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씻는 시간, 마음도 닦이는 순간
“나는 매일 거울을 보며 묻는다. 오늘의 나는 진짜 나인가.”
— 소크라테스(Socrates), 고대 그리스 철학자
퇴직 이후,
나의 새벽은 헬스장에서 시작됩니다.
한동안 흐트러졌던 몸과 루틴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새벽을 깨웁니다.
숨이 차도록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몸 안의 노폐물과 마음속 뿌연 감정이
땀과 함께 흘러내릴 때,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자격을 얻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샤워실.
따뜻한 물줄기 아래 서 있으면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거울 앞,
몸을 닦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을 닦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몸이 더러워졌을 땐 당연히 씻으려 하면서,
마음이 지칠 땐 왜 그대로 두고만 있을까요?
그날의 후회, 억울함, 불안, 미련…
그 모든 정서의 때가 몸에 묻은 먼지처럼 쌓이곤 하죠.
그리고 그걸 닦아낼 방법은 단 하나.
마음 앞에 서는 것입니다.
글을 씁니다.
휘갈겨 써도 좋고,
한 줄만 적어도 좋습니다.
그 순간, 그것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샤워 후에 거울 앞에 선 내 몸이
정돈되어 보이듯,
한 줄의 문장을 마주한 내 마음도
조금은 평온해집니다.
그러니 말이죠,
매일의 땀방울처럼,
매일의 문장도
마음을 닦는 루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거울일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