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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Dec 21. 2021

미래의 문법을 이야기하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F&B 브랜드 누데이크

기이한 아름다움, 미래의 문법을 이야기하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우리는 모두 현재를 살아가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을 품고 있다. 아무도 완벽하게 그릴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떠올려 보았을 모습을 당장 눈 앞에 보여준다면 모두가 주목하지 않을까? 자신들만의 견고한 세계관을 확립하며 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과감하고 전위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며 패션계 지각변동을 일으켰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이번에는 F&B 브랜드 누데이크를 통해 상상 속 미래의 이미지를 우리의 현재에 가져다 놓았다. 모두가 오프라인의 위기를 말하는 지금, 젠틀몬스터는 누데이크를 통해 새로운 오프라인의 미래를 그린다.


젠틀몬스터가 그리는 퓨처 리테일 공간에 대한 해답. '새로운(New)’ ‘다른(Different)’ ‘케이크(Cake)’에서 앞 글자를 따온 브랜드명과, “Make new fantasy! Dessert of your dreams.” 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그들이 미래에서 가져온 새로운 환상은 어떤 모습일까?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갤러리를 닮은 공간, 여백의 미가 만드는 공간의 고급스러운 질감


누데이크의 플래그십 스토어, 하우스도산점. 로비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기계 소재를 활용한 설치 미술 작품의 낯선 움직임을 마주한다. 그리고 누데이크의 벽은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배경이 된다. 콘크리트의 질감을 그대로 살린 미니멀한 벽면은 자연스레 시선을 가운데 진열대, 조형미가 살아있는 디저트로 쏠리도록 한다. 대범한 레이아웃과 한적한 무드, 누데이크는 갤러리를 닮았다. 아니, 갤러리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매장 한가운데, 넓은 공간에 걸쳐 사선으로 자리잡은 디스플레이와 널찍한 여백을 두고 예술 작품처럼 전시된 디저트들은 공간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이것들을 ‘관찰’하는 방문객들의 표정엔 호기심을 넘어서 사뭇 진중함이 어린다. 이름처럼 완전히 새롭고 다른 형태의 베이커리는 누데이크의 본질이다.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누데이크는 공간이라는 캔버스에 디저트라는 매개체로 작품을 그리는 예술가와 같이 기민하게 움직인다. 공간은 같지만 주기적으로 내용을 바꾸어 계속해서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는 갤러리처럼 누데이크의 공간도 옷을 새롭게 갈아 입었다. 이탈리아 비주얼 아티스트 안드레아 아르테미시오와의 협업으로 누데이크 매장의 중심을 채웠던 미디어 아트 영상은 최근 크리스마스 버전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일반적인 크리스마스 장식의 수준을 벗어나 트리 숲을 조성해 두었다. 디저트의 핵심 오브제 중 하나인 석고상 모양의 양들이 루돌프를 대신하고 있는 작은 위트도 빠지지 않았다. 제 각각의 개성을 뽐내는 테이블, 의자, 조명이 또 하나의 작품처럼 굵직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피크 크리스마스 에디션 ⓒ누데이크 인스타그램


전위적인 실험으로 압도하는 공간의 힘


어느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누데이크의 하예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100명이 50프로를 즐기고 가는 것보다 50명이 100프로를 즐기고 갈 수 있는 방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런 과감함과 자신감이 누데이크의 가장 큰 무기인 독창성을 만든 원동력이 아닐까? 누데이크에는 푸드&베버리지, 콘텐츠, 브랜딩, 오브제&그래픽, 공간까지 총 5개의 팀이 있다. 팀의 구성만 봐도 누데이크가 브랜드 이미지를 기획하고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시대의 아이콘인 블랙핑크 제니부터 랩퍼 릴체리, 작가 이슬아 등등 영역의 경계를 넓은 보폭으로 뛰어넘어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내고 있다.


키네틱 아트 등 다양한 설치미술로 주목받은 모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누데이크 전 지점에 동시에 입점 되어 있다. 특히 하우스 도산점은 지하층의 누데이크에 이어 젠틀몬스터,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까지 실험적으로 구성된 매장이 모여 있어 공간을 찾은 고객들에게 시각, 촉각, 후각에 이어 미각을 아우르는 새롭고, 유기적인 감각의 연결을 선사한다. 누데이크를 해 젠틀몬스터가 만든 낯설고 거대한 세계의 문턱을 낮추고, 건물 전체를 판매의 공간이 아니라 감상과 경험의 공간으로 전복시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성공적인 오픈 이후 누데이크는 빠르게 지점을 확장했다. 공식 오픈 1년이 채 안 되었지만 스타필드 하남점, 롯데백화점 동탄점까지 국내에 총 3개, 그리고 상해에 2개 지점을 런칭했다. 스타필드 하남점에는 도산점의 미디어 아트 대신 SF영화에 나올 법한 인간의 얼굴을 한 로봇들이 줄지어 앉아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강렬하게 시선을 끌어당긴다. 내부 구조와 인테리어는 지점마다 다르지만 절제된 무드와 여백 속에 미래적이며 미니멀한 감각으로 본 적 없는 비주얼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누데이크의 모든 공간은 젠틀몬스터의 세계관과 뚜렷한 정체성을 시각화 한다.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퓨처 리테일, 미래를 팝니다.


온라인 커머스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지금, 어쩌면 리테일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필수가 아닐지 모른다. 온라인 쇼룸을 선보이는 브랜드가 늘어간다. 메타버스는 브랜드가 그들의 타겟과 소통하는 중요한 수단이 됐다. 이제 오프라인 공간이 입지를 지키기 위해 경쟁해야 할 상대는 더 이상 근처의 다른 가게가 아니다. 바이러스와 싸워야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시간과 재화를 더 이상 오프라인에서만 소비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경쟁에서 살아남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브랜드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젠틀몬스터의 메인 프로덕트인 선글라스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오감 만족과 새로운 경험 제공 측면에서는 압도적인 누데이크의 케이크는, 젠틀몬스터에 대한 브랜드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잠재 고객층의 저변을 넓힌다. 젠틀몬스터를 필두로 한 아이아이컴바인드 산하 브랜드 경험 확장을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됐다. 퓨처 리테일을 주창하던 그들은 결국에는 오프라인 공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모범 답안 하나를 도출해냈다.


ⓒ누데이크 유튜브


“초록색 마그마의 검은 화산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대피 명령에도 인근주민은 말차 용암 냄새가 좋다며 이동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영어로 방송되는 뉴스 채널 화면에서는 패션쇼 런웨이에서나 볼 법한 유니크한 비주얼의 모델이 마이크를 잡고 인위적인 표정과 제스처로 리포팅을 한다. 홍보용 영상조차 남다른 시도를 거듭하고 있는 누데이크가 지향하는 세계관은 응축에 응축을 거쳐 진한 농도로 우리에게 스며든다. 물론 이 환상을 가장 적극적으로 음미하는 법은 공간을 직접 방문하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 나가는 감각은 참을 수 없이 매력적이다. 누데이크는 자신들이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을 제시하며 수월하고 능숙하게 트렌드를 앞서 나간다. 우리는 그들의 실험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미래를 경험한다. 끝없는 놀라움과 새로움을 선사하겠다는 누데이크. 그들은 타 브랜드와의 비교 혹은 레퍼런스가 아니라 자신의 과거에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앞으로 나아간다. 과연 그들은 다음엔 어떤 실험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까?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 글. 김지영, 이효진 에디터/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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