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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Sep 08. 2022

[사십팔 필라테스] 44. 위로 빡 X 위로 빡

위로 빡 1


누워서 스트랩을 손목 또는 발목에 걸고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동작은 보이는 것보다 쉽지 않다. 남이 하는 것을 봤을 때는 그냥 누웠네, 편해보이네,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머리 끝부터 발가락 끝까지 긴장됐다. 하지만 긴장하면 어깨가 올라가는 잘못된 자세가 나오므로 코어를 잡고 어깨를 내리고 팔과 다리를 각각 천천히 올려야 한다. 가볍게 살고 싶지만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항상 짐이 많아 토트백은 커녕 빅백을 들고다녀 팔 근육이 잘 발달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누웠을 때든 엎드렸을 때든 스트랩을 손목에 끼워 위로 올릴 때는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예전에는 민소매도 잘 입었는데 이제는 반팔을 입어도 민망해졌다. 발을 위로 올리는 것은 팔을 올릴 때보다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심지어 강화자세로 무릎 붙이고, 발뒤꿈치 붙이고, 발가락은 90도로 벌려 개구리 자세로 45도로 위로 올렸다. 어디는 붙이고, 어디는 벌리고, 얼만큼 열고, 얼만큼 올려야 한다는 안내를 따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리를 올렸을 때처럼 서있을 때 다리 모양이 일직선이면 좋겠다. 


위로 빡 2


브릿지는 힙업하는데 좋은 자세인 듯하다. 엉덩이를 위로 빡 올리는데 단, 가슴 뒷 부분은 함께 올라가지 않고 바닥에 붙여놔야 한다. 요가매트 위에서 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리포머 위에서 하려니 더 힘들었다. 운동할 때마다 매번 느끼지만 이렇게 땀 흘려서 운동할바에 차라리 덜 먹고 말지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음식 앞에서는 그 다짐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 먹고 나중에 운동하면 되지 뭐 하고 달고, 짜고, 맵고, 배부른 데서 행복을 느낀다. 인간이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먹고, 자고, 섹스하고 등 본능에 따랐을 때도 있지만 이루고, 해내고, 성취하는 등 이성이 작동했을 때도 있다. 고차원적이고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통해 기쁘고 싶지만 본능 앞에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본능을 억누르지는 말아야겠다. 먹기 위해 운동하는 목적-수단 관계가 아니라, 식사는 식사대로, 운동은 운동대로 각각의 본연의 즐거움을 찾아야겠다. 오늘은 그 균형을 의식하며 꽤 괜찮은 하루를 보냈다. 즐겁게, 적당히 운동했고, 기쁘게, 적절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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