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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Aug 21. 2020

보고 싶은 사람은 곁에 없다

함께쓰는 한 단어 『비』, 박상자님의 글


보고 싶은 사람은 곁에 없다


어릴 땐 비를 많이 맞았다.

궁상맞게 자전거를 타고 일부러 비를 맞으러 나가기도 했다.

특히 빗방울이 내리는지 마는지도 모르는 안개비를 좋아했다.

뿌연 세상 속에서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번지는 

소도시의 차 없는 밤거리는 몽환적이었다.

멍하니 안개 속인지 물 속인지 모르게 떠있는 듯한 느낌에 취하곤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를 그렸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도 어릴 적 혼자 비를 맞고 다녔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비를 맞고 다니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그래도 시간이라는 비는 우리를 어디론가 흐르게 만들었다.

혼자서 표류하게 만드는

장마가 시작되었다.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한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빗소리 때문에 비를 싫어했다.

비를 맞지 않아도 비 오는 날 화가 났다.

하지만 이제 내겐 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시간도 조급하게 우리를 흐르게 만들지 않았다.




지금은 어쩌면 고여 있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고여서 빙빙 돌다가 갑자기 멈추면 허전함을 느낀다.

어디로 갈지를, 누구를 만날지를 모르겠다.

누굴 보고 싶은지 알 수 없지만 

보고 싶은 사람은 내 곁에 없다.



Written By. 박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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