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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노트 09 “닫히는 문, 열리는 창”

후배와 인생 3막을 논하다.

by 사무엘


일요일 아침.

세상은 조금 느리게 숨을 쉬고 있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휴식을 만끽하고 있을 시간.

그 고요한 주말 아침에

나는 교보문고에서 한 후배를 만났다.

한창 바쁜 일과 중에도

귀한 휴일을 내어 나와 마주 앉은 후배가

왠지 더 고맙게 느껴졌다.


회사에 남아 여전히 뛰고 있는 후배.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서 한 발짝 먼저 걸어 나온 사람.

서로 다른 위치지만,

우리는 묵묵히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의 거리에 있었다.


후배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날카롭게 말했다.


“선배님 같은 분은 짜르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선 우수 인재를 찾느라 정신없어요.

그런 걸 보면… 회사가 손해인 것 같아요.

선배님께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의 창’입니다.”


순간, 마음이 조용히 멈췄다.

닫힌 문을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닫힌 문 너머로 열리고 있는 창의 기척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회사는 나를 더 이상 담을 수 없었다.

내가 그릇이 너무 크다거나,

그릇 바깥으로 자꾸 넘치려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오히려

내 생각과 경험과 통찰이 흐를 수 있는

넓은 강과 같은 공간일지 모른다.


후배는 덧붙였다.


“회사에 미련 두지 마시고,

이제 시원하게 뜻하는 바를 펼치세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방향을 다시 잡은 선배님…

정말 멋집니다.”


그 말에 나는 오래 눌려 있던 무게가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

나를 알아봐주는 시선,

나의 가능성을 다시 꺼내주는 따뜻한 손길.


오늘 이 만남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다.

나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그 진심이 다시 내 안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아름다운 순환이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참 따뜻했다.

바쁜 후배가

쉬어야 할 일요일 아침에 시간을 내어 나와주었고,

나는 그 앞에서 겉치레 없이 솔직한 내 모습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만남.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참 고맙고, 참 아름다운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맞다.

문은 닫혔지만,

창은 열렸다.

그리고 나는 그 창 너머의 세상을

이제 막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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