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문래방구 인터뷰
문래방구 이준환 대표 X the blank_ 편집팀
Q. 문래방구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문래동에서의 역사와 함께 타임라인 중심으로 소개해주세요!
처음엔 카페가 아니라 그냥 개인 작업실이었어요. 2016년에 두 명의 친구와 treevia 라는 가죽공방으로 시작했고, 공방이 커지면서 2018년에 지금 작업실이자 문래방구 위치로 확장했고요. 취미로 이런저런 커피 장비들을 두고 작업실에서 내려 먹곤 했는데, 1층 이다보니 카페로 오해를 하시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앞쪽에 작은 공간을 카페로 시작하게 됐어요. 그러다 자주 오시는 분들이 늘어날 때 쯤 treevia를 혼자 운영하게 되면서 초록스튜디오라는 이름으로 상호명을 변경했고, 마침내 2020년에 문래동 문방구라는 콘셉트로 ‘문래방구’가 탄생했네요. 문방구처럼 ‘뭐든 다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어 시작한 공간이에요.
Q. 문래방구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문래동의 DNA가 굉장히 중요한 공간인 것 같아요.
네덜란드 여행을 갔을 때, 예술가들의 작업실과 공업단지가 조화롭게 어울려 독특한 매력을 뿜 는 것이 참 인상깊었어요. 그 상태로 여행을 마치고 귀국해 문래동에 왔는데, 네덜란드 이미지와 비슷하더라고요. 여기다 싶었죠. 각종 공장 단지와 거주 공간,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들이 자유롭게 혼재하더라고요. 분위기가 전혀 다른 공간들이 서로의 에너지를 받아 동네가 빈틈없이 채워진 느낌이었어요. 문래방구에도 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싶어서 노력을 많이 했네요.
Q. 블로그 인터뷰에서 문래방구를 ‘욕심의 공간, 노력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표현하신 대목을 봤어요.
음.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저는 지금 뭐랄까 상업적이고 싶은 마음과 비상업적이고 싶은 마음 딱 중간쯤에 있는 상태예요. 욕심을 비우기에는 아직 젊어서(웃음). 문래방구는 큰 공간에서 더 많은 욕심을 내고, 더 많은 가치를 만들고 싶어서 유지 하고 있는 공간이죠. 가능성이 많은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간을 이용하시는 분들에게 받는 느낌, 계속해서 만들고 바꾸고 고치는 작업들, 이런 것들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뭔지, 진짜 멋이 뭔지, 불편함은 없는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해야겠죠? 여러분이 즐기고 계신 카페 공간은 생각보다 수익성이 떨어져요. 오히려 비용을 들여야만 유지가 가능한 공간이거든요.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들러주시는 분들이 저에게 주는 에너지로 운영하고 있어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항상 여유롭잖아요. 보고 있으면 ‘나도 열심히 일하고 놀러가야지’ 하는 에너지 같은 게 생긴달까요?(웃음).
Q. ‘디자이너 이준환’ 스스로에 대해 ‘공예와 제작자의 중간 단계 어딘가에 서 있다’고 표현한 인터뷰를 봤어요. 공예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실용적인 장식적인 가치를 부가함으로써 그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 미술'이라 되어있고요. ‘문래방구’라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운영하고 있는 호스트로서도 공예와 제작자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아, 말씀주신 내용이 딱 맞는거 같아요! 계속해서 제작자와 공예가의 관점을 번갈아가며 쓰고 있죠.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려면 필수적으로 두 관점 모두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제가 예술 영역에도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이라 분명 도움을 받는 부분이 많죠. 다만 예술의 관점에서는 막히는 게 많아서 답답할 때도 있어요. 여전히 문래방구 안에서 제작자와 공예가 사이를 부유하고 있기도 하고요. 제가 생각할 때, 공예가는 가치를 현실화해내는 사람이거든요. 머릿속에 있는 추상적인 가치들을 공간을 매개로 풀어내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아요.
Q. 크리에이티브의 상징, 디자이너로서 이 공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 주변 문래동 공장은 완성품을 만드는 공간이 없어요. 중간 작업을 러프하게 해주는 공장들이죠. 그래서 그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날것’ 같은 공간을 만드는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다만 부조화스럽거나 쌩뚱맞지 않게, 자연스럽게 공간에 그 무드가 녹아들 수 있게 연구를 많이 했죠. 예를 들면 카페에 들어오는 문을 갈바 라는 철판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철을 그대로 마감하지 않는 공정으로 만들었어요. 공간에 달려있는 크레인도, 실제로 문래방구 공사할 때 전부 썼던 거예요. 유리 세울 때, 무거운 거 들 때. 아마 이런 공정상의 디테일까지는 알아보지 못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방문하시면 직관적으로 ‘문래동스럽다’고 인지하시는 것 아닐까 싶어요.
Q. 문래방구 운영을 시작하고,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세요?
특별한 에피소드랄 건 따로 없지만, 동네분들 중 부모님 연배이신 분들이 오시면 제가 아들 처럼 느껴지시는지 잔소리를 자주 하고 가시는 편이에요. ‘청소를 더 잘하라’든지 ‘내가 올때 마다 청소를 하고 가게 청소 도구를 앞에 두라’든지 부모님이 자취방 놀러 오셔서 괜히 더 신경쓰이는 기분 같을 때가 많죠. 참 정이 많은 동네예요. 이제 이 동네 7년차인데, 다니다보면 완전 ‘인싸’가 따로 없어요. 주변 상인분들하고도 다 친해져서 너무 재미있고요. 어떻게 보면, 저는 외지인인데 큰 문제 없이 주변과 잘 융화된 것 같아서 다행이기도 하고요. 신기한게, 문래방구가 생긴 이후로도 문래방구 자리 근처로는 변화가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건너 편에 음식점 같은 가게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이런 변화를 지켜보는 것도 의미있는 것 같아요.
Q. 문래방구라는 이름답게 다양한 브랜드의 문구와 소품들이 입점해 있던데, 브랜드 선정 기준이 있으신가요?
‘제가 가지고 싶고 써보고 싶은 것,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고 싶은 것’이에요. 혹은 제가 만든 제품 이거나요. 사실 제가 입점 제안을 하는 경우보다, 입점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이 공간의 분위기가 마음에 드시는 분들이 문의를 많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러프하고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이 잘 묻어있는 제품인 경우가 많고, 제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자면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해서 그런 제품들도 있고요.
Q. ‘문래방구만의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는 공간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야기도 봤어요. 따로 준비하고 있는 콘텐츠가 있으세요?
뭘 하든지 기획을 먼저 하는 스타일은 아니어서요(웃음). 문래방구를 시작하게 된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중이에요. 제가 운영하는 브랜드처럼 철학을 정해놓고 시작하는게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카페에 오는 손님 그리고 저 그리고 문래동이라는 동네가 하나하나 만들어갈 공간이 되었으면 해요 일반인들이 이곳에 와야 문래동을 보았다 하는 공간이 되는게 목표이긴 해요. 작업실에서 직접 만든 제품들을 소개하는 콘텐츠들도 만들어서 보여드리고 싶은데, 아직까지는 여력이 없어서. 앞으로 계속 시도는 할 예정이에요.
- 인터뷰/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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