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설계하는 A–B–C 프레임과 내면의 나침반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하는 최고의 도구는,
현재의 나를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다.”
— 다니엘 카너먼 (Daniel Kahneman, 심리학자·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우리는 종종 미래가 불안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그 불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안은 종종 구체성의 결핍에서 온다.
지금의 나(A)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가고자 하는 목표(C)는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그러니 그 둘 사이를 잇는 과정(B) 역시 흐릿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이 프레임을 가끔 ‘삶의 나침반’이라고 부른다.
A: 지금의 나 — 나의 현실, 상태, 가치관, 자산, 감정
B: 그 현실에서 C로 가기 위한 실행의 여정 — 습관, 계획, 루틴, 방향
C: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 모습 — 인생 3막의 비전, 정체성, 쓰임
많은 사람들이 이 세 가지 중 단 하나만 놓치더라도,
방향은 어긋나고 불안은 커진다.
특히 A와 C를 두루뭉술하게 해버리면
B는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나는 55세에 퇴직했고,
앞으로 30년간 나의 인생 3막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고민 중이다.
A에 대한 정확한 자기 진단 없이는
C로의 여정은 공중에 뜬 이상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나는 매일 나를 바라본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제일 잘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 어떤 자원이 남아 있는지,
그리고 그 위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지를 질문한다.
그리고 이렇게 쓴다.
글을 쓴다는 건 결국,
A와 C 사이의 모호한 선을
조금씩 선명하게 연결해나가는 작업이다.
불안은 A와 C가 ‘명확하지 않음’에서 시작되고,
성장은 그 두 점을 잇는 B의 여정을 ‘구체화’하는 데서 비롯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A와 C 사이에 놓인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펜을 든다.
그게 내 불안을 나침반으로 바꾸는 방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