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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Nov 30. 2021

회사보다 가깝고 집보다 일이 잘 되는 '집무실'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일하는 사람들의 환경이 변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다수의 영미권 빅 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전 직원 대상 재택근무를 공표했고, 국내 기업 중 우아한 형제들은 주 2회 재택근무를 상시화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예외 없이 회사로 출퇴근하던 사람들은 이제 회사 건물이 아닌 곳에서의 근무를 일상적으로 경험한다. 우리는 랜선과 와이파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지만, 마찬가지로 그 어디서나 몰입을 방해하는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집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깔끔하게 정리하고 싶은 책상, 10분만 누워있고 싶은 침대, 괜히 한 번 더 열어보고 싶은 냉장고. 가까운 카페로 나서 보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가 생각보다 소음에 예민한 사람이라는 걸 재발견하게 되고,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점하기 위해 은근히 시야가 분산되기도 한다.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일에만 신경 쓰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진다.


‘집무실’은 사무실에 대해 합의된 정의가 조금씩 달라지는 시점인 2020년, 온라인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와 브랜드 개발 전문 회사 ‘엔스파이어’가 만나 정동점에서 첫 선을 보인 분산형 오피스다. 집무실이라는 이름이 ‘집 근처 사무실'의 준말인 만큼, 주거지역의 지하철역 출구부터 도보 5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지점을 점점 확장 중이다. 서울대입구, 석촌, 일산, 목동이 운영 중이며, 11월 중순 왕십리점이 신규 오픈했다.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목동점 중정


과연 ‘집 근처 사무실’에서는 일이 잘 될까? 재택근무의 보편화에 따라 현대인들에게는 이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그래서 하나의 공간 내에서 업무 능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의 구역들을 제공하면, 그 공간을 이용하는 것을 보다 더 합리적이라 느낀다. 집무실에 입장한 사람들은 원한다면 최소 두 번 이상 업무 환경을 바꾸어 볼 수 있다. 세 가지 버전으로 마련된 업무 모듈을 경험하며 내가 어떤 모듈에서 가장 일의 능률이 오르는 유형인지 테스트하는 것도 좋다. ‘NEST’는 전면이 개방되어 시야가 트여 있고 은은한 조명과 칸막이로 구획되어 있다. ‘HIVE’는 조금 더 넓은 책상과 사무 의자가 제공되고 문을 여닫을 수 있는데, 쉽게 말해 우리에게 익숙한 독서실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CAVE’는 앞선 두 가지 모듈과는 달리 완전히 분리, 독립된 공간이다. 집무실에서 자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이용자들 중 디자이너 직군은 ‘NEST’를, 마케터 직군은 ‘HIVE’를, 에디터 직군은 ‘CAVE’를 선호한다.* 동일한 설문에서 이용자들이 이곳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 2위는 “내 업무 성향에 따라 이동하면서 쓸 수 있는 유연하고 아름다운 공간"이다. 업무 모듈의 다양화가 효과적으로 적용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NEST(왼), HIVE(가운데), CAVE(오) 모듈


이러한 업무 모듈에 대한 경험은 단순히 개방된 자리에서 구석 자리로 옮겨보는 것 그 이상이었다. 오늘 하고 있는 일감의 성격, 그리고 시시각각 조금씩 달라지는 나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 더 탁 트인 곳에 있고 싶다', ‘갑자기 어떠한 생활소음도 없는 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얼마든지 생겨난다. 그럴 때마다 원하는 공간을 찾아 나서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일이 되는데, 집무실에서는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중간중간 업무 환경을 바꾸어 볼 수 있다.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목동점


게다가 이곳은 ‘나이트 시프트(Night shift)’라는 강력한 치트키를 가졌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낮에는 카페로, 밤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바(Bar)로 전환하는 오프라인 가게들을 연상시킨다. 지점별(주로 서울권) 일몰 시간을 기준으로 공간의 전체적인 조명을 달리한다. 집무실은 “(고객이) 존중받고 있다는 기분이 드는 공간을 지향한다” 며, 에드워드 호프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을 공간의 모티프로 든다.** 이곳은 다양한 사정으로 밤샘 업무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을 환대한다. 어차피 일은 혼자 하는 것이지만,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는 공간을 넘어 존중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전해주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그것을 목표로 한다. 점심 직후 방문한 나는 매일 오후 3시의 ‘슈거&리커 타임’을 경험해볼 수 있었다. 위스키 라인업을 포함한 주류와 다과가 제공되는 시간인데 담당 스태프가 약 2시 40분부터 바에서 분주하지만 고요하게 움직이며 이용자들을 위한 주류와 다과를 세팅한다. 무제한 간식이 비치되어 있는 사무실에서와는 달리, 휴식과 환기를 위한 이 시간에는 조금 더 집중된 활기가 돈다.


ⓒ집무실 인스타그램 - 나이트 시프트(Night Shift)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목동점


‘나이트 시프트'와 ‘슈거&리커 타임'이 부가적인 요소라면, 공간에 입장하기 전부터 집무실의 정체성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는 경험 포인트가 있다. 이용자가 전용 앱을 통해 방문 직전 3단계(혼잡-활발-쾌적)로 분류된 공간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일반적으로 우리는 어떤 공간에 물리적으로 근접해 있더라도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기 전에는 공간 내부 좌석 상황을 알 수 없다. 수고스러운 방문이 헛걸음이 될 수 있는 불안정성을 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집무실이 제공하는 이 온라인 서비스는 매일의 이용자가 허탕을 치지 않을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아가 재방문율을 높인다. 게다가 이 앱을 통해 지금 이용 중인 지점의 내부 온도, 습도, 공기청정도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집무실에서 일해보니까 어때?”라는 지인의 질문에 가장 먼저 쾌적했다고 답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용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장치 덕분이다.


엄청나게 많은 일감을 들고 집무실에 첫 방문했던 날, 퇴장 직전 켜 본 앱에는 “7시간 동안 집중하셨습니다"라는 메시지가 기재되어 있었다. 혼잡한 시간을 지나 쾌적한 시간이 되기까지, 그날의 내가 원하는 만큼 집중했다. 모든 이들의 집 근처에 집무실이 생기는 날이 올까? 회사와 집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우리 집 근처에 집무실이 있는지 한 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목동점


|  INTERVIEW

                                           

                                                                            - 집무실 김성민 대표 X the blank_ 에디터 서해인


Editor’s comment: 2021년 10월, 5번째 지점인 목동점의 오픈 직후이자 6번째 지점인 왕십리점 오픈을 막 앞둔 시기. 집무실 김성민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용자 경험, 체험 모델, 디자인 요소, 사회공헌 등 집무실이 서비스 출시 후 1년간 이루어낸 다양한 가치들이 궁금하신 분들은 이 인터뷰를 읽어보세요.



Q. 사람들의 출퇴근 이동거리를 줄이는 누구나의 ‘집 근처 사무실’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실현하기 위해, 앞으로 집무실이 공격적으로 지점을 확장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어느 지점에서든 ‘균일한 이용자 경험’을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도 생기셨을 텐데요. 모든 지점에 통용되는 공간 운영 가이드라인을 세울 때 어디에 가장 주안 점을 두시는지 알려주세요.


A.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이 잘 되는 곳'을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무엇을 더 제공해야 하는가 보다는 그들에게 불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들을 위해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악하려고 하는 쪽이에요. 최근 구체적으로 개선하고 있는 영역은 ‘시간대별 조도/온도/습도’와 ‘배경 음악’의 적정한 정도를 찾는 일입니다. 우리는 ‘집무실에 오니 집중이 정말 잘 되더라!’라는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것을 목표로 이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실제로 입장한 후, 전용 앱을 통해 내부 온도, 습도, 공기청정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해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렇듯, 집무실은 전용 앱을 통해 한 사람당 최초 3일(72시간)의 공간 체험을 신청하고 이용해볼 수 있는 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서비스 1주년을 맞이해 공개된 성과 지표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누적 147년의 체험일 수를 제공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과연 많은 분들이 다녀가셨구나 싶었어요.


A.  집무실 사업의 본질은 어디서든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고객이 특정 지점이 아닌 2개 이상의 지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 체험 일수가 필요하다고 보았습니다. 물론, 모든 지점에서 균일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전제를 가져가면서요. 지금까지는 상품의 가치의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본 모델이 큰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Q. 균일한 이용자 경험이 한 축이라면, 지점별 공간 디자인의 차별화가 집무실의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듯합니다. 일산점의 ‘전화 교환기’ 오브제, 목동점의 ‘중정’ 등, 지점 별로 공간 요소와 디자인을 조금씩 다르게 배치하고 적용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일하는 사람들의 공간에 쾌적함과 편안함을 돕는 장치(의자, 조명, 다양한 업무 모듈) 외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이제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근원적인 ‘기능’을 소비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 담긴 ‘이야기’도 함께 소비하기를 원합니다. 이야기를 설계하는 작업이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개개인이 머무는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하는 것 외에도 근사함이 곁들여진 이야기까지 찾아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집무실 SPX팀(Space Platform Experience)과 마케팅팀의 핵심 업무 중 하나는 이를 시각적/경험적 장치로 풀어내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공간에 디자인 요소를 더하고, 활용하고, 이야기를 만듭니다.


Q. ‘집 근처’라는 점에 조금 더 집중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중 집무실이 가장 잘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켜준다는 점인데요. 이는 탄소발자국 감소와 연계된 ESG 비즈니스로도 이어집니다. 개인의 편의를 돕는 서비스가, 결국 사회 전체로 확장되는 것인데요.


A. 우리가 하는 일은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에는 매력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데도 세월의 흐름 속에 잊힌 지역 또는 공간이 곳곳에 있어요. 앞서 예시로 들어주신 것처럼, 집무실은 ‘콘텐츠'로 공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 왔습니다. 일산점은 과거 전화국으로 사용되던 곳을 근사한 업무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곳이에요. 왕십리점은 철도 하역장으로 쓰던 유휴지를 복층 구조의 매력적인 업무 공간으로 바꾼 경우입니다.


Q. 끝으로, 코로나(COVID19) 시대에 시작한 서비스가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있을 텐데요. 도시재생의 관점 외에도, 집무실이 앞으로 해결하고 싶은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A. 2021년은 ‘워케이션(Work+Vacation)’ 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겨나고 있는 시점입니다. 통상적으로 휴가지로 여겨졌던 지역으로 이동해서 쉼과 일을 병행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인데요. 집무실이 지역으로 진출함에 따라 파생되는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요약하자면, 공간과 그 속에 머무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 ‘콘텐츠’인가가 중요해지는 시기입니다. 그 속에서 집무실이 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해보려 합니다.


코워킹스페이스 집무실 목동점


- 글. 서해인 에디터/ 사진. the blank_ -


참고자료

*1) 집무실 자체 시행 설문 ‘take your bears!’ (2021.06.07.)

https://www.instagram.com/p/CRV4TRzj4f0/?utm_source=ig_web_copy_link

**2) 집무실 인스타그램 “업무 공간에 왜 바스테이지가 필요했을까요?” (2021.02.05.)

https://www.instagram.com/p/CLTwmk2JvYM/?utm_source=ig_web_copy_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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