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피즘의 창시자 루미의 영묘 메블라나 박물관

어린 아들과 어머니의 평범한 염원의 깊이를 새기며

by 조영환

이슬람 수피즘의 창시자 루미의 영묘 메블라나 박물관


사막의 모래언덕같이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는, 마치 생명이 숨죽인 듯한 붉은 언덕과 너무나도 파란 하늘이 그대로 맞닿은 땅, 한때 실크로도 대상 행렬이 지났을 콘야로 향하는 광야와도 같은 땅이 끝도 없이 차창 밖으로 이어진다. 듬성듬성 관목과 키 작은 침엽수만이 황량한 땅을 힘겹게 움켜쥐고 이 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카라반 Kervan 상단의 무리가 낙타에 짐을 싣고 길을 떠났을 오브룩한을 떠나 콘야로 가는 길엔 끝도 없이 황량한 땅이 펼쳐진다. 파란 하늘에서 금방이라도 파란 물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들은 콘야 도심으로 접근한다. 콘야에 가까워질수록 그 땅의 고요함은 알 수 없는 힘으로 그들을 압도했다. 하늘과 대지가 맞닿아 한데 어우러지는 풍경은 마치 오래전 잊힌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져 이 땅에서 다시 깨어나기 시작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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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도 이리 숲이 없을까?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일까? 콘야로 향하는 D300번 도로변 가까이엔 그나마 듬성듬성 관목과 침엽수가 자라고 있지만 멀리 보이는 언덕엔 붉은 땅과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맞닿아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언덕이 시작되는 지점에 OGM이라 쓴 흰색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OGM(Orman Genel Müdürlüğü https://www.ogm.gov.tr/tr)은 튀르키예 산림자원과 숲을 가꾸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튀르키예 농림부 산하 공공기관의 약칭이었다.


그들이 지나가고 있는 콘야 일대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산림녹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임을 알리는 팻말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주택가에도 나무를 찾아보기 힘들다. 주택가 붉은 지붕과 하늘이 맞닿아 있을 뿐 나무 한 그루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강렬한 인상을 주긴 하는데 뭔가 부족해 보인다. 푸르른 숲과 나무가 붉은 지붕과 파란 하늘 사이에 있다면 더욱 아름답고 편안한 풍경일 것 같다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마음이 차창을 떠나 마을로 내려앉는다. 어쩌다 보이는 한 그루 나무가 붉은 지붕 위로 힘겹게 줄기를 밀어 올리고 있다. 파란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고 있는 모습이 기적처럼 보이기도 하는 콘야 외곽은 회색빛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우리나라의 아파트 단지와는 사뭇 다른, 매우 인상적인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오후 3시, 따사로운 햇살이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지는 콘야의 한 주차장에 당도한다. 여전히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콘야를 오가는 트램 철로에 은빛으로 부서져 내리는 카라타이 karatay 거리를 따라 걷는다. 트램을 움직이는 동력인 전기선을 붙잡고 있는 기둥이 아득히 멀어져 가는 지점까지 가까스로 시야를 옮겨 보지만 부서지는 햇살에 끝이 잘 보이질 않는다. 도로 건너편 카라타이문화센터(Karatay Muhtarlar Derneği)에 붉은 튀르키예 국기가 바람에 펄럭인다. 강렬한 붉은 물결이 굽이치는 대양 위에 뜬 달과 별처럼 느껴졌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트램에서 내리고 올라타면 다시 정해진 궤도를 따라 트램이 도시 어디론가 달려간다. 더욱 가까워진 오후 햇살에 노점상 진열대에 주렁주렁 걸어 놓은 터키석 장신구들이 반짝거리며 지나는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거리는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이스탄불처럼 많은 사람들이 몰려 혼잡한 상황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콘야 타라카이 거리엔 한 방향으로 걷고 있는 그들과 한 무리의 여행자들, 그리고 가끔 오가는 트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전부이다. 타라카이 거리 오후 풍경을 느긋하게 즐기며 약 10여 분을 걸어 메블라나 문화센터와 푸른 빛깔의 둥근 돔 지붕이 눈에 띄는 메블라나 박물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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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블라나 박물관 Mevlana Müzesi


메블라나 박물관은 수피즘 신비주의 시인인 루미의 영묘이기도 하지만 데르비시 dervish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데르비시는 이슬람교에서 물질적 빈곤과 금욕주의를 선택하거나 받아들인 수피 형제회 성원들을 광범위하게 지칭하는 말이다.


대부분의 수피 수도회에선 사랑과 봉사의 보편적 가치관을 추구하며, 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황홀한 무아지경 (종교적 황홀경 majdhb, fana)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신체적인 노력이나 종교적인 수행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끝없이 원을 그리며 도는 춤을 추는 수행을 통해 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고 여기는 종교의식으로, 어느 종교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수행 방법이다. 수피 수도회의 세마(Sema) 춤은 여행자들에게 구경거리일지 모르나, 이들에겐 매우 신성한 종교의식이다.


13세기 이슬람 학자, 사상가, 시인, 수피파, 신비주의자 루미 Mevlâna Jalâluddîn Rumi는 삶 자체가 명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단지 확실한 것은 그가 사망한 날짜와 장소뿐이다.


무슬림과 비무슬림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감동을 주었던 그의 신비주의적 작품은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으며 세마 전통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 13세기 신비주의자 루미 Mevlâna Jalâluddîn Rumi와 깊은 관련이 있는 수피즘에서 행하는 세마 춤은 반복적인 원을 그리며 돌면서 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고 믿는다.


세마(Sema)를 추며 우주와 창조, 몸과 영혼의 움직임을 느끼기 위해 빙글빙글 돌며 손을 들어 올리는 수피즘의 수행 의식은, 사랑이 가득한 황홀한 순간에 도달함으로써 인간의 성숙과 무아의 경지에 이르는 길이라고 여겨진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세계 여러 나라의 현실과 견주어 보면, 이러한 수행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비록 주류로 여겨지지 않은 수피즘이지만, 메블라나와 그 뒤를 이은 메블레비 종파의 신비한 의식은 콘야 역사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사회 또는 이슬람 종교의 신앙공동체에선 금욕적이고 사랑과 봉사를 수행 방식으로 삼은 수피파의 삶의 방식에 감탄했고, 튀르키예의 역대 술탄들 중 일부는 수피파의 수행 방식에 상당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튼 이슬람 종교의 영성, 금욕주의로 설명되는 수피즘은 시아파 이슬람교도 내에서 일부 신비주의자들을 지칭하는데, 데르비시는 시아파 내에서도 신학적인 면보다는 덕과 개인의 수행으로 하나님께 다가가려는 청빈과 금욕을 서약한 탁발적 금욕주의자들인 셈이다.


이슬람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대천사 가브리엘의 계시를 받은 한 청년에 의하여 전지전능하신 알라신이 포교되며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1/4 가량이 믿고 있는 성공한 종교라 할 수 있다. 이슬람 종교의 여러 종파 중 하나인 수피즘은 이슬람 역사 초기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부분적으로는 초기 우마이야 칼리프(661-750)의 세속성과 주로 하산 알-바스리의 후견 하에 있는 세속성에 대한 반작용으로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수행 방법으로 택한 세마 Sema는 인간의 신비로운 여정으로 마음과 사랑을 통해 "완벽"으로 영적 승화시키는 것으로 믿고 있으며, 소용돌이처럼 돌고 또 돌아 진실에 다가가는 것으로 믿는다. 이들에게 세마는 종교적 믿음의 성장과 사랑의 실천을 통해 온전히 자아를 버리고 진리를 찾는 수행 방법으로 "완벽한" 영적 진리에 도달한다는 믿음이다.


이슬람교에 대하여 문외한일 수밖에 없는, 유교나, 불교, 기독교 종교문화에 익숙한 동양에서 온 그가 수피즘과 세마에 대하여 깊은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티베트 불교에서 볼 수 있는 ‘통경’이나 ‘오체투지’ 같은 수행 방식과 같은 맥락의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가져보며 박물관을 둘러본다. 모스크 사원처럼 둥근 돔형 지붕과 첨탑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이다. 정원의 나무도 세마 춤을 상징하듯 나선형으로 전지 되어 있다. 관광객들과 함께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어린아이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튀르키예 사람들이 박물관을 찾아 조금은 혼잡하였다. 많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로 가득한 박물관 마당 가운데 여느 모스크 사원과 마찬가지로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수도 시설이 설치되어 있고 사진을 찍느라 바쁜 관광객들이 서로 뒤엉켜 있다.


성지순례를 위하여 찾아온 모자가 루미의 영묘 앞에 참배를 하고 있는 경건한 모습에 발소리를 죽여 가며 안으로 들어간다. 이슬람 신자들은 루미를 성인으로 여기며 ‘메블라나 - 우리의 지도자’로 모시며 성지순례를 하기 위하여 이곳을 찾는다. 박물관 중앙에 자리한 수피즘의 상징과도 같은 루미의 영묘는 아라비아 문자와 문양으로 관은 물론 벽과 지붕이 치장되어 있다. 박물관 좌우로 전시되어 있는 여러 가지 유물들과 함께 수피즘 학자들의 관으로 보이는 작은 관들도 함께 모셔져 있다. 루미의 영묘뿐만 아니라 이 좌우에 모셔진 작은 관 앞에서도 기도하며 순례를 하고 있는 신자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조용히 둘러보고 박물관을 빠져나와 잠시 마당에 머물며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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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피즘 신자들에게 이곳에 모셔진 성인의 영묘 앞에서 참배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루미를 비롯한 수피즘 학자들의 영묘는 이들의 신앙적 믿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들의 표정을 잠시 살펴보며 인간이 신을 믿고 성지를 만들어 순례하는 행위가 종교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해진다. 영묘 앞에 선 이들은 무엇을, 어떤 마음으로 기도할까? 예나 지금이나, 힘없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의지할 수 있었던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아니었을까?


이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잠시 이 나라를 여행하는 이방인일 뿐인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린 아들과 어머니가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그저 작은 평화를 구하며 신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은, 다소 들뜬 관광객들의 표정과는 전혀 달랐다. 그는 모자의 모습에 담긴 평범한 염원의 깊이를 마음에 새기고 박물관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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