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살아봤기 때문이고, 불안은 아직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은 분명하게 기억하고, 아직 오지 않은 일은 막연히 두려워한다.”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스위스 출신 철학자, 『불안』 중에서)
최근 아침마다
과거의 한 장면들이
이따금 내 머릿속을 기습하듯 스쳐 지나간다.
"그때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달라졌을까?"
후회인가, 미련인가.
아니면 아직도 그 장면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감정의 찌꺼기인가.
그러다 불현듯,
미래를 떠올려본다.
하지만 머릿속은 금세 안개처럼 흐려진다.
흐릿하고 막연한 이미지,
그리고 그 곁을 따라다니는 이름 모를 불안.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과거는 이미 내가 살아본 세계이기 때문에 구체적이다.
하지만 미래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추상적이다.
우리는 경험한 기억에선 안심을 얻고,
경험하지 않은 미래에선 불안을 얻는다.
그렇다고 과거에 계속 머물 수는 없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불안은 우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정직한 감정이다.”
그 불안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게 아니라,
그 속에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단서를 찾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몫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아직은 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분명히 존재하는
‘가능성’이라는 미래를 향해
천천히 방향을 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