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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Jul 30. 2019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Review by. 기욤 민지

함께 모여 책을 읽고 서평을 씁니다. 모두의 독서생활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북클럽「책갈피」


이 책은 지난 제주여행에서 ‘제주살롱’이라는 책방 사장님께 추천받은 책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고 나면, 인스턴트식 사랑은 시시해집니다." 라는 한마디에, 나도 '진짜' 사랑이 궁금 해졌다. 20대 초반에 이 책을 연애의 기술 책인 줄 알고 도서관에서 꺼내 들었다가, 몇 페이지 읽고 그대로 다시 집어넣은 기억이 있다. 서른하나가 된 내가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길 바라며 다시 책을 꺼내 들었다. 사랑의 가치를 이해하고 사랑의 기술을 익혀 내 주변 소중한 이 들을 제대로 사랑하고자 하는 소망을 담아, 더 나아가 다양한 대상을 사랑하며 살기를 기대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사랑은 기술인가? 사랑이 기술이라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요구된다.”

 

 에리히 프롬은 사랑이 기술이라면 이론을 익히고 훈련하여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사랑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사랑을 그저 ‘감정’으로 인식해왔다. 사랑을 느끼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사랑에 '빠지는' 폭발적인 감정을 남녀 간의 사랑의 척도로 생각해왔던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사랑을 배우려는 노력보단 사랑을 받으려는 생각만 해왔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사랑스러워져라.'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리고 자신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노력 또한 사랑을 '받기' 위한 노력에 포함되었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며,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자신의 기쁨, 관심, 이해, 지식 등 내 안에 살아 있는 것들을 준다고 표현하는데, 나도 ‘사랑은 주는 것’에 동의한다. 받는 것을 계산하지 않고 나다운 것들을 주게 되면 결국 다시 나에게 선함이 되돌아온다. 단지 내 목숨을 버려 희생하라는 것이 아니라, ‘베푼다’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겠다. 그렇게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그렇다면 좋은 사랑을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답은 ‘어머니의 사랑은 아이에게 감염된다.’라는 표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랑, 감정, 미소, 행복, 긍정 혹은 부정적 마음가짐 등은 주변에 '감염'이 잘 된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좋은 사랑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사랑을 하려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타인에게 대가를 바라고 사랑을 주는 거래가 아니라, 사랑은 '주는 것' 그 자체가 나를 기쁨으로 채우는 것이라는 성숙한 개념을 깨닫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존재들이 사랑한다면, 더욱 더 성숙한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주는 것' 그 자체가 나를 기쁨으로 채우는 것이라는 성숙한 개념을 깨닫게 된다면. 그리고 그런 존재들이 사랑한다면, 더욱 더 성숙한 사랑이 가능하지 않을까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이론을 말하기 전에, 인간 실존 문제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인간이 태어나서 사랑을 받아본 최초의 경험, '부모의 사랑'으로 돌아가 사랑을 어떻게 받았느냐에 따라 사랑하는 방식이 형성될 것이라는 설명, 그리고 프로이트와 심리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예시로 들며 ‘사랑’에 대해 자신만의 정의로 설명해 주었다. 부모 자식간의 사랑, 연인간의 성애, 인간에 대한 형제애, 자기애, 신에 대한 사랑 등 다양한 사랑의 경험을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나는 자기애에 관한 해석이 사랑에 대한 이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대부분 사랑의 대상에 타인을 먼저 넣지 않는가? 겸손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동양에서는 더욱 자기애가 꽤 등한시되고 있다. '나 자신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인간 개념은 없다. 자신도 우리의 감정과 태도의 대상이다.'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면, 결국 나를 사랑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 사이의 ‘분업’ 따위는 없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조건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사랑의 기술에 익숙해지고자 한다면, 자기 생애의 모든 면을 통한 '훈련, 정신, 인내의 실천'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으므로 걸음마하는 아이처럼, 넘어지지 않을 때까지 계속 걸음마에 집중하고 인내하듯 말이다. 그리고 ‘용기’ 내 타인에게 ‘신념’을 가지라고 한다. 신념을 가지려면 위험을 무릅쓸 수 있는 능력과 고통과 실망을 감수하려는 준비가 필요하다. 참을 수 없는 고독감으로 피난처를 찾는 게 사랑이 아니다.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 는 것이 바로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혼자 있는 연습’은 정신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명상과 비슷하다. 그리고 현재 내가 하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밥을 먹고 있으면 밥을 씹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정신 집중을 한다는 것은 현재에 살고 있다 는 뜻이며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한, 자아도취를 극복해야 사랑을 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객관적인 상을 자기의 욕망이나 공포로 형성된 상과 분리해서 볼 줄 알아야 한다. 즉, 왜곡된 시선으로 상대를 바라보지 말고, ‘객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 ‘이성'이 필요하다. 이성적 사고가 가능한 사람 만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할 줄 안다는 의미이다. 


 사실 이게 가능하면, 성인군자 아닌가! 사랑에서뿐만 아니라, 어떤 도전을 해도 원하는 목표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이 된다면, 즉 감정 컨트롤이 스스로 잘 된다면 타인에게 내 감 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붓지 않고, 성숙한 사랑이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능력을 얻기 위해, 저자는 사랑을 위한 훈련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술’을 익히듯 말이다. 단지 몇 시간씩만 연습하는 훈련이 아니라, 전 생애에 걸친 훈련 말이다.
 





 나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배울 만하다고 생각된다. 더욱 사랑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말이다. ‘나를 알아야 타인을 알고, 자신을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줄 안다.’라는 통념을 인간에 대한 탐구, 고찰, 그리고 다양한 학문을 통해 저자만의 시선으로 접근하여 설명해 주었다. 사실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진 못했다. 1년 뒤, 5년 뒤, 10년 뒤, 30년 뒤 꺼내 읽을 때마다 지금보다는 더 이해하길 기대해본다. 이 책은 읽고 나서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책에서도 말했지만, 기술을 익히는 일에는 이론의 습득 후 실천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랑을 하며 살길, 내 주변 다양한 대상을 듬뿍 사랑하며 살길 바라며 실천의 노력을 해봐야겠다.

                

                                                                                                                                                      by. 기욤 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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