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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Jan 19. 2017

# 23. 기업의 금리, CP금리




앞서 은행끼리 단기로 돈을 빌려주고 빌릴 때 적용되는 금리를 CD 금리라고 한다고 살펴보았다. ( # 21. 은행끼리 주고받는 이자율, CD금리 ) 하지만 돈이라는 게 꼭 은행만 필요한 건 아니다. 사업을 해야하는 모든 기업들에게 돈은 기업의 생사가 달려있을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면 은행이 아닌 기업들은 돈을 어떻게 빌릴까? 기업들은 경영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위해서 '어음'이라는 것을 발행한다. 이를 영어로는 Commercial Paper라고 해서 CP라고 줄여서 표시하며 한글로는 기업어음이라고 한다. 흔히들 어음이라고 하면 기업이 원재료나 물건 등을 구입하고 돈 대신 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그것도 맞다. 이러한 어음은 진성어음이라고 부른다. 규모가 크고 반복되는 거래형태에 있어 거래상대방을 신뢰할수만 있다면 어음을 통한 거래는 편리한 면이 많다. 어음을 받은 거래처에서는 어음에 표기된 일정한 기일이 되면 그 어음을 은행에 가져가 돈을 받으면 일일이 물건을 주고받을때마다 정산을 할필요가 없고 현금수송의 위험성 역시 감소하니 거래가 빠르고 간편해 진다. 이것이 진짜 어음, 즉 진성어음의 모습이다.






이러한 진성어음의 모습에서 조금만 바꾸어서 생각해보자. 물건을 주고 받을때 어음을 써주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돈인 경우를 말이다. 그러면 어음거래의 모습은 사실상 돈을 빌리고 갚는 형태의 거래가 된다. 예를 들어 9억 5천만원을 빌리면서 10억원짜리 어음을 써주면, 나는 그 어음을 들고 특정기일때까지만 기다리면 10억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수령하는 것이다. 이처럼 물건이 아닌 돈을 주고받는 어음을 융통어음이라고 한다.




융통어음이 모두가 CP가 되지는 않는다. CP가 되기위해서는 신용평가기관 2군데이상에서 '적격'평가를 받은 기업만이 CP를 발행할 수 있다. 즉 CP는 융통어음 중에서도 어느정도 위험성이 감소된 안전한 어음이다. CP는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래서 기업의 CP금리를 살펴보면 그 기업의 대략적인 경영상황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CP금리가 높다는 애기는 기업의 단기자금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에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이자를 높게 쳐줄 수 밖에 없고, 이자를 많이주면 당연히 CP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안정적이고 자금에 문제가 없는 기업은 CP금리가 낮을 수 밖에 없다. 여기서 조금만 더 사고를 확장시켜보면,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하며 재무상태가 안정적인 기업의 경우 CP금리가 낮고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는 CP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CP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반드시 언급해야하는 기업이 동양그룹이다. 서민들이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받고자 잘 알지도 못하는 동양그룹의 CP에 투자를 하였다. 물론 대부분 CP를 판매할때 증권사에서는 충분히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하였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이 정말 그 설명을 알아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어찌되었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높은 금리를 준다는 설명과 설마 커다란 기업이 망할까라는 생각, 거기에 CP상품들을 팔면서 금융회사 직원들의 괜찮을 거라는 조언 등이 덧붙여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동양그룹의 CP에 투자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이다. 여러가지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고 재무상태가 좋지 않았던 동양그룹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는 일이 발생하였고, 결국 수만명의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마 이들 투자자 중에서는 CP가 뭔지는 커녕 동양그룹 자체도 모르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고서 했다면 덜 억울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인이 감당해야하는 리스크의 크기를 인식하고 그에 따른 이자율을 받는 거래는 정당하고 합당한 것이니까. 그런데 잘 알지도 못하고 그저 금융회사 직원들이 괜찮을 거라는 말 한마디에 투자를 결정한 사람들은 정말 어디가서 하소연을 할수도 없다. 동양그룹사태 외에도 CP에 잘못 투자하여 손실을 보는 선량한 피해자들은 종종 발생한다. 뻔히 기업이 무너질 것을 알고도 일부러 CP를 발행하는 오너나 경영자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자신의 돈을 지키기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동양그룹 CP사태의 피해자들이 CP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들 중 상당수는 그 동양그룹의 CP에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동양그룹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 CP를 발행한 오너일가와 경영진들이 가장 많이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비난과는 별개로 조금만 더 CP에 대한 지식이 있었다면 피할수도 있었다는 것은 우리가 왜 금리를 공부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더욱 명확하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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