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개

부치지 못할 편지

by 벼람
혼자 사랑에 빠졌음을 확인했기에 그 사람에게 더이상 전하지 않지만,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
그저 좋아했다는 말조차 조심스러워진 어느 순간, 내 안에 고이다 흘러넘친 감정을 조용히 꺼내 적었다.
부치지 못할 시를, 여기 남겨 둔다.

고양이와 개


자립했고
일을 사랑하고
자기 삶에 프라이드가 있는 사람은
나와 잘 맞으리라 생각했다

혼자 서 있는 자세가 닮으면
같이 걷는 방향도 같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를 수 있다는 걸,
같이 버티는 법을 아는 사람과
같이 흔들리는 법을 아는 사람은
서로 다른 결이라는 걸,

우리는
둘 다 성실했고
둘 다 진지했고
둘 다 각자의 세계를 잘 돌보고 있었지만
다가오는 방식이 달랐다

한쪽은
가만히 옆에 있었고
한쪽은
옆에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했다

마치
고양이와 개처럼


누가 더 옳아서가 아니라
서로의 언어가 달라서,

비슷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관계를 꿈꾸면
어느 쪽은 계속
다른 쪽을 배워야 한다는 걸


있잖아... 우린

개냥이가 될 순 없을까?


다름 앞에서
좋은 사람을 포기하는 일은
사랑이 아니라
선택이라는 걸


좋은 사람을 잃은 게 아니라
나에게 맞는 언어를
지키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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