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by 카멜레온

여러분은 사랑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사람마다 사랑의 정의나 개념이 다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니 ‘자꾸 생각 나는 것, 계속 함께 있고 싶은 것, 더 주고 싶은 것’ 등이 있었다. 내가 내리는 사랑의 정의는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하는 것'이다.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말은 막상 이상적이었다. 현실에서는 ‘상대방이 나를 조금 더 이해해줬으면, 조금 더 배려해줬으면, 조금 더 표현해줬으면’ 하고 자꾸 바라게 되더라. 이런 바라는 마음 때문에, 다시 말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해서 상대방과 마찰이 생긴다. 작가는 사랑을 ‘연애, 신혼, 양육, 외도, 일상’ 5개 시기로 구분해 사랑이 ‘환상'이 아닌 ‘일상'으로 보여준다.


연애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기 오래 전부터 내가 만날 사람의 특징을 무의식적으로 정해놓은 것같다. 이 책에서도 누군가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특징 자체보다 나의 특징, 즉 어릴 적 부모님과 나와의 관계, 과거에 겪었던 경험들을 통해 어느 정도 기준이 정립되어 있다고 한다. 스스로 만났던 사람들을 되돌아 보면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도 있을 것이다. 반복적인 패턴이 있다면 사람이 바뀌어도 같은 이유로 싸우고 헤어지는 이유가 상대방이 아니라 혹시 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좋은 사람이 없는게 아니라 혹시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혼


결혼한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결혼 전과 후에 상대방에게 설레게 되는 포인트가 다르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얼굴, 몸매, 취향으로 심장이 쿵 했다면, 결혼 후에는 설거지 해줄 때,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쓰레기를 버려줄 때 눈이 하트 모양으로 변한다고 한다. 며칠만에 몇 시간 만나는 연애 시기가 아닌 하루종일 함께 지내야 하는 동거하는 관계가 되면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누구는 춥다고 하는데 누구는 더울 때, 누구는 쉬고 싶은데 누구는 놀러나가고 싶을 때, 누구는 약속시간보다 미리 가는데 누구는 정시에 도착한다면 더 이상 얼굴, 몸매, 취향이 중요하지 않고, 다를 수밖에 없는 둘의 성격과 의견 차이를 잘 조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임신, 출산에 이어 양육을 시작하면 이제 두 사람의 세계는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 생명에 대한 완전한 봉사와 희생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에 대한 역할과 책임을 분담하는 데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사와 육아 노동 분담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분들을 보면 각자 잘하는 일을 맡는 것같다. 그리고 그 일이 어설프게 완료되어도 비난하지 않고 온전히 맡긴다.


외도


외도는 현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사건이지만 인류 역사가 시작한 이래로 계속 있어왔던 일이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한국(고조선)에서도 있었다. 결혼이라는 종신계약이 인간 본성에 맞는 제도인지 의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결혼도 10년 계약으로 종료 또는 갱신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법적 권리와 책임을 부여해 동거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의도 있다. 외도의 정의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지혜롭게 결혼생활하는 분들의 말을 들어보면 제3자를 눈으로 “보는 것까지는" 괜찮다고 한다. 중년 여성이 남성 아이돌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 중년 남성이 여배우를 보면서 칭찬하는 것도 질투가 아니라 이해한다고 한다. 심지어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자기는 키 큰 남자 좋아하지? 저기 키 큰 남자 지나간다. 봐봐!” 하거나 “여보는 다리 예쁜 여자 좋아하지? 저기 운동하는 여자 다리 예쁘다 봐봐!” 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인간 본능을 인정하고,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선 안에서 “보는 것까지만" 허용하고 마음이 떠났으면 솔직하게 말하고 한 명을 정리한 후에 다음 사람을 만나면 셋 다 상처받는 일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


사랑은 낭만이 아니라 생활이다. 연인들은 상대방의 사소한 말과 행동 때문에 화가 난다. 하지만 “짜증나"라는 표현은 사실 자신도 모를 수도 있는 “상처받았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 연인이 몇 시까지 놀자고 약속했다. 그런데 헤어질 시간 후에도 A가 B에게 더 놀자고 했다면, B는 A의 즉흥적인 행동으로 본인의 다음 일정과 컨디션을 흐트린 A를 탓하기 전에, 내가 좋아서 나랑 더 있고 싶은 마음이구나 하고 헤아려보면 어떨까. B는 더 놀자는 A의 제안에 알겠다고 해놓고선 노는 내내 짜증을 내서 A가 화가 났다. 그럴거면 차라리 추가 시간에 만나지 않는 게 나았을 거라고. A는 놀거면 신나게 놀아야지 애처럼 투덜대는 B에게 화낼 것이 아니라 B는 계획된 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위해 시간을 더 내준거니까 B가 짜증내도 같이 화낼 것이 아니라 넘어가면 어떨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방이 조금 더 내 가치관과 세계관을 갖길 바라기 마련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이라고 했다. 반대로 사람과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상실하는 것이다. 이 때 슬퍼만 할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를 만날 기회가 생겼으니 기뻐할 수도 있겠다. 연애란, 특히 동거란 한 사람의 비밀스럽고 연약하고 상처받았던 과거까지 보여주기 때문에 그런 모습까지 서로 감당할 각오가 되었는지 여부가 중요한 듯하다. 사소한 사건 때문에 토라질 것이 아니라 끝까지 간다라는 의지에 달려있다. 사랑은 열정이 아니라 의지이다. 나는 그런 의지가 있을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카멜레온 영어 2021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