, 너무나도 환상적인 풍경으로 인해 이성과 감성을 모두 동원하여도 결코 인간의 언어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딱 그런 순간이었다.


아무튼, 현실감이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카파도키아 기암괴석 파노라마에 두둥실 하늘로 떠오른 수백 개의 풍선이 더해지며 결코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수많은 요정의 굴뚝으로 가득한 괴레메 골짜기에서 금세라도 파파 스머프가 뛰어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 신의 영역으로 떠나는 특별한 여행, 카파도키아 열기구 여행이었다.


그들 모두에게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단순한 여행을 넘어 평생 간직할 특별한 추억을 선사하였다.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는 꼭 경험해 보아야 할, 카파도키아 여행의 필수과목이었다. 


https://youtu.be/ZkiU8nv-Wg8?si=tdR7l2DtL-V2ffVq


멀리 하늘과 땅이 맞닿은 또 다른 신의 영역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2022년 마지막 아침 해가 봉긋하게 솟은 산 너머에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카파도키아 상공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본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멋진 추억이 되는 일인데, 그들에겐 상상이 아닌, 2022년 12월 31일 08시 02분 괴레메 골짜기에서 아바노스 마을 상공까지 열기구를 타고 비행을 하며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는 호사를 다 누리지 싶어 감개무량이 하늘을 찌를 듯 벅차게 솟아올랐다. 


이 환상적인 일출 광경, 또 다른 신의 영역을 부족한 그의 문학적 상상력과 필력으로 곡진하게 표현하는 것은 도저히 역부족이지 싶은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방금 떠오른 아침 햇살로 함께 여행을 온 오랜 친구, 민수와 원철의 얼굴이 10대 소년의 얼굴처럼 붉게 물들고 요정의 굴뚝과 사람들의 마을 또한 붉게 물들고 있었다. 사람들의 땅 카파도키아, 신들의 영역인 카파도키아 상공을 가득 메운 풍선과 함께 어우러져 순식간에 온통 붉은 빛깔로 물들며 다시 한번 감동의 물결로 다가왔다. 아마도 가장 아름다운 카파도키아를 볼 수 있는 순간이지 싶었다.


붉게 물든 카파도키아 상공에서 맞이하는 2022년 마지막 아침 해는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지난한 코로나 시국을 겪고 있던 그들에겐 단순한 일출이 아니라 새로운 한 해를 위한 희망과 꿈을 펼쳐주는 축복의 순간이었다.


괴레메, 아바노스, 네브셰히르, 위르귀프(Ürgüp) 상공을 돌며 약 1시간 10분간 비행을 마친 열기구는 아바노스 마을 말 목장 근처 공터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비행을 마친 사람들의 표정에 행복과 희열감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파일럿과 스텝들은 튀르키예 최고급 와인을 준비하고 샴페인 거품을 쏘아 올리며 안전하게 비행을 마친 여행자들에게 비행 인증서를 나누어 주며 축하해 주었다. 비행하는 내내 상기되어 있던 파일럿의 목소리가 아직 귓전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했다. 그들은 열기구를 조종하며 고객들과 함께 멋진 카파도키아의 하늘을 비행하는 자신들의 이 일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었다. 


카파도키아 하늘엔 아직도 셀 수 없이 많은 풍선이 여전히 두둥실 떠다니며 튀르키예를 여행 중인 여행자들에게 비현실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생애 이만한,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 또 있을까 싶었다.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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