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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Mar 16. 2022

성수동 히트메이커, 김재원 아트 디렉터 인터뷰

복합문화공간 LCDC SEOUL 인터뷰

|  INTERVIEW

                                           

                                                             LCDC SEOUL 총괄 아트디렉터 김재원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시인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이야기 모음집 [이야기 속 이야기]에서 앞글자를 따와 LCDC라는 이름이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렇다면 LCDC만의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어떤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 시작한 공간인가요?


   저희가 기획한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뜻의 패션 브랜드 Le Conte Des Contes에서 앞글자를 따와 LCDC를 기획했어요. LCDC 만의 이야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에요.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쉬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와서 이야기들이 쌓여 나가고 또 다른 이야기가 만들어지겠죠. 작품의 완성은 독자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저희들이 시작한 이야기가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나가는 모습을 기대하며 시작한 공간이에요.



Q. 콘텐츠의 힘을 바탕으로 많은 걸 시도하는 브랜드를 선별하셨다고요.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거의 모든 브랜드가 브랜디드 콘텐츠, 콘텐츠 마케팅을 하고 있잖아요. 그 가운데서도 LCDC에서 어떤 구체적인 기준으로 각 브랜드를 선정했는지 궁금해요. LCDC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입점 브랜드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점과, 각 브랜드의 개성도요.


   우선 LCDC SEOUL을 공간 브랜딩을 통해 탄생한 공간 플랫폼이라 부르고 있어요. ‘복합문화공간’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상업적 공간과 문화 공간을 함께 만들었다는 부분에 비중이 실린다면, 이 ‘공간 플랫폼’이란 개념은 ‘이야기’라는 콘셉트에 기반해 온/오프라인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는 의미가 강하다고 의식해요. 

   공간 MD도 브랜드 콘셉트 - 공간 콘셉트 - MD 콘셉트로 이어지게 구성했고, 이러한 기획에 따라 오리지널 브랜드들과 참여 브랜드들을 정리하고 배치했어요. A동 1층 카페 이페메라, 2층 패션숍 르콩트 드콩트, 3층 도어스(플로우 및 팝업 공간)와 4층 바 피에스 그리고 B동 팝업 공간 DMMYY까지 LCDC SEOUL에서 기획하고 운영하는 오리지널 브랜드예요. 

  단순히 상업 공간만 생각했다면 테넌트를 계속 바꾸는 일반적인 방식을 따랐을 테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 콘텐츠’에 대한 구성을 전개하고자 했어요. 또한 A동 3층 도어스의 6개, C동의 1개의 입점 브랜드는 LCDC SEOUL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콘셉트에 맞게 모두 각자의 특색 있는 이야기를 하는 브랜드예요.

   공간 콘텐츠에 힘이 생기려면 콘텐츠를 유지할 수 있는 생명력을 불어넣고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해요. 그래서 단순히 화제성을 가진 핫플레이스가 아니라 콘텐츠의 꾸준한 힘을 바탕으로 많은 걸 시도하고 있는 브랜드를 선별했어요.


LCDC SEOUL 카페 이페메라
LCDC SEOUL 도어스(Doors)


Q. 처음엔 60평 규모의 편집숍으로 계획되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런데 실제론 연면적 500평에 A/B/C 3개 동으로 꾸려졌죠. 이야기로 치자면, 단편소설이 대하소설이 된 것 같은 확장인데 어떤 과정과 사연을 거쳐서 이렇게 규모가 커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프로젝트의 초반에 우리 삶의 ‘여정’과 ‘이야기 속의 이야기’라는 콘셉트의 ‘르콩트 드콩트’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었고, 이 브랜드를 위한 공간이 지금의 LCDC의 공간으로 선정되면서, 프로젝트가 지금의 규모까지 확장되었어요. 초반에 잡아두었던 브랜드의 탄탄한 철학과 이야기를 기반으로 개념을 확장해서, 더욱 다양하고 입체적인 콘텐츠가 담긴 공간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LCDC가 사람들에게 ‘기능적’으로 어떤 공간이기를 바라시나요? 정서적으로는요?


   LCDC를 오픈하고 공간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에 공감이 된 후기가 있었어요. LCDC SEOUL을 '휴머니즘이 녹아있는 공간' 이라는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이었는데요. 사실 자본의 논리로 돌아가는 상업 공간과는 잘 맞지 않는 듯 하지만, 굉장히 공감이 되었어요. 이제는 오프라인 공간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은 아니니까요. 저는 사람들이 브랜드가 제안하는 경험 요소들을 통해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고,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긍정적인 자극을 받아가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LCDC에서는 온라인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사람 대 사람으로서 전할 수 있는 마음과 이야기를 브랜드 경험에 녹일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것 같아요.



Q. “여행자를 위한 복합 콘텐츠 공간”이라고, 삶을 여행에 빗댄 표현하신 것을 봤어요.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잡으신 이유가 있나요? 그 키워드를 공간 전체에서 어떻게 풀어내고 계신 지 궁금해요.


   LCDC SEOUL 은 다양한 이야기를 브랜드들이 모여있는 공간이에요. 여기를 방문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여행을 하는 것처럼 즐길 수 있는 공간, 콘텐츠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자 했어요.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그 과정을 ‘여행’이라는 개념을 넘어선 하나의 ‘여정’이라는 콘셉트로 접근한 공간인 거죠.



Q. 정식으로 오픈도 하기 전부터 이미 큰 기대와 관심을 받았어요. 무엇 때문이었다고 생각하세요? LCDC를 특별하게 만드는 차별점에 대해서 내부적으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공간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 라는 대전제 아래 모든 것이 구성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이었는데요. 여러 단편 소설들이 모여 하나의 단편집을 이루듯, 공간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서로 만나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컨셉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어떤 스튜디오의 어떤 디자이너와 어떤 브랜드와 어떤 공간을, 어떤 시각물을, 어떤 제품을, 어떤 콘텐츠를 만들게 되든지 그 안에 집약되고 또 깊이 있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를 생산해야 했죠.

   이야기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소스’와 ‘이를 구현하는 작가’가 필요해요. 각 동, 각 층의 콘텐츠와 공간을 누구와 함께 만들면 가장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한 끝에, 저희가 기획한 이야기의 소스로 자신만의 어투와 문체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크리에이터들을 섭외했어요. 또한 LCDC SEOUL을 기획하기 전전 수개월간 기획한 브랜드 ‘르콩트 드콩트’를 만든 과정에서 접한 '단편과 장편, 액자식 구성, 옴니버스 구성, 직렬과 병렬식 구성' 같은 이야기의 구조를 많이 활용하려고 했어요. 같이 일할 사람을 선정하고, 층별 구조를 짜고, 테넌트를 섭외하고,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등 LCDC SEOUL을 만드는 모든 과정의 일들이 이 구조와 철학 아래 행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우리가 만들어 간 이 이야기가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 즉 이 공간을 즐기는 모든 이들과 함께 ‘열린 결말’로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죠. 그게 LCDC SEOUL 프로젝트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예요.



LCDC SEOUL 르콩트드콩트


Q. 자동차 수리점과 신발 제조 공장을 리모델링한 재생 건축물이에요. 창문이 있던 자리를 그대로 살려 둔 채로 막아 놓은 것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과거의 흔적을 남기거나 혹은 덮는 기준이 있었나요? 


   리노베이션 건축이라는 면에서, 기존의 건물을 남기고 리노베이션을 한 A와 B동 그리고 신축 건물 C동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하는 중정 스퀘어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스퀘어가 흩어져 있는 ‘각 층과 실 - 중정 - 환경’의 맥락을 관통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내도록 기획했어요. 공간이 지니고 있는 볼륨과 공간의 각기 다른 성격. 수평적 통일감은 수직적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고 어느 한쪽 측면의 독점적인 우월함이 없이 하나의 세계관을 지니게 하죠. 공간을 둘러싼 틀은 통일감을 이루며, 서로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개방감을 제안했어요. 또한 공간의 외부에서 보이는 A동의 외벽은 기존의 조적 벽면을 살렸고, B동의 외벽은 모르타르 질감의 노출 콘크리트 연출 마감을 채택했어요. 그리고 A동, B동 모두 과거의 창호의 자리를 콘크리트로 매꾸어 기존의 구조를 박재했는데요. 기존에 각자 존재하던 A동과 B동 사이에 통일감 만들어내면서도, 원래 지니고 있던 각자의 모습을 담고자 했어요.


LCDC SEOUL 중정


Q. 다양한 지역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두고 LCDC SEOUL이라 이름 지으셨다는 이야기를 보았어요. 그렇다면 첫 번째 지역인 ‘성수’는 LCDC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아마도 여러 지역에서 러브콜도 많이 받고 계실 것 같아요. 두 번째 LCDC로 염두하고 계신 지역이 있나요?


   성수동을 지도에서 한번 보시면 성수동을 크게 가로지르는 연무장길이 길게 있어요. 연무장길을 크게 서쪽과 동쪽으로 나눠서 구분하고 있는데요. 연무장길 웨스트는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밀도 있는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브랜드가 생겨나 재밌는 장소로 발전되고 있죠. 그런데 LCDC 가 위치하는 연무장길 이스트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크게 없어서 그쪽에도 뭔가 재미있는 브랜드들이 생겨나길 바랐어요. 이 공간을 기점으로 연무장길 이스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면 더 재미있겠다 생각한 거죠. 솔직히 연무장길 이스트의 발전이 더 기대가 돼요. 이 거리를 한번 돌아다녀보시면 아시겠지만, 기존에 쉽게 볼 수 없는 큰 규모의 건물들이 많아 앞으로 이색적인 거리가 만들어질 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공간의 위치를 선정할 때는 '그 공간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와 이야기를 잘 표현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맞아떨어져야 하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조건들이 있어서 앞으로 어떤 지역에 어떤 모습의 LCDC 를 구성할지는 아직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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