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가장 예쁜 생각을 너에게 주고 싶다, 나태주

by 카멜레온

새해 인사


글쎄, 해님과 달님을 샘백예순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어쩌다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있다 가고 싶었는데

아는 듯 모르는 듯

잊혀지고 싶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그대 가슴에 못을 치고

나의 가슴에 흉터를 남기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고집과 옹졸

나의 고뇌와 슬픔

나의 고독과 독선

그것은 과연 정당한 것이었던가

그것은 과연 좋은 것이었던가


사는 듯 마는 듯 살다 가고 싶었는데

웃는 듯 마는 듯 웃다 가고 싶었는데

그대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

나의 가슴에 후회를 남기고

모난 돌처럼 모난 돌처럼

혼자서 쓸쓸히



음력 설날이라 오랜만에 가족이 모였다. 가족을 생각할 때 사랑의 감정만 일으키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은 부담감과 슬픔, 미안함, 가끔은 화까지 복합적인 감정을 들게 한다. 이 시집은 시인의 딸을 포함해 “세상의 모든 딸들을 주고 싶은 시” 컨셉의 시집이다. 딸을 위한 이 시집보다 아내를 위한 시집 ‘울지마라 아내여’가 더 좋았다. 이 시집에서는 2편이 좋았고, 그 시집에서는 6편이었다. 아빠가 나를 사랑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빠가 엄마를 사랑하는 모습을 봤을 때 흐뭇해지는 딸의 마음이었다. 애증관계인 가족에게 올해는 사랑이 훨씬 더 많게,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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