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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Aug 25. 2020

Bun 속에 숨은 자본주의와 인간 도덕성의 문제

함께쓰는 한 단어 『비』, 여행자님의 글



Bun 속에 숨은 자본주의와 인간 도덕성의 문제

제목에서 BUN이라는 것은 혈액요소질소라는 것을 의미한다. BUN은 단백질이 분해되어 나오는 물질인데,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만약 신장에 문제가 있다면 BUN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신부전을 진단하거나 현재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된다. 



 내가 BUN이라는 것을 주제로 정한 이유는 얼마 전에 사망한 강아지때문이다. ‘뚱이’라는 아이였는데, 16살 시츄였다. 처음에는 호흡곤란으로 내원했다. 기본 검사 후 심인성 폐수종(심장의 비정상적인 박출량으로 인해 폐에 물이 차는 상태)으로 진단했다. 그럼 어떤 심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 지 검사를 해야 하나, 보호자분의 비용 부담으로 정밀 검사는 이루어 지지 않았다. 기본적인 약으로 치료를 하기로 하였다. 아이가 퇴원할 때, 보호자분께서는 입원 비를 다 수납하지 못하셔서 후에 나머지를 결제하신다고 하시며 퇴원을 부탁했다. 


 그러고 15일이 지난 후 뚱이가 다시 왔다. 뚱이는 다른 병원에서 우리 병원으로 의뢰 보낸 아이여서 그 후 진료를 의뢰 병원에서 관리받았다. 이번에는 심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신장이 문제였다. 뚱이는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로 내원했다. 역시나 비용 부담으로 많은 검사는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탈수가 심하여 신장 검사만 진행하였다. 여기서 아까 말한 BUN이라는 수치 검사가 이루어 졌다. BUN에는 우리 검사 기계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보통 최고 27까지인데, 뚱이는 130이상이였다. 보호자분의 경제 사정에 맞춰 검사와 치료가 이뤄졌다. 


 입원 5일쯤, 신장 수치는 많은 호전을 보였다. 보통 신부전을 측정할 때, BUN이라는 수치와 함께 Creatinine이라는 수치를 함께 측정한다. 뚱이는 이제 Creatinine는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다음 날 뚱이는 갑작스런 호흡 정지로 사망하였다. 응급 심폐소생술을 진행하였으나 전혀 반응이 없었다.



 만약 뚱이가 처음 심장 초음파를 받았다면,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아니, 뚱이가 두 번째 입원한 날에 검사를 보다 많이 진행했다면 뚱이는 더 오래 살 수 있었을까? 어떤 이들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 돈만 밝히는 수의사들이 그렇지. 돈이 없으면 동물도 못 키우는 세상. ‘



 일단,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본주의 세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돈이 중심이라는 뜻이다. 내가 돈이 많다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고, 돈이 없다면 더 조금 누릴 수 밖에 없다. 사람 병원도 비슷하다. 물론 사람들은 더 많은 시스템들이 있어서 돈이 없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용을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서, 사람의 정을 내세워 비용을 안내거나 할인 받는 것은 정당한 가? 아니 그렇게 해줘야만 하는가? 그럼 이건 어떨까?



 분배의 문제에서 늘 나오는 얘기지만, 예시 하나를 들어 보자. 만약 내 강아지가 무릎이 아파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비가 150만원이라고 하자. 그런데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은 140만원 뿐이다. 그래서 수의사 선생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할인을 받아서 수술을 지불했다.



 내 친구 B의 강아지 또한 무릎이 아파서 수술을 해야 한다.(사실 같은 무릎이 아프더라도, 수술 방법이나 수술 기구 등 여러 가지가 달라서 비용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근데 B는 145만원을 지불할 수 있는데, 5만원을 대출을 받아서 수술을 했다고 치차. 그럼 이건 공평한 건가? 정상적인 비용을 지불한 B가 멍청한 건가? 같은 수술을(누누이 말하지만, 같은 수술을 절대로 있을 순 없다.) 가격을 다르게 받은 수의사의 잘못인가? 아니면 비용을 할인해달라고 하는 내가 잘못인가? 


 사실 저기에는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각자만의 생각이 있을 뿐. 그럼 만약 자기는 75만원밖에 낼 수 없으니 수술을 안 받겠다고 했을 때, 수의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본주의대로 가격 지불을 할 수 없으니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말할까? 아니면, 아이가 불쌍하니깐 비용을 싸게 받을까? 



 저런 수술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생과 사가 달린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하나?



 ‘ 모든 사람에게 75만원을 받으면 되지. '



 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원래 가격이 측정된 데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측정하지만, 가장 기본적으론 지출되는 비용 대비 측정한다. 따라서 저 말을 아예 성립할 수도 없다. 




 내가 저런 상황을 대비해서 개인적으로 기준을 정해서 행동한다면 괜찮을 걸까? 아무리 기준이 객관적이고 누구나 이해 가능하다고 해도 감정적인 인간인 내가 이성적으로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을까?




 니체의 말처럼 플라톤에서 시작하여 그리스도교로 이어지는 도덕관이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한 없이 불완전 한 인간이기에 이런 도덕관을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 만큼 불완전하기에 완전을 원할 수 밖에 없으니…




Written By.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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