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버드 May 09. 2023

기적은 핸드메이드야

원산지는 너와 나

1. 사랑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이 어쩌면 기적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알아본 네가 날 바라보고, 내 최애의 최애가 내가 되다니. 이건 "운명의 장난이야!"


2. J가 D를 처음 만났을 때.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D 뒤에서만 빛이 나왔다. 그 신비로운 광에 홀린 걸까? J는 곧바로 얕은 사랑에 빠져버렸다. 동시에 극도로 민감한 레이더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D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심증을 잡기 위해.


J는 D의 마음 역시 시작됐다는 걸 금방 알게 됐다. 그때까지 J는 예민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D의 더 얕은 감정이 메말랐다. 어느샌가 깊이 들어가버린 J는 눈치채지 못했고 구덩이를 자꾸 파는 사이 D가 보이지 않게 됐다. J가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데엔 시간이 꽤 걸렸다.


후에 J는 알게 됐다. J와 D의 간질거렸던 시간들은 '기적'이 아니었음을. 우연을 운명으로, 필연으로 만들려던 J의 그리고 D의 노력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날 D가 빛나 보였던 건 하늘의 계시 같은 게 아니었다. 단지 사랑을 하고 싶었던 J가 눈을 희번덕거렸기 때문이라.

이게 바로 찐光기?



3. 사랑은 언제 이루어질까. 를 주제로 심리학에서는 온갖 실험을 해왔다. (심리학에 관심 없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필자는 이를 사랑에 무관심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반대되는 전제로 진행된 실험들도 제각기 유의미한 결과를 냈다. 성격이 닮은 사람, 정반대인 사람. 가까이 사는 사람, 멀리 사는 사람. 어떤 조건의 사람에게도 끌릴 수 있다. 그럼에도?


편적인 사랑의 조건은 '비슷함'이다. 나와 외모, 성격, 취미, 관심사, 가치관, 정치 성향, 거주 지역 등이 비슷할수록 상대와 잘 될 가능성이 커진다. 


닮음은 최고의 매력이다. 두 사람의 만남을 기적인 것 마냥 꾸며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 둘 다 아버지 직업이 군인

- 둘 다 오후 4시에 태어남

- 둘 다 포도를 먹고 체한 적 있음

- 둘 다 물병자리

- 둘 다 오른손에 점이 있음

- 둘 다 대학교 2017년 여름에 프랑스 파리에 가봄. (그럼 우리 만났을 수도 있겠다!)


야-호!


4.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의 만남은 본디 신비롭다. 널 보는 날 보는 널 보는 나 아니던가. 들뜨는 감정은 신비감을 증폭한다. 그래서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미라클'을 느낀다. 


필자가 골백번은 부르고 듣는 노래 가사를 가져와보겠다.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다가오는 널 느낄수록 /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멈춰지는 시간 속에 너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사랑을 느꼈기 때문에 너의 모습이 신비롭다. 즉, 너는 그냥 너인데 나에게는 신비로워 보이고 그 이유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어 중요한 게 나온다.


[조금씩 다가오는 널 느낄수록 / 신비로운 너의 모습 / 나에게는 사랑인걸 / 조금씩 멈춰지는 시간 속에 너] 네가 조금씩 다가온다. 그럴수록 신비롭고, 난 그런 너를 사랑이라 정의해. 너를 보는 시간은 느리게 간다.


5. 몇 주 전 읽었던 책에선 온갖 사랑심리학을 통계 내려본 결과가 나와 있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호감과 관심을 표하는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 나쁜남자가 끌리는 101가지 이유 같은 걸로 반박하지 말아 주라 제발. 호감은 눈덩이를 굴리듯 서로 한 번씩 손을 더할수록 와락 커져버린단다.


다시 가사를 보자.

1) 너의 모습이 신비롭게 보였다. 기원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신비감에 호기심이 간다.

2) 나에게는 사랑이다. 접수.

3) 너도 나의 관심을 느껴서일까? 내게 조금씩 다가온다.

4-1) 너와 접점이 생길수록 신비롭고, 기적을 느끼며 사랑을 굳혀간다.

4-2) 네가 내게 다가오기 때문에 사랑이 커진다.

5) 시간이 멈추는 듯 느리게 간다. 응,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6. 더해서. '나의 그 사람'과 공통점은 어떻게 찾아지나? 말만 꺼냈다 하면 네가 나고 내가 너인건 아니다.


우선 다가가야 하고, 그러면 서로 호감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대화가 이어지면 끊이지 않도록 Ping-pong이 되는 주제를 골라야 한다. 그 후 미친 듯이 공통점을 찾아가는 거다. 마치 기적인 것처럼, 운명인 것처럼. 


이 과정에서 실패한다면 안 될 사이인 거고, 실패를 받아들인다면 딱 거기까지의 마음인 거다.



7. 그래서 사랑은 호수 위를 부유하는 백조 같은 기적이다. 무수한 노력이 자연스러운.


이 글은 또에게로의 초대를 부르고 와서 쓴 글이 맞습니다.

이게 바로 찐光기?

작가의 이전글 누가 정치적이라고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