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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트 20. 샤워 후, 마음 앞에 서다

몸을 씻는 시간, 마음도 닦이는 순간

by 사무엘


“나는 매일 거울을 보며 묻는다. 오늘의 나는 진짜 나인가.”

— 소크라테스(Socrates), 고대 그리스 철학자


퇴직 이후,

나의 새벽은 헬스장에서 시작됩니다.

한동안 흐트러졌던 몸과 루틴을 되돌리기 위해,

다시 새벽을 깨웁니다.


숨이 차도록 러닝머신 위를 달리고,

몸 안의 노폐물과 마음속 뿌연 감정이

땀과 함께 흘러내릴 때,

비로소 하루를 시작할 자격을 얻은 기분입니다.


그리고 샤워실.

따뜻한 물줄기 아래 서 있으면

비로소 진짜 ‘나’와 마주하게 됩니다.

거울 앞,

몸을 닦고 있지만,

사실은 마음을 닦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몸이 더러워졌을 땐 당연히 씻으려 하면서,

마음이 지칠 땐 왜 그대로 두고만 있을까요?


그날의 후회, 억울함, 불안, 미련…

그 모든 정서의 때가 몸에 묻은 먼지처럼 쌓이곤 하죠.

그리고 그걸 닦아낼 방법은 단 하나.

마음 앞에 서는 것입니다.


글을 씁니다.

휘갈겨 써도 좋고,

한 줄만 적어도 좋습니다.

그 순간, 그것은

내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샤워 후에 거울 앞에 선 내 몸이

정돈되어 보이듯,

한 줄의 문장을 마주한 내 마음도

조금은 평온해집니다.


그러니 말이죠,

매일의 땀방울처럼,

매일의 문장도

마음을 닦는 루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신의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은,

세상에서 가장 진실한 거울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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