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다시, 먹는 법을 배우다

# 다이어트는 이렇게

by 모멘트

나는 근 3년간 거의 일주일에 5일(평일 기준)을 매일 7km 이상씩 걸었었다. 집에서 직장까지의 편도 거리가 정확히 3.5km였는데 이 거리를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걸었다. 처음에는 러시아워의 만원 지하철을 피한다는 명목으로 걷기 시작했지만 걸으며 좋아하는 팟캐스트도 듣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아서 계속 걸었다. 그걸 3년 동안 했다. 내 핸드폰의 건강 앱을 보면 평일은 말할 것도 없고, 주말에도 거의 늘 기본적으로 1만 5 천보 이상씩은 찍혀있었다.

IMG_5634.JPG 일하러 가던 길

여기에서 놀라운 사실은, 3년간 단 1kg도 빠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나름 건강을 생각해 매일 아침저녁으로 요가까지 했었다는 것.

게다가 나는 결코 많이 먹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마음이 허할 때는 내 양보다 더 많이 먹었지만 그러다가도 금방 음식 자체에 질려버려서 제대로 먹지 않았고, 어떨 때는 먹고 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배가 고파서 쓰러질 것 같다가도 또 어떨 때는 하루 종일 거의 먹은 것이 없었는데도 배고픔보다는 피곤에 지쳐 잠든 적도 많았다.

IMG_7137.JPG 강화도의 맑은 여름 하늘

한국에 온 지 한 달째. 나는 예전처럼 매일 7km씩 걷지는 못하고 있지만 가끔 해 질 녘 집 앞 바닷가로 산책을 하고, 아침 산에 오른다. 그리고 매일 정원과 집 안에서 몸을 움직이며 일을 하고 있다. 지금 나의 노동은 거의 100% 육체노동이다. 몸이 고되면 먹는 것의 중요성은 커진다.


어제는 집 뒷마당 텃밭에서 따온 토마토와 수박을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주방으로 갔다. 아주 잘 익은 빨간 토마토와 양파와 버섯 등 갖가지 야채가 가득 들어간 파스타와 토마토만큼이나 맛있게 익은 복수박은 반으로 쪼개서 얼음을 조금 넣고 믹서기에 갈아 수박주스도 만들었다. 배가 고팠지만 테이블 위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내가 이야기를 할 때는 먹는 것도 다 멈추고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다가 상대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 그 틈을 타서 먹는 것을 몇 번 하고 나니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오히려 상대가 이야기를 할 때 먹는 것을 멈추고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천천히, 상대의 먹는 속도와 비슷하게 먹게 되었다.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입에 음식을 넣는 것이 될 수는 없었다. 내 접시 위의 음식을 먹는 시간은 나의 노동에 대해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이기에 한 끼를 먹어도 맛있고 건강하게 먹기 위한 나의 노력이자, 타인과의 이야기가 함께 하기에 속도전으로만 밀어붙일 수 없는 하루의 중요한 의식이 되었다.


5E5F0937-5651-4671-B1C7-0E7F1D5BCFC4.jpg 토마토 듬뿍 파스타와 복수박 주스

살을 빼고 싶을 땐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거나, 단식을 하거나, 온갖 종류의 다이어트 방법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매일 3년 동안 7km를 걸어도 변함없던 몸에 조금씩 잔근육이 붙으며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지금보다 더 적게 먹었지만 항상 컴퓨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혼자, 빨리 먹어치웠었다면 지금은 의식적으로 여유를 갖고 먹는다. 예전에는 최대한 간단하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요리를 즐겨했다면, 지금은 내 몸이 원하는 음식을 위주로 요리한다.


식사를 그렇게 준비하고 천천히 먹으니 식사시간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 같지만, 오히려 식사시간을 통해 재충전한 에너지로 하루 동안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좋은 변화다.


내일은 또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며, 무엇을 먹을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