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의 우주를 탐험하는 일
"우주를 탐험하는 것보다 더 놀라운 여정은, 자신을 탐색하는 일이다."
— 칼 세이건 (Carl Sagan, 미국 천문학자)
사람들은 허블망원경을 통해 수십억 광년 떨어진 우주의 끝을 보려 한다.
화성의 토양을 분석하고, 목성 너머의 행성을 탐색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우주,
머릿속에서 끝없이 출렁이는 감정, 기분, 기억, 상념의 은하를 들여다보는 일에는 놀라울 만큼 서툴다.
나는 지금, 그 늦은 탐사를 시작하고 있다.
내 안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켜켜이 쌓여 있었는지를,
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질 줄 알았던 감정들이
어떻게 다시 되살아나 나를 물들였는지를 매일매일 기록하며 마주한다.
감정은 표현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은 표현되지 않을수록 더 깊은 곳에 남는다.
내가 이렇게 노트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억은 희미해지지만, 기분은 기록될 수 있다.
그 기록이 쌓이면, 어느 날 그 자체가 하나의 사유가 되고 철학이 된다.
인류는 고대부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고전과 문학과 종교를 만들었다.
성경, 불경, 코란, 도덕경… 모두 결국 인간이라는 미지의 뇌와 감정을 이해하기 위한 이야기다.
소설은 감정의 복잡한 결을 풀어내고, 시는 그 미세한 떨림을 언어로 옮긴다.
그게 우리가 인문학이라 부르는 것이다.
나는 지금, 그 오래된 전통을 따라
내 안의 우주를 탐사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문득 불현듯 과거의 장면이 떠올랐고,
그 순간의 억울함과 아쉬움이 함께 올라왔다.
하지만 이젠 그것을 억누르지 않는다.
글로 옮기는 순간,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한 편의 풍경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생각, 그냥 잊고 살면 되지 않나요?”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감정은 잊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쓰여야 한다.
기록될 때에야, 비로소 감정은 나의 일부로 귀속된다.
나는 지금, 내 머릿속의 우주를 걷는다.
그리고 언젠가 이 여정이
누군가에게도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은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