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확진자 증가는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는 심각한 상황이다. 병상이 부족한 단계까지 이르렀다고하니, 정말 큰 위기인 것 같다. 그런데 코로나에 대한 피로감이 커서인지, 아니면 1년이나 되어 익숙해진 탓인지.. 무서우면서도 무덤덤하다. 위기가 위기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변의 모습을 보면 경각심이 어느때보다도 높아야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누가 그랬던가. 위기는 위기처럼 오지 않는다고. 그래서 어쩌면 지금은 그 어느때와 비교할 수 없는 진짜 위기인지도 모르겠다.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왜 코로나가 확산될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한다. 어려운 비말이라든지 보건학적인 것은 아니고 말 그대로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식문화라고 할까? 비위생적인 식문화라고할까? 가운데 찌개를 놓고 서로 숟가락을 넣어가면서 먹는 식(食)문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지만 여전히 별도의 앞접시와 국자를 주지 않는 음식점이 너무나도 많다. 앞접시와 덜어먹을 수 있는 국자를 따로 챙겨주지 않는 식당에 가서 일부러 달라고 하기엔 살짝 눈치도 보인다. 가게의 눈치가 보이기보다는 나와 같이 밥을 먹는 상대방의 눈치가 보인다. 혹시 자신을 코로나 환자로 의심한다고 생각할까봐.
또 찌개 뿐인가. 반찬도 여전히 공용으로 먹는다. 내가 먹는 김치가 나와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의 김치가 같다. 따로 각각 반찬을 달라고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냥 그래도 체온은 쟀으니까 별 문제 없겠지라고 생각하고 먹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식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막 식사를 하다가 문득 같이 먹는 반찬을 통해 코로나가 전염될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공용찌개도 먹는다.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어차피 반찬을 같이 먹는데 찌개만 따로 덜어먹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니까. 그저 '나' 그리고 '나와 같이 밥을 먹는 상대방'이 코로나에 걸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말 그대로 복불복이다. 이 과정속에서 당연히 코로나의 전염위험은 높아진다.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기보다, 식당마다 각 개별 반찬 접시 의무화를 한다거나 찌개를 덜어먹을 수 있게 앞접시와 국자를 의무적으로 하게끔 했으면 어땠을까?
사실 코로나 환자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계는 체온측정이다. 우리는 코로나의 초기 증상을 열이 나는지 나지 않는지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체온이 높은 사람은 코로나 환자일 가능성이 높은 사람으로 구분해서 자가격리나 정밀검사를 실시한다. 그래서 카페나 식당에 가게되면 체온을 잰다.
그런데 문제는 이마저도 의무는 아닌듯하다. 연락처만 적는 식당도 많다. 이런 식당 같은 경우는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가면 일단 전염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연락처를 적어놓았으니, 추후에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는 연락을 받는 정도가 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조치다. 전염을 사전에 예방한다기보다는 사후 관리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 전염에 대한 예방 조치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복불복을 걸고 밥을 먹는다.
코로나19가 심해지자 많은 가게들의 영업이 제한되거나 영업시간이 단축되었다. 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의 배차도 줄었다. 사람들의 활동을 줄이기 위해서 시행하는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것 같다.
첫째는 업종 제한 기준의 모호함이다. 카페는 테이크아웃만 가능한데, 롯데리아나 맥도날드는 매장내 취식이 가능하다. 당연히 카페를 가려던 사람들이 앉아서 이야기할 수 있는 가게로 갈 수 밖에 없다. 이미 가게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영업 제한을 받지 않는 곳으로 사람들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사실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이나 똑같은데, 업종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어떤 곳은 영업이 되고 어떤 곳은 영업이 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실질적인 코로나 예방 효과도 없을 뿐더러, 정부의 정책에 걸린 업종만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둘째는 단축된 영업시간이다. 나는 종종 대형마트에 가는걸 즐긴다. 그래서 밤마다 마트를 한번씩 쓱 돌아보곤 했었는데, 대형마트가 9시이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마트를 가지 못하게 되었다. 하루는 오후 8시쯤인가 마트를 갈 일이 있어서 가게되었다. 그런데 영업시간 제한 전에 내가 보던 마트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오후 8시에 사람들이 에스컬레이터에 줄지어 카트를 잡고 내려가고 있었다. 오후9시 영업시간이 제한되니 사람들이 마감시간에 몰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인파 속에서 쇼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영업시간 단축이 불러온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물론 코로나를 완벽히 막으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조금 더 세밀하게 예방정책을 펼친다면 더 완벽한 K방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 위기가 부디 얼른 끝나길 바라면서.. 아쉬운 마음에 글을 써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