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남일면 에클로그 베이커리 카페 - 다시 꿈을 꾸다

뷰 맛집 카페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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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선 길에서 가끔 예기치 못한 인연을 만날 때가 있다. 예정된 사람, 장소가 아닌 다른 사람, 장소의 만남도 결국은 인연으로 예정된 것이겠지만 정해지지 않은 만남이 주는 새로움은 언제나 사는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만들어 준다. 필자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다.


청주 남일면 에클로그 베이커리 카페 - 다시 꿈을 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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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필자의 꿈은 건축가였다. 무슨 연유였는진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꽤 오랫동안 꿈을 꾸었고, 한때 큰 사업을 할 때는 전 매장 인테리어를 설계부터 시공까지 직접 했을 정도로 실내 건축에 진심이었다. 그래서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지만 CAD로 직접 도면을 그리고 디자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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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소품이 주는 새로움이 너무 좋다. 좋은 공간은 매일 같은 곳이어도 새롭고, 소품이, 들어앉은 사람이, 들리는 음악이 그렇고, 시간 별로 들어오는 자연광이 필자에겐 그렇다. 그래서 좋은 공간은 지겨울 새가 없다.

오늘 찾아간 에클로그는 청주 남일면 공군사관학교 근처 마을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2020년 청주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대상을 받은 곳이란다. 와서 보니 과연 그렇다. 이런 시골 마을 안쪽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이야. 3층 건물 중 1층(?) 반지하라고 해야 하나 그곳엔 목공방이 자리하고 있었고, 2층과 3층이 베이커리 카페다.



영업시간 10:30 ~ 21:00

043-297-3000

전망은 시골 마을의 한적함과 잔디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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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으로 오름길을 올라 건물을 돌아서니 완전 신세계다. 쫘악 펼쳐진 잔디밭이 시원하게 뻗었다. 건축물 대상은 설겅설겅 받은 건 아닌 모양이다. 오지랖 넓게 잠시 이런저런 걸 물어보니 카페 주인은 2대가 모두 건축가라는 답변이다. 여름이 되면 한 번 더 오고 싶어지는 뷰다. 그땐 이 뷰가 또 어떤 새로움을 선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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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찍는 곳마다 그림이다. 가볍게 셔터를 눌렀는데도 말이다. 좋은 건축, 실내 인테리어는 반드시 선과 선의 겹침 없이 마무리를 지어줘야 한다. 바닥이던 천정이던 선과 선이 겹치지 않고 분산되면 뭔가 어색하고 답답해서 그림을 망친다. 오늘은 공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겠다 싶었다.

입구엔 아래 공방에서 제작해 파는 나무 도마, 공예품 등을 전시해둔 것이 눈에 띈다. 아주 개성스럽다 못해 콧대 높아 보이는 나무 도마가 욕심났지만 아내를 설득할 핑계를 찾지 못해 마음 접는다. 몇 번을 들었다 놨는지. 쩝..., 집에서 요리를 많이 하시는 분이라면, 도마 사러 꼭 한번 가보시길 추천한다. 오래된 경험으로 블로그 콘텐츠 요리를 하는 분은 저 도마 두 어개 사다 놓고 찍으면 그냥 게임은 끝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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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의 연속이지만 빵도 예사 빵이 아니다. 사실 건축물 대상이라고 해서 그걸 보러 왔지 다른 기대는 안 했었다. 그런데 들어와 시선을 인테리어에 뺏기다가 둘러본 베이커리는 헐~ 이건 뭐 ..., 여기 도대체 뭐지?

재료도 좋고, 빵 맛도 좋았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사장님의 서비스? 자부심도 있고, 나름 주변에 좋은 일도 많이 하신다. 빵이 남으면 다음 날 파는 게 아니라 주변 동네 분들과 아는 분들에게 나눠 주신단다. 그런 마음으로 빵을 만드니 맛이 없으면 그게 이상할 터. 입도 즐거웠고, 모처럼 마음이 따뜻해져 히죽히죽 웃었다. 실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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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품 하나하나 예사롭지가 않다. 2층 플로어 안내 사인이 귀엽다 못해 앙증맞다. 아무도 업.ㅅ.다? 화들짝, 무슨 생각을 ㅎㅎ 주변을 살피는 나를 느꼈던 것이다. 너무 예뻐서 몰래 떼내 오고 싶었던 거다.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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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테마는 또 다른 뷰다. 루프탑이 있고, 아래 녘으로 보이는 한적한 마을과 저 멀리 밋밋한 하늘 그리고 땅을 경계 짓는 산 블록이 있다. 그것도 몇 개씩이나 포개어져 있다. 이곳에 있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은 뷰다. 뭘 해도 좋을 것 같다. 글을 써도 좋고, 책을 읽어도 좋고, 뭘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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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오랫동안 글을 썼다.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오랫동안 글을 썼다. 그러다 너무 오래 앉아 있어 지칠 때면 이리저리 손님이 조금 빠진 공간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이제 눈치를 줄 사람도 몇 없다. 역시 사진에 자연광만 한 것이 없다. 청주에 이런 멋진 카페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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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잃어버렸던 꿈이 생각날 때가 있다. 왜 조금 더 욕심을 내지 못했을까 아쉬운 그런 꿈 말이다. 새로 시작하기에 늦지 않다고 내심은 말하고 있지만 쉽게 마음먹지 못하게 하는 사랑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조금 더 일찍 그 꿈을 이 나이까지 그리워할 거란 사실을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세상은 야속히 누구 편도 들어주지 않는다. 다 제 알아서 깨닫고, 미치도록 아쉬워져서야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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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날이 기울었다. 현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좋은 건축이 주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새삼 놀라웠다. 어떤 소품 넘어, 어떤 창을 넘어 보이는 경치냐에 따라 같은 뷰도 가치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난히 공부가 되는 카페였다. 어떻게 하면, 사실 아무 볼 것이 없을 것만 같은 시골 마을, 그것도 제일 안쪽 구석에 이런 뷰를 만들 수 있을까. 필자 공부 좀 많이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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