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인생 3막을 논하다.
일요일 아침.
세상은 조금 느리게 숨을 쉬고 있었고,
사람들은 대부분 휴식을 만끽하고 있을 시간.
그 고요한 주말 아침에
나는 교보문고에서 한 후배를 만났다.
한창 바쁜 일과 중에도
귀한 휴일을 내어 나와 마주 앉은 후배가
왠지 더 고맙게 느껴졌다.
회사에 남아 여전히 뛰고 있는 후배.
그리고 나는, 그 회사에서 한 발짝 먼저 걸어 나온 사람.
서로 다른 위치지만,
우리는 묵묵히 삶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신뢰의 거리에 있었다.
후배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날카롭게 말했다.
“선배님 같은 분은 짜르면서도,
또 다른 한편에선 우수 인재를 찾느라 정신없어요.
그런 걸 보면… 회사가 손해인 것 같아요.
선배님께는 오히려 지금이 ‘기회의 창’입니다.”
순간, 마음이 조용히 멈췄다.
닫힌 문을 아쉬워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그 닫힌 문 너머로 열리고 있는 창의 기척을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회사는 나를 더 이상 담을 수 없었다.
내가 그릇이 너무 크다거나,
그릇 바깥으로 자꾸 넘치려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깥세상은 오히려
내 생각과 경험과 통찰이 흐를 수 있는
넓은 강과 같은 공간일지 모른다.
후배는 덧붙였다.
“회사에 미련 두지 마시고,
이제 시원하게 뜻하는 바를 펼치세요.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방향을 다시 잡은 선배님…
정말 멋집니다.”
그 말에 나는 오래 눌려 있던 무게가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
나를 알아봐주는 시선,
나의 가능성을 다시 꺼내주는 따뜻한 손길.
오늘 이 만남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다.
나의 진심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그 진심이 다시 내 안의 의지를 일으켜 세우는 아름다운 순환이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참 따뜻했다.
바쁜 후배가
쉬어야 할 일요일 아침에 시간을 내어 나와주었고,
나는 그 앞에서 겉치레 없이 솔직한 내 모습을 꺼내놓을 수 있었던 만남.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참 고맙고, 참 아름다운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이렇게 생각했다.
“맞다.
문은 닫혔지만,
창은 열렸다.
그리고 나는 그 창 너머의 세상을
이제 막 바라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