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자본가 Jun 15. 2018

무너져 버린 명문대 성공 공식

대학이 더 이상 무언가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세상이 왔다



대학이 나의 인생을 보장해주리라 생각했다




나의 고등학생 시절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이 그러하듯 오로지 ‘명문대’밖에 없었다.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이어지는 학교생활. 입시공부 외에는 모든 것이 사치이고 쓸모없는 것이었던 암흑 같은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대학만 가면 다 해결된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내내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명문대학에 가야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그 당시에는 명문대를 가야지만 성공할 수 있고, 지방대를 가면 실패한 삶인 줄 알았다. 행여 재수라도 하면 인생이 망하는 것으로 생각했으니 그 시기에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대학을 가는 데에만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였고, 그렇게 대학에 입학하였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만 가면...

대학교 때는 대기업에만 가면...




그러나 막상 대학에 입학하여 마주친 현실은 고등학교 내내 들어왔던 말과는 사뭇 달랐다. 대학만 들어가면 다 해결된다는 선생님과 부모님의 말씀은 대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학점과 토익공부, 인적성 문제집을 풀고 있는 선배의 모습은 대학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 이젠 대학이 아니라 대기업이었다.



과거에는 선생님과 부모님 말씀대로 정말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기가 있었던 것 같다. 전설처럼 들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버지 세대들이 대학교를 졸업할 때에는 학점이 아무리 낮아도 입사원서 몇 장 쓰면 기업에서 서로 데려가려 했다고 한다. 입사원서를 100군데 지원해도 한 군데 붙기 어려운 지금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아마도 그 시기엔 고등학생 때 죽어라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하면, 취업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대학생활을 적당히 즐기면서 졸업해도 말이다.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님은 그토록 대학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말씀하셨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본인들이 살던 시대를 떠올리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조금 달라진 듯하다. 1997년 IMF사태를 겪으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더니,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구조조정을 한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기업의 CEO는 실적이 좋으면 좋아서 이럴 때일수록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또 실적이 나쁘면 나빠서 위기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직원을 가족이라고 부르고, 처음 입사한 직장이 평생직장이 되는 과거와는 다른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던 ‘명문대 성공 공식’에도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명문 대학에만 가면 취업에 대한 걱정 없이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성공 방정식은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게 되자 일자리 창출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게 되었고 더 이상 명문대학교를 졸업하더라도 높은 연봉의 좋은 직장은커녕 취업 자체가 쉽게 되지 않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구론(인문계 구십 퍼센트가 논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이송합니다(이과라서 죄송합니다)’, ‘공취생(민간 기업의 채용인원에 한계가 있다보니 일반기업과 공무원 시험을 둘 다 준비하는 것) ‘취업인류(공무원 시험에 합격 후 취업을 해야 비로소 인류로 진화한다는 뜻)’ 등의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물론 이런 와중에도 스펙 8종 세트라 불리는 학벌, 학점, 토익점수,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 수상경력을 갖추고 취업에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이제 이 사람들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명문대를 졸업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직장을 구한 사람들도 마음을 놓기 어렵다. 인터넷 상에 떠도는 치킨집 수렴 공식이나 응시자 수가 이미 20만 명이 넘어선 공무원 시험의 열기는 직장을 구하고도 녹록지 않은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출처 : JTBC







무한도전 멤버  >  명문대학 졸업 + 고시 합격



자녀가 서울대학교에 입학하면 마을에 현수막을 붙이고 잔치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좋은 고등학교를 가서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성공 공식이었기 때문이다. 꼭 고시가 아니더라도 좋은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 직장에 들어가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삶을 꿈꾸는 것이 가능했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의 부모님은 자신들의 노후대비는 뒤로한 채 소득 대부분을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지출하셨다. KDI 선임연구위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과한 사교육비가 가계 부채를 낳아 빈곤한 노년층을 만든다고 하니 우리 자녀가 명문대학만 입학하면 성공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얼마나 강한지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제는 명문대를 졸업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받는 시대가 끝이 났다. H카드 대표이사의 졸업식 축사처럼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시에 합격하는 것보다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는 것이 더 대단한 시대가 되었고, 대학교에서 고졸자의 강연을 듣는 것이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의 하버드대학교 졸업식 축사






나는 ‘명문대 성공방정식은 끝났다’는 이야기를 명문대학교를 가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명문대를 졸업해서 고시를 본다거나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성공방정식에 대해서는 한번 더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달라진 성공 방정식, 다양해진 성공 루트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더 이상 우리 사회의 성공루트가 하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오로지 좋은 대학에 가서 고시 합격하는 것만이 돈도 많이 벌고, 권력과 명성을 얻는 그런 유일한 길이었다면, 이제는 꼭 그 길을 걷지 않아도 충분히 많은 돈을 벌고,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많은 돈을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는 잘 살고 싶어서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좋은 대학에 가면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그토록 허탈하고 방황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나 방황했을까. 나는 대학만 가면 모든 게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 허무나 절망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오히려 더 큰 가능성의 발견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서 고시를 봐야지만 잘 살 수 있던 시대에서 이제는 굳이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고시를 보지 않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삶을 풍요롭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