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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Nov 30. 2021

낯설고 특별한 신개념 동네슈퍼, 슈퍼스티치

복합문화공간 슈퍼스티치

동네슈퍼가 이렇게 힙하다고? 신개념 동네슈퍼를 표방하는 슈퍼스티치


코로나19는 우리를 다시 동네의 익숙한 풍경 속으로 데려다 놓았다. 근처 시장에 장보러 간 김에 빵집, 반찬가게, 커피숍을 두루 들리는 예전의 반경 속으로 들어오면서 온라인 마켓, 대형마트의 존재감으로 밀려났던 동네슈퍼가 새로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마도 짐작건대 “슈퍼스티치”의 “슈퍼”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슈퍼마켓의 슈퍼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낯설고 새로운 공간엔 ‘OO슈퍼’ 같은 큼직하고 정직한 간판을 달고, 문 앞에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과일 등 물건을 가득 쌓아 둔 전형성이 없다.


넓은 전면 통창 너머 한쪽엔 컬러풀하고 감각적으로 디스플레이 된, 언뜻 봐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보이는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고 다른 한쪽엔 미드 센추리 모던 인테리어의 테이블과 의자가 창가와 나란히 하고 있다. 슈퍼스티치는 지역과 크리에이터를 위한 코워킹, 코리빙 공간을 만드는 브랜드 로컬스티치가 ‘새로운 동네슈퍼’를 표방하며 런칭한 동네 생활밀착형 그로서리 마켓이다. 더 정교하고, 뾰족하고, 다채로워지는 취향 기반의 소비 트렌드에 새로운 시도를 얹어 탄생했다.



선명하고 뾰족하게, 취향 있는 1인 가구를 위한 색깔 있는 큐레이션


오늘 아침 주문한 물건이 오늘 밤에 배송이 오는 세상에서, 몇 번 클릭만으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동네슈퍼가 갖춰야 할 매력과 미덕은 무엇일까? 코너를 돌 때마다 나오는 편의점으로 자연스럽게 향하는 발걸음을 돌려 슈퍼스티치를 찾아오도록 하려면 어떤 차별점 가져야 할까?


슈퍼스티치의 마켓 쪽 매대에는 식재료, 생활용품부터 애견용품, 인센스 같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세심하게 담아낸 물건들이 폭넓게 진열되어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브랜드의 제품들이 즐비하다. 마치 계란판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패키징과 누구나 쉽게 홈 가드닝에 입문할 수 있는 간편 씨앗키트로 빠르게 성장 중인 'Seed Keeper'의 제품이 눈에 띈다. ‘반려 식물’이라는 단어가 등장했을 정도로 플랜테리어는 MZ세대의 인테리어 트렌드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슈퍼스티치는 이런 트렌드를 민감하게 캐치해 브랜드를 선별했다.


입점 제품 라인업에서 MZ세대 트렌드를 대표하는 ‘가치소비’라는 또다른 핵심 키워드도 읽어낼 수 있다. 친환경 칫솔, 톤28처럼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는 것을 최소화한 패키지의 화장품이나 다양한 브랜드에서 나온 각양각색의 샴푸바 등이 그것이다. 슈퍼스티치는 여기에 ‘1인 가구’로 타겟을 더 좁혀나간다. 식재료도 1인 가구에 맞춰 패키징 된 상품이 대부분이다. 또한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함을 보여주듯, 건강식품을 비롯해 마트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동남아,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의 향신료와 소스들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From Big To Small. 누군가에게는 완벽하게 큰 세계


슈퍼스티치에 독특한 점이 하나 더 있다면 물건만 파는 것이 아니라 카페와 식당이 함께 있다는 것. 슈퍼스티치의 지하에는 ‘도시주방’이라는 이름으로 6개 브랜드의 식당 주방이 숨어있다. 덕분에 이곳을 찾으면 한 자리에서 한식, 돈까스 등 다양한 메뉴를 주문할 수 있다. 1층 매장에 비해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지하층을 공유주방이라는 형태로 운영해 가치를 극대화했다. 주방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거나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거나, 식재료를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것 등등 1인 가구에게 요리는 쉽게 넘기 힘든 장벽과도 같다. 슈퍼스티치의 도시주방은 이런 타겟에게 끼니 해결을 위한 편리하고 매력적인 선택지를 제공한다.


슈퍼스티치 인근에서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코워킹, 코리빙 공간들과의 연계성도 큰 장점 중 하나다. '채소아침'이라는 귀여운 이름 하에 정기적으로 소규모 생산자들의 신선한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는 ‘채소시장’이 열리기도 하고, 양파, 대파, 마늘 10톨, 감자 1개, 청양고추 3개 등 1인 가구가 소화하기에 적정한 양으로 소분된 식재료를 장볼 수 있는 ‘소분 스토어’가 열리기도 한다. 그래서 이 특별하고 새로운 슈퍼는 눈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충분히 크고 넓고 둥글며, 한 편으론 다양한 취향 기반의 개개인에게 뾰족하게 몸을 맞대 다가온다.



과거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방식, 로컬스티치가 도시를 재생하는 방법


카트를 끌고 걷는 것만으로도 지칠 만큼 큰 마트에서 시간과 체력을 쓰거나, 끝도 없는 새로운 물건들의 목록 사이에서 스크롤을 끝없이 내리다가 막막함에 빠질 때때면 고민없이 가볍게 들락날락했던 동네슈퍼가 다시 그리워진다. 건물만 낡는 것이 아니다. 건물에 쌓여가는 시간의 무게만큼 문화도 낡는다. 빠르게 변화해가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어느새 잊혀 버린 도시의 문화가 있다. 슈퍼는 로컬스티치의 김수민 대표가 처음부터 접근하고 싶던 로컬 비즈니스 중 하나였다. 부동산의 가치가 치솟으며 어느새 동네에서 사라져버린 전통적인 로컬 비즈니스, 즉 슈퍼, 여관, 세탁소 같은 공간을 다시 동네로 불러낸 것이다. 이런 작은 비즈니스들은 우리의 생활을 동네와 연결하는 가장 가까운 접점이 된다. 실제로 로컬스티치의 다른 지점에는 세탁실, 바버샵, 커피바 등의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코리빙 공간 안에 들어가 있다.


로컬스티치가 표방하는 도시재생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낡은 공간에 새로운 감성을 불어넣으며, 우리가 어느샌가 잃어버린, 그리고 잊어버린 도시의 문화를 재생하는 것이다. 이것이 로컬스티치가 ‘로컬’이란 이름을 달고 동네를 '연결'하고자 하는 이유이자 목표이다. 시대의 감각에 맞게 새롭게 태어난 슈퍼스티치의 정체성은 복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슈퍼라는 네이밍과 산뜻해진 비주얼이 맞물려 완전히 새롭게 다가온다. MZ세대에는 이러한 동네의 문화가 오래되어 새롭다. 로컬스티치가 만들어 내고 있는 도시생활자들의 작지만 큰, 새롭고 특별한 세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난 이 매력적인 공간이 우리의 도시에, 그리고 일상에 불어넣어줄 기분 좋은 활력을 기대한다.



- 글. 김지영, 이효진 에디터/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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