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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Jul 20. 2022

[사십팔 필라테스] 29. 여자로 산다는 것

호흡곤란


"선생님 저 잠깐 쉬고 올게요." 수업 도중에 교실을 뛰쳐나갔다. 필라테스 센터 로비에서 냉수 2컵을 마셨다. 의자에 앉았다. 심호흡을 했다. 원인은 모르겠다. 몸상태가 좋지 않았을 수 있고, 수업강도가 너무 셌을 수도 있고, 교실 온도는 높았을 수 있고, 산소 공급이 부족했을 수 있다. 모두 다 원인일 수 있다. 몇 년에 한 번 호흡이 가빠지고, 귀가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멍해지고, 구토를 할 것같은 때가 있다. 오늘이 그 날이었다. 로비로 뛰쳐나가기 직전에 리포머와 박스를 이용한 운동을 했다. 박스를 리포머 옆에 두고 1) 한 발은 박스 위 한 발은 리포머 위에 두고 리포머를 뒤로 밀기 2) 박스 위에 발을 둔 다리는 고정하고 리포머 위에 둔 다리만 움직이기 3) 그 자세를 유지하기. 지탱하는 다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미는 다리는 전기가 찌릿찌릿 느껴질만큼 근육 경련이 일었다. 안그래도 안좋은 무릎에 무리가 없었길 바란다. 


여자로 산다는 것


외부 요인 외 나를 들여다보자면 생리가 시작해 몸이 좋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말에 따로 진통제를 복용하지는 않고 있다. 생리통이 있으면 쉬어야 한다는 견해, 운동이 좋다는 견해가 있지만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3분 쯤 로비에서 휴식한 후 다시 교실에 들어왔을 때 강사는 수강생들에게 "무리하지 마세요. 힘들면 쉬세요.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라고 재차 강조했다. 직원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아픈 정신과 몸에 대해 회사가 보상은 커녕 신경조차쓰지 않는 것처럼 필라테스 센터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돈 받고 일하는 게 아니고 돈 내고 운동하는거니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 수업 후에 강사가 수업 외 별개로 알려준 목-척추-허리 운동이 어떠냐고 질문했다. 나는 할 때마다 우두둑 소리가 나고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으며, 알려준대로 1시간마다 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궁금한 게 있냐고 해서 생리통 완화하는 동작이 있냐고 물었다. 강사는 바닥에 앉아 다리를 나비자세로 하고 척추를 곧게 편 상태로 내려가는 동작을 알려주었다. 예전에 요가 수업 때 배운 동작인데 회사에서는 하기 어렵고, 집에서 해봐야겠다. 최근 인하대 여학생 성폭행-추락사 사건이 일어났다. 생리통이 힘들다. 성폭행 뉴스 듣는 것도 이제 너무 힘들다. 여자로 사는 게 힘들다. 분노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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