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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Jun 15. 2024

괴레메 지프 사파리투어

괴레메 국립역사공원 


Dede Efendi, 식당 출입구가 우르르 몰려드는 여행객들로 잠시 혼잡했다. 식당 옆에 점포를 낸 기념품 가게 앞에도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의류와 스카프, 기념품이 가득 걸려 있는 가게를 잠시 들여다보며 따듯하게 내리쬐는 햇살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틈으로 들어가 잠시 진열된 상품을 기웃거려 보지만 딱히 살만한 물건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복잡한 인파를 뒤로하고 도로 건너편에 대기하고 있던 지프차에 올라탔다. 그들이 탄 차량엔 ‘Cappadox Tour Jeep Safari’란 글자와 튀르키예 국기가 새겨진 붉은색 로고 판이 붙어 있었다. 형형색색의 Land Rover jeep에 범퍼와 루프랙 선반 캐리어, 헤드라이트 금속보호망, TURBO PRECLEANER 등 척 봐도 상당히 튜닝을 한 오프로드 차량으로 꾸민 지프는 이곳 오르타히사르 Ortahisar에서 출발하여 네브셰히르, 괴레메 골짜기, 차우신 Çavuşin 등 일반 차량으론 돌아보기 어려운 지역을 약 두 시간 동안 돌아보는 투어로 마치 차량으로 밀림을 탐험하는 사파리처럼 카파도키아 절경을 둘러보는 투어이다.  


투어 가이드가 탑승한 선도 차량이 출발 신호를 내리자, 그 뒤를 이어 지프 차량들이 웅성거리며 엔진을 으르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도로는 지프에서 뱉어내는 엔진음으로 요란했다. 푸른 하늘 아래, 멀리 흰 구름이 산마루를 뿌옇게 덮고 있는 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 차량들은 시내를 빠져나가 탁 트인 카파도키아 풍경을 향해 달려갔다. 높은 건물은 찾아볼 수 없었고, 카파도키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하늘과 넓은 땅, 그리고 그 위에 펼쳐진 카파도키아의 파노라마가 장관을 이루고 펼쳐져 있을 뿐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달리는 지프 사파리 투어는 이색적인 경험이자, 카파도키아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이미 푸른 하늘만큼이나 가득한 설렘이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카파도키아를 따라가고 있었다. 웅웅 거리는 엔진음처럼 기대감 또한 한껏 높아져가고 있었다.


기사 겸 가이드를 맡은 젊은 친구가 차량을 출발시키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바로 음악을 틀어 한껏 흥을 돋운다. 튀르키예 음악인데, 사파리 투어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타악기 리듬이 상당히 흥겨운 음악에 지프차 안은 순식간에 들썩이고 비포장 오프로드를 달리는 지프차도 요철구간을 달리며 그들을 마구 흔들어 놓는다. 사진을 찍는 그의 카메라에 손가락을 펼쳐 V를 그려 보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들이민, 거짓말 조금 보태면 손자 뻘 정도의 젊은 친구와 금세 벽을 허물고 친해지고, 젊은 친구의 적극적인 호응에 덩달아 신명이나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질 못하고 투어를 즐긴다. 귀밑까지 수염이 가득한 친구의 얼굴엔 


오늘 그들의 투어에 기사 겸 가이드를 맡은 젊은 친구가 차량을 출발시키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흥겨운 튀르키예 음악을 틀어주었다. 타악기 리듬이 강렬한 음악은 사파리 투어 분위기에 딱 맞아 곧바로 지프 안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비포장 오프로드를 질주하는 지프는 요철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신나게 흔들어 놓았다. 


사진을 찍는 그의 카메라에 손가락을 펼쳐 V를 그려 보이며 환하게 웃는 얼굴을 들이민, 거짓말 조금 보태면 손자 뻘 정도의 젊은 친구와 금세 벽을 허물고 친해지고, 젊은 친구의 적극적인 호응과 에너지에 덩달아 신명이나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질 못하고 투어를 즐긴다. 


귀밑까지 수염이 가득한 젊은 친구의 햇빛에 그을린 검은 얼굴엔 늘 웃음이 가득했고 때론 장난기가 넘쳤다. 그의 눈빛은 따뜻하고 친절하였고, 끊임없이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처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타고난 듯한 유쾌한 성격은 상당한 나이차가 있음에도 금세 서로의 벽을 허물고 투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란 그야말로 전혀 끼어들 틈 없는 분위기로 만드는 특이한 재주를 가진 젊은 청년이었다. 


그는 카파도키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며, 이곳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했지만 드문드문 알아듣는 말로도 충분했던 그의 설명 덕분에 카파도키아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었다. 말을 잘 통하지 않았지만 그의 진심 어린 관심과 배려는 이미 표정으로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그의 표정에 담긴 진심은 곧 카파도키아 여행 이틀째인 그들에게 또 하나의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지프사파리투어는 버스나 미니버스로 갈 수 없는 좁고 험한 골짜기 길을 내달려 조금은 더 특별한 카파도키아 파노라마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여행 방법이다. 여행자들은 대개 오토바이나 사륜바이크, 지프를 이용하여 이곳을 돌아보는데, 간혹 승용차도 보이긴 한다. 골짜기를 따라 이어지는 오프로드는 요철이 심하고 굴곡진 험한 길도 혼재되어 있어 승용차는 적당하지 않아 보이는데, 워낙 넓고 깊은 지역이라 승용차로 다닐 수 있는 코스가 따로 있지 싶었다. 오픈카로 이곳을 돌아보며 웨딩촬영을 하는 신혼부부의 모습도 목격되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카파도키아 투어의 방법을 두루 목격한 셈이었다. 


그들에겐 지프차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더욱이 지나는 곳마다 요정의 굴뚝이 솟은 이런 곳을 달리는 일은 이곳이 아니면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상당히 이색적인 여행이었다. 흥겨운 음악과 함께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들은 늘 오프로드를 즐긴 사람들처럼 아주 쉽게 지프 사파리 투어에 빠져들었다. 길옆으로 사륜바이크 행렬이 흥겨움을 가득 싣고 지나간다. 참으로 액티비티 한 광경이 펼쳐지고 흥겨움이 넘치는 여행이다. 그렇게 약 15분가량을 달려 카파도키아의 숨겨진 골짜기 괴레메의 한 지점에 멈췄다.

그들이 멈춘 곳은 고대사회의 암석 주거지와 비잔틴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괴레메 국립역사공원 Göreme Tarihi Milli Parki 근처였다. 괴레메, '보이지 않는 곳'이라는 의미다. 로마제국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숨어들었던 초기 기독교인들의 삶과 신앙의 안식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믿기지 않는 초현실적 풍경이 다시 한번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다. 버섯 모양의 원뿔형 기둥과 요정의 굴뚝, 다양한 색깔의 절벽들이 이어지며 여행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울퉁불퉁 크고 작은 원뿔형 기둥과 언덕이 바위산을 이루고 그렇게 끝도 없이 이어진다.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문을 낸 굴 입구가 아주 가깝게 보인다. 환기를 위해 뚫어놓은 구멍도 보이고 벽돌로 뚫어진 곳을 막아 놓기도 하였다. 눈앞에 보이는 엄연한 현실을 보면서도 이런 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비현실감은 카파도키아에 머무는 내내 그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한 느낌은 민수와 원철에게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처럼 숨거나 도망갈 이유가 전혀 없는 오늘날에도 일부 사람들은 지상으로 문을 낸 이런 동굴 주택에서 여전히 그네들의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응회암 형성 때 일반적으로 만들어지는 미네랄 에리오나이트 섬유의 흡입이 폐와 흉벽 등 인체 내부의 장기를 덮고 있는 점막 같은 얇은 조직 층에 종피종이라는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이다.


아무튼 그는 응회암 언덕과 언덕으로 이어지는 광범위한 동굴 주택과 바위들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괴레메 골짜기에 머물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비현실적 풍경은 역시 신의 영역이 틀림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리고 또한 3~4세기경 이곳에 동굴 교회를 짓고 수도원 생활을 시작한 초기 기독교인들의 강한 신앙적 믿음이 이루어 낸 기적도 보았다. 프레스코로 장식된 성경과 교회,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예배당, 그리고 식당과 수도실, 창고를 짓고 와인 생산까지 하였다니 어찌 이를 기적이 아니라 할 수 있겠는가? 응회암을 파내고 뚫은 동굴이 서로 연결되어 고대 지하 도시가 형성된 대규모 정착지였던 카파도키아 국립역사공원 지구, 약 100㎢에 달하는 광범위한 지역에 당시 초기 기독교인들의 종교와 삶, 문화 예술과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박물관과도 같은 괴레메 골짜기는 1985년 ‘괴레메 바위 유적지’란 이름으로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그들은 다시 지프를 타고 괴레메 골짜기 오프로드를 달렸다. 지프는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좌우로 기우뚱거리며 때론 사막과 같은 깊은 언덕과 골짜기를 오르내렸다.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금세라도 땅으로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너무나도 푸른 하늘과 신이 빚어놓은 괴레메 땅이 맞닿은 원초적인 자연 그대로의 땅이었다. 이런 곳에 요정의 굴뚝이 솟아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으니 어찌 신의 영역이 아니라 하겠는가?


우리가 다시 멈춘 곳은 장미계곡 Güllüdere Vadesi이다. 꽤 넓은 평지가 이어지다 갑자기 우뚝 솟은 언덕이 나타난다. 그리고 언덕을 따라 기기묘묘한 원뿔형 바위들이 이어지는 곳이다. 풍화되고 침식된 바위는 철분이 많아서인지 붉은색을 띠고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석회암에 가까운 흰 빛깔을 띤다. 풍화와 침식으로 드러난 절리에 단층이 보이고 먼 옛날 어느 날 분화되어 쌓이고 쌓인 화산재와 용암에 의하여 형성된 지질구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장미계곡이다. 그저 ‘아름답다’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절경이 펼쳐지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떠날 줄 모르고 외마디 감탄사를 연발한다. 참으로 한없이 기묘한 풍광 앞에 역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들은 이런 곳에 여행자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겹겹이 아름다운 꽃잎을 피우는 장미처럼 크고 작은 기암과 괴석이 신의 손길로 겹겹이 이어지며 언덕을 따라 활짝 핀 장미꽃처럼 형성된 지형이다. 인간에겐 기적과도 같은 신의 선물이지 싶은, 천국의 골짜기가 이쯤 되지 않을까 싶은, 다른 수식어가 더 필요하지도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있다 하여도 적절한 비유나 은유가 될 것 같지 않은 너무나도 매혹적인 괴레메 골짜기와 푸른 하늘이었다. 오후의 따듯한 햇살이 괴레메 골짜기를 가득 메운 장미계곡으로 쏟아져 내렸다.


다시 괴레메 골짜기를 떠나 10분쯤 달려 연인들의 계곡 Aşıklar Vadesi(Love Velly)으로 향한다. 연인들의 계곡을 바라보니 그림엽서에 들어가면 딱 좋을 풍경이지 싶다. 필경 ‘연인들의 계곡’이라 불리는 사연이 있지 싶은데, 연인들의 언덕 Aşıklar tepesi에서 계곡을 내려다보면 가까운 거리에 다른 곳의 요정의 굴뚝 모양과는 달리 남근을 닮은 바위가 줄지어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달리 남근석 계곡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이 계곡은 예전에 물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었다 한다. 이 땅 살았던 서로 다른 두 혈통 간에 싸움이 일어나 마을은 둘로 나뉘어 끊임없는 싸움을 벌였고 서로 적대시하며 말조차 섞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이러한 상황을 뒤집어 보려 했던 일부 사람들이 두 마을의 젊은 남녀를 소개하기에 이르고 두 남녀는 첫눈에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마을 지도층 인사들은 주문을 걸어 두 남녀를 떼어 놓겠다 위협하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두 남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후 둘 사이에 아름다운 아이가 태어났지만 전쟁을 원했던 마을 사람들은 아이 아버지를 무자비하게 죽인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남편의 죽음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진다. 이 일이 있은 후 마을에 돌덩이가 비처럼 쏟아졌고 두 남녀의 사랑을 파괴한 전쟁을 원하던 두 혈통 사람들이 모두 죽게 되었다 한다. 이후 돌만 가득한 계곡엔 두 남녀의 영혼이 찾아와 남겨진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간다는 소문이 돌았고 후세 사람들은 사랑을 다 이루지 못한 채 죽은 두 남녀를 위해 이곳을 '연인의 언덕'이라 부르기 시작하였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 튀르키예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이야기다.


이런 스토리가 숨겨져 있는, 이정표도 하나 제대로 세워져 있지 아니한 연인들의 계곡엔 그래서인지 연인들로 보이는 남녀가 유독 많아 보였다. 오픈카를 타고 신혼여행을 온 부부도 왕왕 눈에 띄었다. 사랑의 계곡에 손잡고 온 연인들은 이미 서로의 호수 같은 눈에 빠진 것 같아 보이는 것은 그만의 느낌일까? 

수십 년 지기 친구들과 함께 어느 날 문득 생각난 일기장을 꺼내 보듯이 이곳으로 떠나온 그는 두 남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이 깃들어 있는 연인의 언덕에서 잠시 지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가벼운 춤을 춘다. 왠지 이렇게 하면 두 남녀의 못다 이룬 애틋한 사랑이 하늘에서나마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춤이 지닌 다분히 주술적인 힘을 빌어 몸을 움직인 것이다. 연인의 언덕에 머물고 있던 젊은 여행객들이 그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V를 펴 보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 여행기를 쓰면서 우연히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래 동영상은 Korolova란 필명의 유튜버가 사랑의 언덕에서 연출한 동영상이다. 이 사람이 어떤 연유로 이곳에서 이 동영상을 찍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당시 연인의 언덕에서 느꼈던 감정, 그래서 그곳에서 가볍게 몸을 움직여 절로 춤을 추었던 그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동영상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같은 느낌으로 이 동영상이 만들어졌을 것이란 자기 최면 같은 것이니 뭐 과하게 따지고 묻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것이든 중요한 것은 그가 연인의 언덕에서 느꼈던 감정을 여러 독자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Korolova의 동영상이 조금이나마 시각, 청각적으로 당시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만약 여러분도 카파도키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연인의 언덕에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Korolova의 동영상을 시청해 보세요. 그곳에서 그와 함께했던 여행자들이 느꼈던 감동을 여러분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 연인들의 계곡에 깃든 전설 같은 사랑 이야기에서 떠오른 시상을 정리하여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란 시로 남긴다.


https://youtu.be/PzlK-ujBO7Y


Korolova - Live @ Love Valley, Turkey 02.12.2020 / Melodic Techno & Progressive House DJ Mix


사랑은 그런 것/조 영 환



사랑은 그런 것이다.

고사리 손을 움켜쥐고

침까지 발라가며

진하게 더 진하게 쓰고 또 쓰는

어릴 적 연필글씨 같은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더 진하게 쓰지 못한 사랑은        

애틋함 보다 더 애틋하고

슬픔보다 더 슬픈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때론 소리 없는 비가 되어

때론 바람에 이리저리 떠밀려

하염없이 내리는 비와 같은 것이고

떠도는 구름 같은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못다 이룬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흐릿하지만 비처럼 구름처럼

그렇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더 진하게 쓰지 못한 사랑은 그런 것이기에

붉은 와인으로 적셔진 연인들의 계곡처럼

그렇게 머물러 있는 것이다.


사랑은 그런 것이다.


[2022. 12. 31 괴레메 연인들의 계곡에서]


@thebc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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