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놀이터 안탈리아 올림포스 산으로

Antalya Tahtalı Dağı

by 조영환

토로스산맥을 넘어 안탈리아 Antalya 올림포스 산 Tahtalı Dağı으로


여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05시 30분, 일찍 눈이 뜬 그는 콘야 시가지를 바라본다. 오늘 안탈리아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들이 묵었던 그랜드 호텔 콘야는 안전한 관광호텔로 인증을 받은 5성급 호텔이었다. 간밤의 잠자리도 편했고, 무엇보다 고층이어서 콘야 시내 야경을 보기엔 아주 제격이었다. 잠시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콘야의 야경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셀주크 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리고 어떤 민족,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어제 알라딘 언덕을 떠나면서 12세기까지 이 땅을 지배했던 셀주크 제국에 대하여 궁금했던 그는 스마튼폰을 들고 이리저리 검색을 하며 셀주크 제국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 본다. 셀주크 제국(튀르키예어: Büyük Selçuklu İmparatorluğu, 영어: Seljuk Empire)은 1040년부터 1157년까지 중앙아시아, 이란, 이라크, 시리아를 지배한 제국으로 전성기는 1092년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시기에 사회, 종교, 문화적으로 수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이슬람 종교에 신비주의 운동인 수피즘이 출현하면서 이슬람은 더욱 대중화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 수피즘 창시자 루미(Rumi)와 우마르 하이얌(Umar Hayyam), 니자미(Nizami)와 같은 페르시아 시인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10세기말, 하자르 제국이 붕괴하면서 그 휘하에 있던 셀주크는 현재의 카자흐스탄에 있는 잔드로 이동하며 세력을 확장했다. 독립한 셀주크는 모든 제국이 그러하듯 흥망성쇠의 길을 걸었으며, 마지막 술탄인 제8대 술탄 아흐메드 산자르 때인 1157년 사실상 패망할 때까지 강력한 제국이었다.


참으로 편리하고 좋은 세상이다. 손바닥만 한 전화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의 지식들을 그때그때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인터넷망 속도가 느린 것을 참는다면 말이다. 신속한 정보 접근으로 사람들의 참을성이 다소 떨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터넷망 속도가 세계에서 으뜸인 5G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만큼, 외국에서 인터넷 접속을 하다 보면 느린 속도로 포기해야 할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으니… 잠시만 끈기를 갖고 기다리면 손안에 정보와 지식이 들어오는 편리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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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날이 밝아온다.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가 가로등 불빛에 제대로 잠들지 못했을 것 같은 호텔 주변을 걸으며, 튀르키예에서의 또 다른 새로운 날 아침을 맞는다. 약 50여 분간 산책을 마치고 호텔 조식으로 가벼운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장을 꾸려 호텔 로비로 내려온다. 메카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붉은 조명으로 더욱 돋보이는 이슬람 사원이나 궁정 등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키불라 같은 벽면 장식이 여행자의 눈에 들어온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특히 많이 볼 수 있는 정교하고 독특한 문양으로 이어진 벽면 장식이다.


아침 08시경 그들을 태운 버스는 호텔을 벗어나 안탈리아를 향하여 달린다. 침엽수가 듬성듬성 보이는 넓은 들판을 지나 약 1시간 30분경을 달려 쾨프테 유스프 Köfte Yusuf란 간판이 붙은 휴게소에 잠시 쉬어 간다. Köfte Yusuf는 튀르키예의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햄버거처럼 빵에 치즈, 감자, 양파, 소시지 등을 넣어 만든 간단한 음식이다. 커피나 콜라 같은 탄산음료와 함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요기거리임을 사진 메뉴판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커피도 한잔할 수 있는 야외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으며, 휴게소 매장에는 케밥을 끓이는 항아리 옹기도 판매하고 있다. 일행들 중 몇몇은 마트에서 군것질거리를 사서 버스에 오른다. 20분가량 머문 휴게소를 떠나 다시 달린다.


차창 밖엔 이제 조금씩 나지막한 산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지나온 평야와는 달리 바위산들이 나타난다. 지표로 돌출된 암석들이 확연히 눈에 띄는 것으로 보아 콘야로 올 때 보았던 평야지역과는 전혀 다른 지질구조인 듯하다. 그렇지만 아직 콘야를 벗어나진 않았다. 아나톨리아 반도 남쪽 지중해안의 도시 안탈리아(Antalya)엔 점심때나 되어야 도착할 것이다. 아무튼 이번엔 끝도 없이 석산이 이어진다. 바위틈을 비집고 식물이 자라기엔 다소 쉽지 않아서인지 역시 숲은 없고 있어도 도로변으로 평지에 간간이 숲이라 할 것도 없는 침엽수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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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은 건축자재로 쓰이는 터키석이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한참을 그렇게 산만 보고,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돌산만 보고 달려 타우루스(토로스, Toros Dağları) 산맥을 넘는다. 튀르키예 사람들은 대개 토로스산맥이라 부르는 아나톨리아 고원과 킬리키아 해안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맥이다. 으스파르타의 호수부터 유프라테스 강 상류 지역까지 약 600km 넘게 이어지는 긴 산맥으로, 최고봉은 해발 3767m 높이의 크즐카야 봉이다. 이 지역은 알프스-히말라야 지진대의 일부로 인근 지방에서는 이따금씩 지진이 발생한다. 타우루스 (토로스)란 이름은 셈계 언어로 ‘산’을 의미하는 '투르'에서 유래되었으며, 1198년 ~ 1375년 아르메니아 유민들이 세운 소아르메니아 왕국의 군주 토로스 1세 ~ 3세가 이 지역 일대를 지배하였다. 소아르메니아 왕국은 킬리키아 해안을 중심으로 형성되었기에 킬리키아 아르메니아 왕국이라 하기도 한다.


푸른빛으로 가득한 도로변 경작지 넘어 토로스산이 멀리 보이는 것으로 보아 안탈리아 해안지역으로 접근하는 듯하다. 높아봐야 5층 정도의 주택들과 건물들이 들어선 주택가를 지나고, 11시 30분경 휴게소에 도착한다. 지중해 연안의 평평한 평야지역인 안탈리아 Manavg에 있는 휴게소이다. 이 지역은 대부분 비옥한 농지로, 농업이 주민들의 주요 업종이며, 가축과 곡물 재배, 특히 참깨와 과일, 채소가 주요 작물이다. 최근 들어 올리브 재배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콘야에서 안탈리아까지 약 300㎞의 거리이니, 버스로 5~6시간 정도 걸려야 할 것이다. 토로스산맥을 넘느라 험지의 산간도로를 달려야 하니 예정 시간보다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중해와 가까워서인지 이곳의 하늘은 유난히 파랗다. 어쩌면 저리도 파랄까? 너무나 아름다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휴게소 주변을 걷는다. 몇 시간을 버스만 타고 이동하다 보니 여기저기 뻐근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들은 스트레칭을 하며 잠시 휴게소에 머문다. 그리고 토르스 산맥을 멀리 두고 1시간가량을 더 달려 안탈리아 도심으로 들어선다. 해변가에 자리 잡은 Kuleli Kebap 레스토랑에서 밥과 야채를 곁들인 떡갈비로 오후 1시 30분이 넘어서야 점심 식사를 마친다. 오전 내내 버스만 타고 이동한 셈이다.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이야말로 땅이 넓은 나라를 여행하는 것 중 가장 힘든 부분일 것이다.


이제 그들은 베이다라리 해안 국립공원(Beydağları Coastal National Park)의 세계에서 가장 긴 승객 수송 공중 트램인 올림포스 텔레페릭(Olympos Teleferik, Olympos Aerial Tram, 공중 트램, 올림포스 케이블카, (https://www.olymposteleferik.com/))을 타고 신들의 고향으로 알려진 해발 2365m의 올림포스 산 (Tahtalı Dağı)으로 올라 안탈리아에서의 첫 번째 일정을 시작할 예정이다. 근처에는 고대 리키아의 도시 올림포스 마을이 있으며, 이곳에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기술, 대장장이, 장인, 공예가, 조각가, 금속, 야금, 불의 신 헤파이스토스 신전(Hephaistos Tapınağı )이 있다. 또한 고대 도시 파셀리스(Phaselis)와 이디로스(Idyros) 유적지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14시 37분, 그들은 올림포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하여 고대 도시 파셀리스 인근 케메르 Kemer의 승강장(base station)에 도착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것이지만 2365m의 산을 오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설레어지는, 산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파노라마 또한 상당히 기대되는 순간이다. Olympos Teleferik Station에서 기념촬영도 하며 순서를 기다리며 지중해를 내려다본다. 이곳도 해발 726m임으로 지중해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고소공포증 등 개인적인 이유로 몇몇은 트램에 오르지 않고 이곳에서 대기하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쐬기로 했다. 케이블카를 타지 못해도 충분히 지중해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15시, 드디어 트램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불과 13분 만에 여행자들을 정상에 데려다 놓는다. 전망대로 오른 그들은 금세 사방을 둘러보며 눈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경치에 빠져든다. 북쪽의 토로스산맥 정상에 쌓인 만년설이 단연 압도적인 풍광이다. 공룡의 등뼈처럼 이어지는 산맥을 따라 시야를 옮기고 반대 방향의 지중해를 바라본다.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애 얼마나 있을까? 참으로 흔치 않은 단 한 번의 기회이지 싶어 마음껏 경치를 즐긴다.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오를 수도, 볼 수도 없는 해발 2365m의 올림포스산 정상. 그곳에서 바라본 풍경은 원시적이고 경이로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산을 즐겨 오르던 그의 눈앞에 펼쳐진 이 광경은 지금껏 보아온 어떤 산의 풍경과도 달랐다. 멀리 맑고 투명한 하늘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만년설이 덮인 봉우리가 파란 하늘과 맞닿아 있어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산봉우리에서 능선을 따라 흘러내린 사면에 부딪치는 햇빛이 굴절되어 보는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빛깔을 띄며 미묘한 빛과 그림자가 연출되어 마치 산이 살아 숨 쉬고 있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유난히 파란 하늘과 장엄한 은빛 설산이 빚어내는 절경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붉은색 튀르키예 국기는 기가 막히게 대조적이면서 돋보였다. 그 순간 이곳의 시간은 오직 자연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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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8148km)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도시 이정표가 세워진 전망대 한가운데에서 친구들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하며 주어진 시간 내내 구석구석 눈에 담고 카메라에 담아본다. 지중해 푸른빛과 파란 하늘이 맞닿은 그곳엔 단지 하얀 빛깔로 구분될 뿐이다. 너무나도 강렬하고 환상적이며 멋진 이 순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아 말을 잊지 못하고 외마디 탄성만이 가득한 전망대에 머물며,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를 명확하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지중해 위에 가까이 떠있는 강렬한 햇빛이 만들어 낸 ‘빛의 산란’은 극도로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극도로 하얀 만년설을 연출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튀르키예를 여행하는 내내 압도적인 풍경과 경이로움에 가득 찼었는데, 오늘 또한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조차 극도의 파란 빛깔과 흰 빛깔로 물들인다.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산을 내려오는 케이블카에 몸을 싣고 올림포스 산을 내려와 승강장에 대기하고 있던 일행들과 합류하여 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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