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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블랭크 Apr 06. 2022

영감 유목민을 위한 공동사회, 코사이어티

코워킹스페이스 코사이어티

   대개 신문의 ‘사회면'은 어둡다. 가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한숨이 나오게 한다. 그런데 ‘공동 사회면'이라는 게 있다면, 거기에는 어떤 소식들이 담길 수 있을까? ‘코사이어티(Cociety)’는 우리가 필연적으로 소속된 사회(society)가 아닌, 공동 사회(Co-Society)를 지향하며 출발했다. 2019년 서울숲점, 2021년 제주 빌리지점을 오픈했고, 어느 지역에서든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성장하기를 독려한다. 
 

공간의 첫인상, 힘주어 시작하는 개관 전시


   코사이어티는 새로운 지점을 소개하기 위해 꾸준히 전시의 방법을 택했다. 걸음을 옮기는 가운데 공간이 주는 인상을 쌓아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2019년 서울숲점의 개관이자 코사이어티의 첫 출발을 기념하면서 디자인 스튜디오 텍스쳐 온 텍스쳐의 <변화구성(Varying Texture)> 전시를 개최했다. 동그랗게 또는 직선으로 떨어지는 햇빛과 점잖게 퍼져나가는 향에 둘러쌓이게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D동은 낮에는 천장에서 빛이 떨어지고, 밤에는 밤하늘을 조용히 올려다볼 수 있는 구조라 좀 더 입체적인 전시를 가능하게 했다. 


코사이어티 서울숲점 D동

   

2021년에는 제주 빌리지점을 개관하며 <PURE LAND: 바람이 머무는 땅> 전시를 진행했다. 제주 빌리지점이 있는 송당리는 계보 상으로는 전나무, 산나무 숲이 많은 곳이자, 일만팔천여 신들이 머물렀던 신들의 어머니 여신 ‘백주또할망’에 대한 신화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관람객들은 각자의 소원을 적어넣을 리본과 향을 하나씩 받게 되는데, 바람(wind)과 바람(wish)의 동음이의어를 기억하게 된다. 각자의 소원을 적어넣은 리본들을 야외에 있는 나무에 매달고 향을 태우는 행위는 영험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또한, 제주의 날씨는 변덕에 가깝다. 타이틀이 보여주듯 이 전시는 비 오는 날, 바람이 많이 부는 날 야외 전시가 가능하다는 것을 고려했다. 전시의 일부로 개방된 산책로를 자유롭게 걸으면서 제주 빌리지의 규모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코사이어티 제주 빌리지


   코사이어티가 준비하는 ‘전시'라는 수단은 목적과 정확하게 부합한다. 그것은 어떠한 내용(사람, 콘텐츠)이라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마련되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매 번의 개관전시는 주최 측에서 힘주어 준비했겠지만, 방문객들은 앞으로 이 곳에 자신을 포함해 다른 것이 놓일 수 있는 여지를 상상해보게 된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코사이어티가 말하는 ‘영감'에 가까울 것이다. 


코사이어티 제주 빌리지 ⓒ코사이어티

마음 먹고 일하러 가는 ‘빌리지 제주점'


   제주 속담 중에 “두렁청 호게 다울리멍 일호지 말라”는 말이 있다. 정신없이 급하게 재촉해서 일하지 말라는 뜻이다. 2021년 오픈한 코사이어티 2호점 빌리지 제주는 스테이와 레지던스를 겸하고 있다. 먼저, 레지던스는 워크숍, 세미나, 대관행사 등으로 쓰이는 B2B용 공간이다. 전체 부지가 총 6,000평에 달하는 빌리지, 그 중에서도 탁 트이고 개방 된 레지던스는 매일 같은 곳에서 일하는 조직 구성원들로 하여금 ‘코사이어티 빌리지 제주점으로 워크숍 가기'라는 목표를 부추길 정도로 매력적이다. 레지던스는 팀 단위로 생산성과 창의성이 필요한 일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스테이는 양질의 일과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공간이다. 숙박을 하는 사람들은 코사이어티가 협업한 브랜드의 어메니티를 제공받을 수 있다. 제주 당근 페이스앤바디솝, 제주 화산송이 비누, 제주 유채꽃 샴푸바 등 지역 고유의 특산물을 활용해서 제작했다. (빌리지 제주점의 어메니티는 코사이어티 서울숲점의 굿즈 매대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코사이어티 제주 빌리지 ⓒ코사이어티


   무엇보다, 레지던스와 스테이의 공통점은 빨리 해결해야 할 일보다는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곳이라는 데에 있다. 그리고 이 빌리지 바깥을 벗어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산책하며 환기할 수 있도록 널따란 길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은 머무르는 사람도 하루이틀에 전부 둘러보기는 어려울만큼 거대한 규모를 가졌는데, 마을에 입장하면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돌담을 쌓아올린 블루보틀 제주점이다. 블루보틀 제주점은 빌리지 제주를 정식 오픈하기 전, 개관 전시가 이루어지는 시점에 동시 오픈하며 파트너사로서 시너지를 더했다. 


코사이어티 서울숲점

마당이 있는 곳에서의 협업을 꿈꾸는 ‘서울숲점’


   코사이어티를 운영하는 공간 콘텐츠 브랜드 ‘언맷피플'은 2019년 서울숲점 오픈 이후 몇 번의 피봇(pivot)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개관 전시 종료 후 초기 3개월에는 멤버십 전용 공간으로만 운영하다가, 그 후 일부는 개방하고 또 다른 일부는 멤버십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도시 속에서 영감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오게 하고, 모으기 위해, 어떤 형태가 적합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듯 하다. 최근에는 동료애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에디터 커뮤니티 S.O.E.S(소사이어티 오브 에디터스)의 오프라인 모임이 서울숲점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코사이어티 서울숲점 B동
코사이어티 서울숲점 정원


   이곳은 A동부터 D동까지 총 4개동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 가구 배치와 구성, 용도가 다르다. 먼저 입장한 B동의 첫인상은 ‘층고가 높은 카페’이구나 싶다가도 조금 더 살펴보면 라운지에 가깝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은 긴 테이블, 라운지 테이블을 점하며 일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작은 정원과 비어있는 D동으로 끊임없이 드나든다. 은은한 핀조명이 공간 내외부에 설치되어 있어, 해가 지고 난 오후에 이용해보면 더욱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은 커피와 책, 정원을 제공하는데 눈에 띄는 요소는 정원이다. 언맷피플은 공간의 필요조건으로 ‘마당'을 꼽는다. 널따란 숲이 아니어도, 작은 규모의 자연에서나마 몰입하던 일에서 빠져나와 잠시 생각을 환기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요소들이 네 개의 동에 모여있는 서울숲점은 2019년도에 ‘골든스케일디자인어워드’를 2020년에는 ‘한국문화공간상’을 수상했다.


  ‘언맷피플’은 생산적으로 일하고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전국 각지에 만들고자 한다. 연내 판교역 테크원에 약 300평 부지에 달하는 3번째 지점이 오픈 될 예정이다. 서울숲점과 제주 빌리지점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지역과 유동인구에 맞는 공간과 콘텐츠를 제안하는 것처럼, IT 기반의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판교에서의 새로운 코사이어티를 기대한다. 



- 글. 서해인 에디터 /공간 사진. the blank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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