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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Aug 21. 2022

[사십팔 필라테스] 33. 물장구 그리고 정신건강

물장구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어서 운동에 가기 싫었다. 한달 내릴 비가 하루에 내렸다는 폭우가 쏟아져서 더 가기 싫었다. 운동 가지 않을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인간은 감정적 동물이라 일단 좋아 또는 싫어 라는 선택을 한 후, 이성적인 근거를 댄다. 그리고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나는 갔다. 물장구 자세는 리포머 위에 둔 박스 위에 엎드려 물장구치듯, 하지만 천천히, 양 팔과 다리를 위로 살짝 올리고 내리는 동작이다. 코어 근육이 충분하지 않아 허리가 약간 아팠지만 이보다 엉덩이 근육이 잘 느껴지는 동작은 없을 것이다. 의지만 있다면 침대에서도 할만하다. 


정신건강


엉덩이는 물론 코어, 이두근(윗팔 앞면), 삼두근(윗팔 뒷면) 등 여러 운동을 했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수업 시작 5분 전에 강사와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이야기나눈 것이다. 스트레스성 폭식을 오래 겪어서 어떻게 푸는게 좋은지 강사에게 물어봤다. 본인은 전 육상 선수여서 '달리기'를 한다고 한다.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는 홈트를 하세요? 물었다. 강사는 세 가지를 추천했다. 첫 째, 책 읽기. 강사는 심리학, 자기계발 분야 책을 좋아하고 요즘에는 "하버드" 심리학 책을 읽고 있으며 "보라색" 표지라고 하는 것을 보아 제목이 "하버드 감정수업"인 듯하다. 둘 째, 일기쓰기.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고 오히려 악화된다는 것을 알아채야 한다. 일기를 쓰다보면 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성찰할 수 있다. 글쓰는 나가 스트레스 받은 나의 감정을 알아주고,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정을 글로 풀어 써내려가면 부정적인 감정이 내려간다고 했다. 스트레스 받은 일에 쓸 수도 있지만 감사한 일에 대해서도 쓸 수 있다. 많지 않더라도 감사한 일 몇 개, 혹은 몇 줄 쓰면 다시 긍정적인 감정이 차오른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음식 대신 일기로 스트레스를 푼다. 셋째, 명상한다. 명상을 하면 휘몰아치는 감정을 잔잔하게 만들 수 있다. 흙탕물이 든 컵을 뒤흔든 후 가만히 두면 진흙은 아래로 가라앉고 물은 위에 떠오르듯이 명상으로 감정을 정리할 수 있다. 오랫동안 명상의 효능에 대해 들어왔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쉬워 보이지만, 책 읽기나 글 쓰기보다 더 어렵게 느껴져서 하지 않았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고요함 대신 마치 뭐라도 해야할 것같은 조바심, 불안감이 떠오른다. 할 일들이 생각난다. 정신건강을 위해 신체 운동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신체 건강을 위해 정신 운동도 해야겠다. 정신이 건강하면, 스트레스성 폭식이 줄어들고, 덜 먹으니 체중이 더 감량되고, 운동 효과가 더 나서, 시너지 효과가 날 것같다.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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