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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니 한

by 카멜레온

어른이 되고 나서 중고등학생이 주인공이 나오는 책이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들이 왜 저렇게 별 일 아닌 일에 크게 아파하고 크게 기뻐하나 싶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경험을 했었기에, 그보다 더 큰 일을 겪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커 보였던 일이 이제는 작아보이는 것일테다. 미디어와 또래의 눈을 통해 내 자신을 보며 청소년기를 보내는 시기는 쉽지 않다. 특히 내가 전형적이거나 평범하다고 느끼지 않을 때, 나 이상한가? 의문이 든다.


주인공 라라진 Lara Jean 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고등학교 1학년생이다.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이며, 미국을 떠나 영국에 있는 대학교로 갓 입학한 언니 마고 Margo, 10살인 여동생 키티 Kitty 가 있다. 어린 나이에 엄마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세 자매는 싱글 아빠와 함께 독립심을 키우며 성장한다. 언니 마고의 남자친구 조쉬 Josh는 옆집에 사는데 라라진은 둘이 사귀기 전부터 조쉬를 짝사랑했다. 언니와 연애한다는 사실을 안 이후 라라진은 조쉬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편지를 쓴다. “나 너 좋아했어"라는 내용의 편지를 총 5명의 남학생에게 쓰고 혼자 간직하는데 누군가가 옷장 속에 숨겨둔 이 5통의 편지를 모두 발송해버린다.


개강 후 학교에서 가장 인기있는 남학생 피터 Peter 가 “너 나 좋아했어?”라며 자신이 쓴 편지를 들고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라라진에게 말을 건다. 마고가 영국으로 가면서 조쉬와 헤어졌는데 조쉬도 편지를 들고 “너 날 좋아했다는거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라고 라라진에게 묻는다. 나머지 편지 3통은 각각 반송되거나, 알고보니 게이였던 친구라서 라라진에게 예의있게 돌려주거나, 아직 수신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라라진은 당시 더 좋아했던 조쉬에게 들킨 마음을 숨기기 위해, 그리고 학교 최고 인기남 피터는 개강 초에 학교 최고 인기녀 제네비브 Genevieve 와 헤어지는데 그녀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해, 서로 가짜 연애를 하기로 계약서를 쓴다. 라라진은 얼떨결에 학교 최고 인기남과 연애하는 척을 하면서 인기녀로 평판이 상승하기도 하지만, 학교 스키 캠프 도중 피터와 노천탕에서 섹스를 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평판이 추락하기도 한다. 조쉬는 여동생같은 라라진에게 피터에 비해 너가 아깝다면서 충고를 던지는데, 라라진은 피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피터가 허세남이라는 것은 사람들의 편견이라며 조쉬보다 피터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진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는 드물고, 주인공이 한국계 미국인으로 나오는 넷플릭스 시리즈는 거의 없어서 원작을 읽어봤다. 모범 여학생과 인기 남학생 사이의 연애 이야기는 가난한 여학생과 부자 남학생 사이의 이야기처럼 여성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주제임이 틀림 없다. 아시아/한국계 특징이라고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한국계 주인공은 문화적으로 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백인에 비해 자기 생각의 표현이 적은 면이 분명히 있다. 더군다나 요즘 드라마나 영화의 여주인공은 확실하게 의사표현하는 편이라 더욱 대비된다. 라라진은 이런 소심함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건지, 의아하게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백인들에게조차 까졌다고 손가락질 받는 크리스 Chris 라는 여학생과 제일 친하다. 친구 크리스는 라라진에게 항상 남의 눈치 받지 말고, 자신답게 행동하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라고 옆에서 격려해준다. 동생 키티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언니에 비해 더 솔직하고 용감하다. 라라진은 자신이 정확히 (조쉬와 피터 사이에서) 누구를 더 좋아하는지 갈팡질팡하고,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서툰 모습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고 어쩌면 아직도 그런 모습이라 크리스나 키티같은 사람을 친구로 두거나, 그런 면을 내 안에서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존심만 내려놓으면 의외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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