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5 ~ 2017.6.1 ⑤
마지막 날이다. 뭐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또 미야마에 가서 대충 빈둥대다가 밤을 맞았다. 마지막 날이라고 그래도 사람들이 몇몇 나와 주었다. 바 주인 부부가 가게 바로 옆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기에 메가돈키 가서 휴지를 사서 안겼다. 아마 월요일인가 내가 이 술집 주인한테 감독하고 있었던 일 대충 일러서 그 인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대신 사슴 고기, 어묵 같은 것들을 계속 내놓았다. 뭔가 해 주고 싶은 기운이 가득했다.
치쨩이랑 옆집 가서 멘치까스에 밥 한끼 때리고 다시 돌아오니 바야흐로 기나긴 밤의 시작이었다. 주인상은 조그만 샴페인까지 따 주었다. 료헤이상이 좋은 카메라를 가져와 잔뜩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이리에상이 나와 끝까지 있어 주었다. 3월에 비해서는 소규모였지만 행복한 마무리였다. 비 내리는 도쿄를 뒤로 하고 다섯시 쯤 가게를 나왔다.
정말 피곤했는지 1층인데도 창문 활짝 열어 놓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 시부야역에 짐을 맡기려는데 버스에서 엄청 쿠사리를 먹었다. 기사가 짐 좀 잡고 있으라고 하질 않나 웬 할마시가 방해되잖아! 라고 소리치질 않나... 정말 이번 여행은 좀 망한 기분이라고 생각하며 거리 사진을 찍었다. 전날 추천받았던 밥집은 밥도 점원 태도도 차가웠다. 밥을 먹고 나오니 날이 개 있어서 푸글렌에 앉아 라떼를 마셨다.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다시 시부야역으로 가는 길이 처량했다. 심지어 차 왔는데도 다른 곳에 있다가 놓칠 뻔했다. 진심으로 못 돌아갈 뻔했다. 나리타는 조금의 운치조차 없었다. 그렇게 복잡한 기분으로 도착한 한국에서는 갑자기 면접이 잡혔다. 그리고 끝일 줄 알았던 도쿄 별일은 다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