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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Sep 20. 2017

청년의 아이디어는 공짜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1) 아이디어의 가격





  공자는 논어에서 젊은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 젊은 사람은 무섭다. 공부 여하에 따라서 장차 어떤 큰 일을 할는지 알 수 없다 』



공자는 젊은이에 대해서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주체로 바라보았다. 지금 당장은 미숙하고 아는 게 없을지 몰라도 그 젊은이가 배움과 노력을 통해서 얼마나 많이 바뀔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 나라의 미래는 ‘젊은이’들에게 달려있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일찍이 소파 방정환 선생님은 그보다도 더 어린 ‘어린이’에게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생각하였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서 어린이들은 그래도 대우를 잘 받는 것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날이 국가공휴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나라의 미래가 어린이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젊은이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통상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기인 대학생들을 젊은이로 생각해보면, 젊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다. 특히 취업과 관련된 일에 관련해서는 이러한 경향이 너무나 심하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꼭 해야 하는 것들이 몇 개 있다.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업을 듣고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800점이상의 토익 점수를 따야하고, 글로벌한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어학연수, 나의 전문성을 어필할 자격증, 실무에서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공모전과 인턴경력, 거기에 착한 인성을 보여주는 사회봉사와 착한 외모를 보여줄 수 있는 성형수술까지. 공무원 시험이나 전문자격증 시험이 아닌 취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는 꼭 해야하는 과정들이다. 이를 취업 9종세트라고도 하는데 이 9종세트를 갖춰야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이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기위한 공모전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런 공모전 준비를 위해서 함께 준비할 팀원을 구해서 몇 달씩 노력을 쏟곤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젊고 트렌디한 유행을 선도하는 대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모전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공모전을 주최하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공모전들은 대부분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디자인 공모전이나 홍보방안 아이디어, 새로운 신상품 제안 등이 주된 공모전의 주제들이다. 기업은 이런 공모전들을 공모하면서 인센티브로 상금과 함께 인턴십 채용 혹은 채용전형에서의 서류전형 면제 등을 제시한다.










국내의 굴지의 L모그룹의 아이디어 공모전 유의사항이다. 두 번째 사항을 보면 본인이상의 수상작의 저작권을 포함한 일체의 지적재산권은 회사로 귀속된다는 항목이 있다. 많은 회사들이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면서 저작권을 자기회사로 귀속시킨다. 정도가 심한 회사의 경우에는 수상작에 한해서가 아니라 수상여부와 관계없이 출품작 전부에 대해서 아이디어 소유권을 가져가곤 한다.




  최근에 이런 지적재산권에 대한 소유권 귀속문제가 문제가되면서 특허청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2014년에 특허청에서 제시한 모범약관을 살펴보면








▲ 응모된 아이디어 권리의 응모자 귀속 선언 


▲ 주최자의 응모된 아이디어 사용 범위 


▲ 응모된 아이디어의 반환 및 폐기 


▲ 응모자 권리 양도 및 사용권 허락시 주최자와 응모자 간의 협의 의무 등을 담고 있으며 분쟁발생시 조정 및 중재에 대한 방안







등을 제시하였으나 거의 무의미하다.





2016년 통계청에서 공고한 아이디어 공모전의 유의사항 내용이다.






2번째 유의사항을 살펴보자.


" 당선된 응모작에 대한 저작권은 통계청에 귀속됩니다 "




특허청에서 모범약관을 제시한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의사항에는 당선된 응모작에 대한 저작권은 통계청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응모자 권리 양도 및 사용권 허락시 주최자와 응모자 간의 협의의무가 있다고 특허청에서 제시한 모범약관이 있지만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다.

  


물론 특허청의 가이드라인 제시가 완전히 헛되지는 않았다.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17.9%에 머물던 제안자 귀속 아이디어는 2014년 56%까지 상승하였다.

반대로 주최자에게 귀속되는 아이디어 공모전의 경우 47.3%에서 20%까지 하락하고, 규정이 되어있지 않은 공모전도 32.8%에서 20%까지 줄어들었다. 



  그래프상의 수치만 보면, 특허청의 가이드라인 발표 후 상당수의 기업들이 공모자의 아이디어를 공모자에게 귀속시키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가이드라인 발표 전과 발표 후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서초문화재단의 공모전 유의사항이다.







 2016년 6월에 진행중인 이 공모전의 유의사항 중 첫 번째 항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입상작의 저작권은 응모자 측에 귀속 (단, 공모 부분의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우선 협상권은 참여자에 있으며, 추후 수상자가 양도 계약을 원치 않을 경우, 입선으로 처리) "




특허청의 공모자 아이디어 보호 모범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다. 그런데 수상자가 양도계약을 원하지 않을 경우 입선처리를 한다고 한다. 입선처리는 해준다고하나 뭔가 따르지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건 나뿐일까? 




  취업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공모전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의 입장에서는 저런 규정을 고려해가면서 공모전에 공모작을 낼지 내지 않을지 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즉, 저렇게 특허청의 가이드라인을 잘 준수하고 있지만 현실은 전혀 변화한 것이 없는 셈이다. 다시말해, 아이디어에 대한 소유권은 옛날에나 지금이나 공모를 주최한 측에 들어가게 되는 구조다.




  취업을 위해 공모전에 목을 매는 취업준비생과 대학생들의 상황을 기업에서 모를리 없다. 그래서 각종 공모전들을 남발한다. 단순히 아이디어 공모전 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기업홍보를 하는 일조차도 공모전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청년들을 이용한다. 광고 슬로건을 만든다든지, 광고 동영상을 만드는 일은 아주 흔한 공모전이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자하는 청년들의 열망과 굉장히 어려워진 채용시장을 고려하여 만들어낸 신의 한수가 아닐 수 없다.




 취업자와 미취업자, 승자와 패자라는 상대적인 경쟁으로 이뤄지는 취업시장에서 그런 것이 부당하다거나 싫다고 안할수 없다. 싫다고 하지 않는 순간 낙오되기 때문이다. 싫다고 말하는 순간에도 묵묵히 공모전 입상을 하나라도 더 하기위해 노력하는 경쟁자들이 지천에 널려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부당함을 호소하는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실상 불가항력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공모전이라는 틀 안에서 청년들의 아이디어는 취업에 좀더 유리한 가산점정도로만 가치가 매겨져 기업들에게 팔려나간다. 그야말로 헐값인 셈이다.




  물론 기업입장에서는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현장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공모전을 통해 제시하는 젊은이들의 아이디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공모전 하나를 준비하기 위해 3~6명의 팀원들이 2~3달을 함께 동고동락하며 노력과 열정, 정성을 들인다. 그렇게 나온 아이디어들을 심사위원들은 2-3분 정도는 들여다볼까? 수 만개의 아이디어가 몰리면 비슷한 것도 많고 진부한 아이디어도 많을 것이다. 그런 아이디어들을 기업에서 모두 젊은이의 열정과 노력을 생각해서 보상해야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수천, 수 만개의 아이디어 중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 1개에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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