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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자본가 Nov 06. 2017

헬조선 사회

헬조선의 시작은 이제부터이다


  2015년, 2030세대들이 뽑은 올해의 신조어로 ‘헬조선’이 뽑혔다. 헬조선이란 한국의 옛 국가인 조선에, 지옥이란 뜻의 헬(hell)을 붙여서 만든 합성어로 ‘지옥 같은 한국’이라는 뜻이다.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처럼 경제적 규모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어가는 한국 현실의 부조리함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게 된 단어이다. 




  헬조선의 시작은 보통 대학생때부터 만들어진다. 어마어마한 대학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정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을 받게된다. 정부에서는 장학금을 소득분위에 따라 주기도하지만 수업 교재비, 토익학원비 등을 고려하면 그정도의 지원으로는 택도 없이 부족하다. 부족한 금액은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메꾸게 된다. 정부에서 정한 최저임금(2016년기준 6030원)이상은 법적으로 보장받을수 있지만 이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사실상 최고임금이다.  그마저도 수습과 같은 명목으로 1~3개월은 받지도 못한다. 하루 5시간씩 주 5일을 일하면 한달에 663,300원( 6030원 X 5시간 X 22일 )을 받을 수 있게된다. 교통비와 학원비, 방값, 식비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돈이 없다. 정부에서 지원해준 학자금 대출금은 그렇게 매년 차곡차곡 쌓여간다. 




  대학교를 졸업할 때 손에 쥐어지는 것은 빛나는 졸업장과 빚나는 대출금이다. 학교와 학과마다 등록금이 다르긴 하지만 한학기 400만원씩 8회 등록금 대출을 받으면 대출금액은 3200만원이 된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3200만원으로 시작을 하게 된다. 물론 여기에 이자는 지속적으로 복리로 붙는다. 졸업과 동시에 실수령 연봉 3000만원을 주는 탄탄한 기업에 취업이 되었다고 하면 월 250만원을 받게되는데 이 중 매달 100만원을 학자금대출 상환에 사용한다고해도 32개월이 걸린다. 최소 3년동안은 빚만 갚게 되는 것이다. 물론 매달 100만원씩 갚는 것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서울의 원룸 월세가 50만원정도를 고려하면, 학자금 대출 상환액을 제외하고 남은 150만원에서 방세를 내고나면 10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한달에 100만원씩 학자금 대출을 갚아나간다는 것은 정말 아끼고 아껴야 가능한 일이다.




  마이너스로 최소 3년이상을 지내야 되는 상황에서 연애나 결혼은 어불성설이다. 연애라도 해야 되는 상황이면 학자금 대출 상환과 방세를 제외한 100만원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인데 부담이 안될 수 없다. 연애도 힘든데 결혼은 말할 것도 없다. 대졸 취업자 평균 나이가 27.5세로 조사되었는데 앞서 살펴보았듯이 3년동안 학자금 대출금을 갚아야 된다는 상황을 고려하면 결혼 비용은 물론 신혼집을 마련하는 것 역시 버겁게 된다.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4억원을 돌파한지 오래이고, 아이들 키우기 좋은 환경의 신축아파트는 6억원을 훌쩍 넘는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만큼 전세가 역시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이러다 보니 모든 걸 포기해야 한다. 부모님으로부터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빚을 내서 빚만 갚다 끝나는 삶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옥불반도, 헬조선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살아가기 힘든 사회인 것이다.




  하지만 헬조선이라는 것이 모두가 동의하는 상황은 아니다. 대한민국이 헬조선이 아닌 헤븐조선인 사람들도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을 둔 대학생의 삶을 살펴보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을 둔 대학생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다. 대기업에 다니시는 부모님의 회사에서 학자금지원이 나오거나, 부모님께서 대학등록금정도는 지원해주실수 있는 여유가 있으시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기만 하면된다. 어려운 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할 때,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을 하고 해외여행이나 연수도 한번씩 다녀온다.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 해외여행이나 연수 등은 나중에 취업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여러 가지 할 이야기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돈에 대한 부담없이 알차게 보낸 대학생활은 낭만으로 꽃이 피고, 다양한 활동경험들은 나의 커리어로 이어져 다른사람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취업준비를 하게 된다. 요즘 워낙 취업이 힘들어서 한번에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결국엔 시기만 좀 늦춰질 뿐 취업은 다 된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니 입사지원서도 연봉과 평판, 문화 등을 고루고루 따져서 지원서를 넣는다.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기업이나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기업은 지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기업에서 마침내 취업이 되고나면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으로 삶을 살아간다. 남들이 학자금 대출을 갚을 돈으로 저축을 해나가니 삶에 여유도 생긴다. 





  같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두 대학생의 모습이다. 하나는 빚에 허덕이면서 점점 지쳐가는 삶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누구나 상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헬조선인 대한민국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헤븐조선이 되는 것이다.




  헬조선과 헤븐조선. 언제부터인가 이런 양극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단순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빈부격차만 이야기되곤 했었는데 이제는 2030세대들에게까지 회자되기 시작했다. 빈부의 격차가 점점 커질뿐만 아니라 이전 세대의 빈부차이가 다음 세대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 대학생을 상대로 소득분위를 기준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이미 벌어지기 시작한 빈부의 차이를 좁히기는 힘들어보인다. 국회의원들 역시 표를 의식하면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입법에 소극적이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헬조선’과 같은 말이 나오는 지금 이 시점의 양극화 상태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빈부격차를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집값이다. 서울의 아파트 값이 얼마냐, 전세값은 얼마냐 하면서 서울의 부동산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을 하곤한다. 부동산 리서치 업체 리얼투데이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를 얻으려면 월급을 7년이상 모아야 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니 서울의 아파트 값이 비싼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인접 국가인 홍콩과 비교하면 아직도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은 싸다. 홍콩의 경우 고급 아파트의 평당 가격이 12억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12억원이면 우리나라의 부촌 강남아파트 30평대와 같은 가격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아무리 비싼 아파트도 평당 12억원을 호가하는 부동산은 없다.



  SK증권 김효진 이코노미스트의 리포트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부동산은 여전히 싼 편이다. 








 

  소득과 부동산의 그래프를 살펴보도록 하자. 이 두 개의 그래프를 함께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이 소득에 대비해서 고평가인지 저평가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부동산 버블을 경험했던 일본의 그래프를 먼저 살펴보면 버블이 막 올랐던 90년 전후를 보면 부동산 가격이 소득 그래프보다 위에 있음을 확인해볼 수 있다. 이렇게 부동산 가격이 높게 형성된 후, 부동산 가격은 폭락을 맞이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들어낸 미국의 경우도 살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택모기지론 부실채권이 문제되면서 발생한 금융위기였으며 그 진원지는 미국이었다. 우리는 이 그래프에서 2001년 이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부동산가격이 소득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몇 년간 춤을 춘뒤 부동산 시장의 버블은 폭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 미국과는 다르다. 여전히 부동산 가격이 소득 아래에서 머무르고 있다. 즉 부동산 버블은 없다는 것이다. 






국민 소득 1만불 돌파 이후 부동산 가격 추이를 살펴보더라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에 버블이 없다는 것은 확인해볼 수 있다. 일본의 경우 1983년에 국민소득이 1만불을 돌파하였는데 그 이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시기가 있었다. 바로 일본이 말하는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는 1990년 무렵이다. 일본은 1983년 1인당 GDP가 1만불을 돌파한 이후 1995년에 4만 2천불까지 치솟았는데 그 사이 부동산가격은 5배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완만한 상승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4년 1인당 GDP가 1만불을 돌파한 이후 2014년에 2만 8천불까지 상승하였는데 부동산 가격은 20년간 72% 상승하는데 그쳤다. 급격한 가격상승은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폭등 뒤에 폭락이 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 가격에는 버블이 끼어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빈부격차와 헬조선을 이야기할 때 늘 이야기되는 부동산 가격이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비싸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놀라움을 준다. 그리고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빈부의 차이가 얼마나 더 벌어질지도 걱정스럽다.




  돈을 가진 자는 돈을 이용하여 자본의 소득을 더욱더 창출하고, 돈이 없는 자는 빚을 갚기위해 아무리 열심히해도 빚더미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는 계층, 계급별로 분화될 것이고 분열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분화된 계층과 계급은 서로를 향해 분노하고 혐오하는 지옥의 모습이 펼쳐질지도 모르겠다. 단순히 경제적 여건에 따라 계급이 고착화되는 수준의 헬조선이 아닌 서로를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진짜 헬조선의 시대가 열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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