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안녕, 소중한 사람, 정한경

by 카멜레온

몇 년 전에 썸을 타다 흐지부지 끝난 사람이 있는데 최근에 다시 만났다. 그 때 무슨 마음이었어요? 저 좋아했어요? 질문하고 싶었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 그 때 또 다른 사람이 있었는데 둘이 만났다는 소문이 있었다. 소문을 확인할 길은 질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둘이 만났어요? 걔 좋아했어요? 너무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 못했다.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올랐는데 막상 물으려니 자존심이 상했다. 그가 나에게 질문했다.


“왜 그 동안 연락하지 않았어요?”


연락하지 않은건 피차일반인데, 이건 나도 할 수 있는 질문이다. 대답 어느 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섭섭함이 묻어나왔나보다. 누구랑 따로 만났다고 들었는데요? / 누구요? / 그냥 소문이었을 수도 있겠죠. / 진짜 만났을 수도 있겠죠. / 아 이 답을 듣기 두려워서 질문하지 못한 거구나.


“왜 갑자기 연락했어요?”


마침 근처라서요. / 근데 왜 지금이예요? 갑자기 내가 꿈에 나왔어요? / 진짜 꿈에 나왔다. 근데 그 말은 절대 하지 못한다. 샤르트르는 실존적 부재에 대해 설명했어요. 제 생각이 났어요? 없을 때 생각나면 사랑하는거라던데 / 네 없을 때 생각이 났어요. 없을 때 더 생각이 났어요. 속으로 말했다.


고양이가 하품할 듯 나른한 일요일 오후,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책을 읽으며 나의 감정을 들킨 것같은 글귀가 있어서 함께 나눠봅니다.”:


“서운함을 표현하는 사람에게서 그 어떤 고백보다도 특별한 사랑의 마음을 느끼곤 합니다. 서운함을 털어내고자 하는 이유는 상대를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에 서운함이나 실망을 섞어 변색시키고 싶지 않기 떄문에, 그렇게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채로 상대를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안아주세요. 서운하다는 말은, 사랑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무심한 척, "작가가 글을 잘 쓰네요."하며 답했다:


“주위를 둘러보면 소중한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그들이 당신 곁에 머무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 있나요. 스쳐 지나는 수많은 사람 중에서 어떤 이유로 당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 말이에요. 그들에게 왜 당신 곁에 머무르는지 묻는다면, 그들은 이유를 찾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저 ‘당신’이기 때문일 테니까. ‘당신’이라서 소중하고, 소중한 사람이 ‘당신’일 뿐 다른 이유는 없을 테니까. 스스로를 사랑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죠. 더 나은 사람이고 싶은 욕심과 잘 해내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자신조차 받아들이기 힘들 만큼 부족한 모습으로 스스로를 외면했던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외면했던 순간에도 변함없이 곁에 머물렀던 소중한 사람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책으로 대화할 줄이야.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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