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표백, 장강명

by 카멜레온

너무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춰져 있어서 사회에 순응할 수밖에 없고, 개인이 자유의지를 발휘할 방법은 자살밖에 없는 90년대생(흔히 말하는 Z세대, 이 책에서는 표백세대)에 대한 소설이다. 창의력은 인간의 본성이라고 들었다. 가진 것이 없는 아이는 모래로 성을 쌓고, 박스로 차를 만든다. 하지만 이미 가진 것이 많은 아이는 돈을 벌어 집을 사서 돈을 쓰고, 돈을 벌어 차를 사며 돈을 쓴다. 만들 것은 이미 다 있어서 새로 만들 제품도, 서비스도 없고, 사상이나 철학이나 가치관도 없다고 한다. 하지만 정말일까? 나는 순응과 저항 사이에서 소극적으로 저항하고 어설프게 순응하며 살아왔다. 새하얀 세상에서 손을 덜덜 떨며 희미한 점 하나 찍었다가, 이게 아닌가 이내 나를 의심하고 금방 지우고, 과감하게 자기만의 점을 찍는 타인의 용기를 부러워했다. 자살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살하기 전에 본인의 색을 보여주고나서 다시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빨주노초파남보 한 명씩 따라 나오면 세상이 참 다양하고 다채롭고 재밌을텐데. 하얀 세상을 당당하게 내 색깔로 색칠할 날이 오리라 믿으며, 오늘은 어제보다 더 또렷하게 점 하나를 찍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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