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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 부동산 경매, 바람직할까? (2)

목사가 들려주는 부동산 경매 이야기 4

by 냉수 한 그릇

셋째, 경매는 낙찰자만을 위한 것인가?

나도 그러했듯, 어쩌면 경매가 오직 낙찰자들만을 위할 것이란 생각은 경매에 생소한 이들이 흔히 하는 오해 중 하나이리라.


먼저 채권자의 입장을 살펴보자. 돈을 빌려준 채권자로선 당연히 빌려준 돈과 이자를 제때 받기 원한다. 이를 위해 상대가 채무 변제의 의무를 충분히 할 수 있으리라 믿고 돈을 빌려준다. 은행은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해 주면서, 향후 채무자가 이자를 갚지 못해 해당 물건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를 대비하여 부동산에 근저당을 채권 최고액인 110~130%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제1금융권의 경우 대출원금의 120%를 채권 최고액으로 설정하기에, 채무자가 1억을 빌리면 등기부등본 상엔 1억 2천만 원이 근저당으로 잡힌다.

심지어 은행은 경매 진행 시 전세입자의 최우선변제금액 때문에 대출해 준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대비하여 일명 '방공제' 내지는 '방빼기'라 하여 대출한도에서 최우선변제금액만큼을 공제하고 빌려준다. 이처럼 철저하게 채무자의 상황을 조사하고 대출해 주지만, 일반적으로 1순위에 해당하는 은행이나 말소기준권리보다 앞서는 선순위 임차인을 제한다면, 경매에서 모든 채권자가 100% 돈을 돌려받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근저당이든 가압류든 그 무엇이든 낙찰자로선 말소기준권리 이하 후순위 채권자의 채무를 (일반의 경우) 변제할 의무가 없다는 소제주의(소멸주의 또는 말소주의) 때문이다. 온전히 변제받지 못한 채권자로선 다시 채권 추심을 통해 돈을 돌려받아야 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채권자나 채무 당사자로선 낙찰금액이 클수록 채무 변제 가능성이 크기에 가능하면 유찰되지 않길 바란다.


경매조차 모든 채권자의 채무를 변제할 수 없다면, 경매로 집을 내놓아야 하는 채무자만 감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채권자 중에선 당장 써야 할 돈을 친구나 이웃이란 이름 때문에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러야만 하는 예도 없지 않겠느냔 말이다. 한편 채무자로선 경매를 통해 채무의 심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온갖 채무 등기 목록이 가득한 물건을 매수하려는 용감한(?) 이는 없을 테니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은 순환할 때 그 가치를 발한다. 경매를 통해 채무로 묶여있던 자본은 채권자에게 흘러가며 선순환한다. 따라서 경매는 채무자나 채권자뿐만 아니라 건강한 자본주의 사회를 위한 것이기에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한 마디 덧붙인다면, 경매가 가져다주는 유익이 클지라도 나 개인적으론 도의적인 차원에서 경매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물건이 있다. 전세 사기로 피해 입은 자들의 물건이다. 경매라는 합법적인 절차로 이들의 물건을 매수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나, 오갈 데 없는 그들의 보금자리마저 취하고 싶진 않다. 한편 피땀 흘려 마련한 전세자금으로 살 집을 마련한 이들의 물건을 빼앗아 부를 이루려는 자들을 경멸한다.


최근엔 전세 사기로 피해 입은 자들을 두 번 울리는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여러 번 유찰된 물건을 값싸게 낙찰받은 뒤 임차인이 나갈 때까지 돈을 돌려주지 않고 버티는 방식이다. 낙찰자는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인수해야 하나, 줄 돈이 없으니 그냥 그 집에 살라며 배 째라는 식이다. 임차인은 이사도 가지 못한 채 버틸 때까지 버텨보나 결국엔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의 절반도 받지 못한 채 어쩔 수 없이 집을 나가게 된다. 법과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여 약자들의 피를 빨아먹는 이런 악인은 지옥에나 떨어져라! 대항력 있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정해진 기한 내에 주지 않을 경우를 위한 법적 장치가 절실해 보인다.


(지난 첫 번째 글 이후 7개월 만에 두 번째 글을 쓰네요ㅠ 태블릿과 PC를 번갈아가며 작성하던 글이 날아가면서 다시 쓸 의욕을 상실했다가 오늘에서야 꾸역꾸역(?) 재작성해서 올리다 보니 급하게 마무린 된 느낌이 들긴 하네요. 혹시라도 지난 글과 연결된 이번 글을 기다린 분이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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