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도 은하수가 있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살아남아, 나중에 더 추한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 칼 구스타프 융 (C.G. Jung, 스위스)
우리는 종종 망원경을 들이대며 우주의 끝을 바라보지만,
정작 우리 안의 우주,
작고 조용한 이 머릿속 세계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요즘 나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감정의 흐름,
뉘앙스, 기억, 불안, 기대, 그리고 말로는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미세한 진동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려 애쓰고 있다.
한순간 기분이 좋아졌다가,
아무 이유 없이 깊은 허무감이 밀려오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괜찮아, 나도 잘하고 있어”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복합적인 심경.
나는 이 정체 없는 파도 같은 감정의 흐름을,
지금까지는 무시하거나 바쁘다는 이유로 외면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흐름을 놓치지 않고 붙들기 위해
하루하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감정은 별과 같다.
하늘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별처럼
내 안에도 수많은 감정들이 떠 있다.
그 감정들을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글이다.
글로 표현되기 전까지는
그 별들은 어둠 속을 떠돌 뿐이고,
글로 이어져야 비로소 '별자리'가 된다.
고전은 말한다.
"너도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있니?"
철학은 묻는다.
"왜 우리는 이런 감정을 품고 사는 걸까?"
문학은 조용히 속삭인다.
"그 감정 속에 그냥 앉아 있어도 돼."
이 감정노트는 나의 별자리 지도다.
이제 막 펜을 들어 어두운 밤하늘에 별 하나를 찍은 것이다.
어디선가 누군가도 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그 별빛이 닿기를 바란다.
나는 지금, 나를 탐사하는 중이다.
그리고 이 탐사는 고전이 될 수도 있다.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