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맛집 카페리뷰어
"어때요? 잘 지내고 있나요? 어디 아픈 곳은 없고요?"
오늘도 나는 대답 없는 질문을 보냅니다.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돌아올 수 없는 사람에게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질문 하나를 보냅니다.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를 몰라
수신지 하나 제대로 적지도 못하고,
그저 "당신에게"란 수신자 하나 덜렁 써서
어딘가로 대답 없는 질문을 또 보내 봅니다.
오늘 같은 날은 당신이 유난히 더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존경해 마지않는
고인이 되신 이어령 선생님의
먼저 떠나보낸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입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먼 곳으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과연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 싶은 곳으로 길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을
계속 의심하면서 이름 모를 곳에 도착했습니다.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화복로 780-214 더뷰
오늘의 책은 떠나간 딸에게
또 떠난 아버지 이어령이 전하는 못다 한 사랑의 말과
살아생전 그리움으로 서로 주고받았던 편지가 함께 실렸습니다.
선생님이 떠나고 난 뒤 다시 베스트셀러로 올랐습니다.
읽기도 전에 짧은 책 소개 글을 읽다가 울어 버렸습니다.
딸을 그렇게 떠나보내고, 늦기 전에 해야겠다 싶어서
사랑하는 딸을 떠난 보낸 아쉬움을 기록하고,
그에 더해 세상 모든 딸들과 아버지,
또 그런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씁니다.
- 이어령의 프롤로그 중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곳에서
좋은 곳을 만나는 기쁨은 큽니다.
아직 조경이 채 끝나지 않은 오름길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근사한 건물 오창 저수지를 내려다보는 시원한 통창이 감사합니다.
전원적인 주변 풍경과는 달리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선 분위기가
아주 모던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이런 곳이 많은데 커피를 판매할 수 없는 건축물 용도로
장소를 대여하고, 대신 음료는 서비스하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울음도 잠시 이어지는 한 장 한 장
가슴에 아주 차가운 얼음을 계속 대고 있는 것처럼 아파집니다.
뗄 수도 없이 얼음이 살갗에 딱 달라붙었습니다.
굿나잇 키스를 기대하며 서재 앞을 서성였을 사랑하는 딸을
그때 안아주지 못했던 후회의 짧은 글이 그랬고,
먼저 떠나보낸 딸을 이렇게라도 글로 남겨두지 않으면
자신이 너무 미안해서 버틸 수가 없었다는 소회를 읽다가도 그랬습니다.
아픔 속에서 그리움을 웃던
미용실에서 깜빡 졸아 사랑하는 딸 신부 입장을 늦췄던 황당 우스웠던 일까지
그리고 떠나기 며칠 전 딸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더 묵어도 될지
조심스레 물었던 일을 읽었을 때는 더 읽지 못하고 고개를 테이블에 묻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는 이의 애도를 위해
다시 한번 딸아이의 생애를 되짚어 보던 저자는
한 줄 한 줄 미숙했던 아버지로서 딸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그리움을 핏물로 적었습니다.
장닭이 마른 물먹듯 합니다.
책 한쪽 읽고 고개 들어 멀리 보이는 자연 산수화 같은 경치 한번 보고,
다시 책 속에 빠지고를
조금 이른 시간에 들렀던 곳이 저녁 저수지 노란 물들 때까지 반복합니다.
그런데 어찌하면 좋으냐
너는 이제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잠을 자고 있으니
내가 눈을 떠도 너는 없으니
너와 함께 맞이할 아침이 없으니
그래, 매일 저녁 굿나잇 키스를 하듯이
너의 영혼을 향해 이제부터 편지를 쓰려는 것이다.
생전에 너에게 해주지 못했던 일.
해야지, 해야지 하고 미루었던 말들을
향불처럼 피우련다.
-"네가 없는 굿나잇 키스" 중에서 -
요즘 부쩍 그리움과 슬픔에 대한 책을 많이 읽습니다.
슬픔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도
요즘에서야 알았습니다.
저도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음에 담긴 것을 기록으로 남겨 놓고 가야 내 삶도 작은 의미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더 늦기 전에 그리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노을이 옵니다.
산 한쪽에 불이라도 난 듯 노을이 옵니다.
좋은데 가 계시겠죠?
계신 동안 내주신 좋은 책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떠나시면서 다시 한번 죽음과 두려움, 해야 할 일, 용기를 가르쳐 주시네요.
제가 더 늦기 전에 뭘 해야 하는지도요.
선생님 책에서
몇 년 동안이나 아버지와 의절했던 소녀가
먼저 떠난 선생님 딸아이 이야기를 듣고 용기를 내어 카톡을 보냈다 하셨지요.
그 소녀의 "아빠 사랑해"라는 짤막한 메시지에
몇 초도 안돼 "나둥"이란 답장을 보내온 아버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서로 기다리고 있었던 거라고
그러니까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딸의 메시지가 오자마자 단 몇 초 만에 "나둥"이라는 답장을 보낼 수 있었던 거라고
그 말 이후로 저도 딸에게 아빠에게 엄마에게 아내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보냅니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보냅니다.
혹시나 나를 기다리고 있을 사람들에게
보내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