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희 기자의 프랑스 푸드투어_ 프렌치토스트
프렌치토스트(French Toast)는 보편적인 아침 식사 중 하나다. 빵을 달걀과 우유 혼합물에 적셔서 프라이팬에 구워서 만든다. 프렌치토스트의 프랑스식 표현은 팽 페르뒤(Pain Perdu). 못 쓰는 빵이라는 의미다.
못 쓰는 빵을 먹을 수 있게 만든 프렌치토스트는 프랑스에서는 아침식사, 후식, 주말 브런치 등 때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메뉴로 변형된다.
프렌치토스트가 실제로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프렌치토스트의 요리법이 담긴 최초의 문헌은 4세기나 5세기에 기록된 것으로 추정되는 라틴어 요리책 ‘아피기우스’이다. 빵을 달걀 없이 우유에만 적시며, 특별한 이름이 없이 단순히 달콤한 요리(Aliter Dulcia)라고 소개하고 있다.
프렌치토스트의 유래에 얽힌 설은 상당히 많다. 그중 가장 유력한 것이 독일에서 시작됐다는 설이다. 14세기 독일에서 ‘알메 리터(Arme Ritter)’라고 부르는 프렌치토스트와 유사한 조리법이 있었다고 한다. 알메 리터는 가난한 기사들이라는 의미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프렌치토스트로 용어가 바뀌었다고 한다. 14세기 영국 요리책에도 비슷한 조리법이 안내되어 있다. 프렌치토스트는 저먼토스트, 스패니시토스트 등 다양한 이름이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이 적국인 독일의 이름을 토스트에 붙일 수 없어 프렌치토스트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프렌치 요리에 크림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우유와 버터를 많이 사용하는 이 요리를 프렌치토스트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프렌치토스트처럼 프랑스식이 아님에도 ‘프렌치’라는 이름이 붙는 요리가 몇 가지 있다. 감자튀김을 말하는 프렌치프라이의 원조는 벨기에다. 독일이 벨기에를 침공할 당시 프랑스어를 하는 사람들이 먹는 튀김이라서 프렌치프라이라고 불렀던 것이 현재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면 왜 빵에 달걀과 우유를 적실까? 셰프들은 달걀물을 입힐 빵 조각으로 오래된 빵을 추천한다. 오래 되어 딱딱해진 빵이 달걀 혼합물을 골고루 잘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워낸 빵에는 잼이나 마멀레이드, 버터, 꿀, 시럽, 슈거파우더, 과일, 초콜릿, 휘핑크림 등 다양한 토핑을 얹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프렌치토스트를 시럽에 달콤하게 절여 후식으로 먹기도 하며, 아침 식사로도 즐기고 간식으로도 먹는다. 메뉴는 무궁무진하다. 아침이나 브런치로 즐기기 위해 베이컨이나 양송이 버섯 소스를 곁들이거나 홍차에 어울리는 시럽과 잼을 곁들이곤 한다. 점심으로는 샐러드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토마토나 양파를 굽고 감자를 곁들인다. 간식용 프렌치토스트에는 아이스크림, 과일, 초콜릿 등을 곁들인다. 프렌치토스트는 술과 곁들이는 핑거푸드로도 충분히 그 매력을 살릴 수 있다. 치즈와 호두, 꿀을 곁들이거나 연어와 함께 내기도 한다. 프렌치토스트 두 조각을 샌드위치로 만들어 그 사이에 바나나, 딸기와 같은 과일을 채워놓은 스터프 프렌치토스트도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프렌치토스트보다는 카야토스트(Kaya Toast)가 눈에 띈다. 카야토스트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토스트다. 싱가포르에서는 커피 한 잔, 또는 차와 함께 매우 잘 어울리는 ‘스낵’이라고도 표현한다. 카야토스트는 중국 하이난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 하이난인들은 영국 선박의 부엌 일꾼으로 일했다. 그들이 현재의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해당하는 영국 식민지에 정착한 후 커피, 토스트, 프렌치토스트를 포함한 많은 요리를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요리가 카야토스트였다.
이처럼 못 쓰는 빵의 변신은 무한하다. 계란과 크림 등 동물성 단백질이 주된 재료인 프렌치토스트, 코코넛과 판단잎 등 식물성 단백질이 주된 재료인 카야토스트 등 프렌치토스트는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2년 전부터 카야토스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카야에 함유된 코코넛이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인식 덕이다.
2017년 10월 1일자 더바이어 290호에 게재 됐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