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항구와 지중해 그리고 절벽 위의 마을 칼레이치

by 조영환

튀르키예 여행기 - 로마 항구 Roman Horbour와 지중해, 그리고 절벽 위의 마을 칼레이치(Kaleiçi) 역사지구


새벽 5시에 잠에서 깬다. 친구와 함께 호텔 주변을 산책하기로 하고 호텔을 나온다. 바닷가 해변 옆에 지어진 호텔에 투숙한 덕에 이른 아침 지중해변을 산책하는 호사를 누린다. 산책로에도 도로에도 그 어디에도 사람도 차도 없는 지극히 차분한 새벽 시간이다. 오직 가로등 불빛만이 껌벅거리며 이른 새벽 산책로를 걷는 여행자를 맞는다.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건너편 해안가 거리에서 반짝이는 불빛과 밤새 산책로를 밝힌 불빛도 거리의 간판도 어둠에 잠겨 있는 바다와 하늘에 기대어 붉은빛을 비추며 따듯하고 온화한 감정을 숨기지 않는 해안가 라라 거리(Lala CD.)를 걷는다. 오랜 지기와 함께 그런 따듯한 산책로를 걷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편안하고 좋아 굳이 그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친구와 함께 따듯한 아침 산책을 마음껏 즐기기로 한다.

그들이 걷고 있는 이 거리는 안탈리아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중해변을 따라 호텔, 해수욕장, 카페와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는 지역으로 해안가 근처에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휴양지이다. Muratpaşa Plajı, Muratpaşa Belediyesi Antalya İnciraltı Plajı, Muratpaşa Belediyesi Mobil Halk Plajı 등 해수욕장과 T.C. muratpasa Belediyesi Manavoglu Parki, Mehmet Manavoglu Parki 등 지중해 최고의 휴양지로서 손색이 없는 해안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오늘 아침 거리의 산책로를 따라 자연스럽게 바닷가 공원으로 이어지는 아침 산책을 하며 또 다른 모습이 기대되는 안탈리아 2일 차 여행을 시작한다.


오늘 첫 번째 일정으로 찾은 곳은 어제 방문한 칼레이치(Kaleiçi) 마을 해안가에 있는 로마 항구이다. 일행 중 일부는 유람선을 타고 지중해로 나갈 것이고, 그와 친구들은 선착장 근처 공원을 산책할 예정이다. Cumhuriyet Meydanı 공화국 광장 옆 Tophane Parki에서 잠시 걸어 Kaleici Panoramic Elevator 승강장으로 이동하고 언덕 절벽에 설치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Roman Horbour로 내려간다.


로마 항구 Roman Horbour는 안탈리아 역사 지구인 칼레이치 언덕 아래 해변에 있는 항구로 기원전 2세기 경부터 지금까지, 안탈리아 서쪽 해변 Konyaaltı Plajı 끝에 신항이 건설되기 전까지 줄곧 안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항구이자 생명선과도 같은 항구이다. 비잔틴과 오스만 시대에 무역과 해군을 위한 항구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던 항구였지만, 1980년대 복원이 이루어진 후엔 요트, 유람선의 정박지가 되었다. 항구의 방파제 끝에서, 그리고 조금 언덕을 걸어 오르면 공원 전망대에서 지중해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처로 안탈리아를 찾는 관광객이 특히 많이 찾는 항구이기도 하다.


항구 주변은 언덕과 해안 절벽으로 이루어진 지형인데, 그러한 지형을 그대로 살려 호텔과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음에도 보기 싫거나 경관이 훼손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게 개발하였다. 잠시 서서 관찰해 보니 최소한의 개발행위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과도하게 토목작업이 이루어진 난개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생긴 그대로 언덕에 들어선 건축물이나 시설들이 지형과 함께 지중해변의 또 하나의 경관이 된다.


바다 건너에 어제 올림포스 산에 올라 보았던 눈에 익숙한 산그리메가 들어온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산봉우리 뒤로 붉은 기운이 감돌며 아침햇살이 바다에서 기지개를 켜고 올라오고 환하게 웃는 친구들의 얼굴 위에 부딪친다. 바다나 도시나 사방 하늘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전부 붉은 기운으로 감싸이며 희망으로 가득한 오늘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깎아지른 절벽 위에 지어진 아담한 단층 집들이 해안가 절벽 위로 즐비하게 이어지고, 그 절벽 아래 로마 항구엔 유람선이 출발할 채비를 하고 관광객을 태우고 있다. 유람선 한 척에 많은 사람들이 타는 것이 아니고 많아야 10명 내외 팀별로 승선을 시키는 모양이다. 그들과 함께 온 일행들이 승선을 마치자 유람선은 천천히 항구를 빠져나간다. 그와 친구들, 그리고 몇몇 일행들은 항구를 빠져나가는 유람선을 향하여 손을 흔들며 환송한 후 바닷가 방파제 쪽으로 걸으며 여유롭게 자유여행을 즐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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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 끝에 서있는 하얀 등대(Liman Seyitlik)와 마주 보며 걷는다. 이 항구는 아마도 안탈리아 역사지구 칼레이치 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 아닐까? 란 생각을 하며 방파제 위를 걷는다. 아침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방파제에 서서 언덕을 바라보는데, 마침 아침 햇살이 언덕 위 마을에 내려앉는다. 강렬하지만 충만한 붉은빛이 마을의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멀리 올림포스 산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며 무어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로마 항구에서 바라보는 적벽 위의 언덕 마을과 항구는 한껏 아침햇살을 받아 생동감이 넘치고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여행자들 얼굴 위에 감동이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다. 지중해와 가까워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칼레이치의 명성은 과연 허명이 아니었다.


함께 온 일행들 중 몇몇이 사진을 찍어 달라 한다.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바다의 푸른 물결, 올림포스 산의 웅장한 모습, 해안가 절벽의 드라마틱한 경치, 고요하게 숨 쉬고 있는 절벽 위의 마을, 작은 배들이 흔들거리며 속삭이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있는 항구까지 모두 들어오게 파노라마 촬영으로 몇 장 찍어주며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주었다. 앵글 속으로 들어온 그들의 모습은 그가 그의 마음속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었던 순간들이었다. 그가 셔터를 눌렀을 때, 그의 카메라는 그들의 행복한 순간을 담았지만, 그가 느끼는 고독감은 여전히 그곳에 남았고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더!” 누군가 외쳤고,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어 그들의 모습을 담았다. 하지만 그 사진 속에서 그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 식으로 든 표현할 수 없었다. 각기 다른 색의 행복이 가득한 사진 속에서, 그는 자신이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더욱 깊게 느꼈다.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한 그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속의 감정은 결코 그들의 그것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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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뒤로하고 계단을 따라 전망대에 오르니 올림포스 산과 안탈리아 해변의 로마 항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항구로 들어오는 유람선까지 바다에 떠 있으니 그야말로 기가 막힌 풍경이 만들어진다. 호수같이 고요한 바다 지중해, 멀리 보이는 올림포스 산, 언덕 아래 숨겨놓은 듯 자리 잡은 로마 항구, 그리고 절벽 위로 이어지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그리고 그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거의 환상적인 절경을 바라볼 수 있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작은 전망대 공원 (Kecili Park Viewing Platform)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일행들이 탄 배가 항구로 들어온다. 그들은 바다로 나가서 항구와 마을을 보았을 것이다. 이곳에서 바라본 모습과는 또 다른 풍경이었을 것이다. 유람선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얼굴엔 즐거움이 가득 묻어난다. 아쉽지만 오스만 시대의 전통 건축물과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 양식을 볼 수 있는 갈레이치 역사지구 마을을 벗어나 언덕을 내려와 일행들과 합류하고, 그렇게 로마 항구를 떠나 다음 여정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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