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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레온 Sep 13. 2022

[사십팔 필라테스] 47. 홍학과 소식좌

홍학


여름 휴가 때 수영장에서 분홍 홍학 튜브를 타고 노는 사람들의 인스타 사진들을 가끔 본다. 그 튜브 모양의 원본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홍학이다. 예전에 싱가포르 여행 때 동물원에서 홍학 수십마리가 떼지어 노는 모습을 봤을 때는 “예쁘네"하고 넘어갔다. 이제 필라테스를 하면서 한 발서기를 두 발 서기처럼 잘하는 홍학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 길고 얇은 두 다리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길고 얇은 다리 하나로 온 몸을 지탱하는 체력을 존경하는 것이다. 체어 수업 때 한 다리는 스테퍼 위에 들고 한 다리는 1) 뒤로 올리고 2) 런지하고 3) 올린 채 지탱하고 4) 빠르게 백킥하는 운동을 했다. 변형 자세가 몇 개 더 있었는데 추석 동안 일주일을 운동하지 않다가 갑자기 하니까 근육도 놀랐고, 정신도 혼미해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파스를 붙이고 자야할 것같다.


소식좌


우연찮게 유투브에서 “소식좌 박소현" 영상을 봤다. 조금 먹는다는 것을 글로 읽었을 때, 말로 들었을 때, 눈으로 영상으로 보았을 때의 체감은 상당히 달랐다. 후자로 갈수록 생생하다. 그래서 활자로 된 책보다 영상으로 된 유투브가 더 인기있나보다. 예전에 알았던 식단 조절하는 팁으로 칼로리 계산 및 제한하기, 간식먹지 않기, 몇 시 이후 금식하기 등이 있지만 지키기 어려웠다. 박소현의 조언은 한 입에 5분 씹기 / 목구멍 닫기 / 삼키지 않기이다. 영상을 보니 정말 천천히, 꼭꼭 씹어 먹었다. 나도 시간을 재봤다. 평상시대로 먹으니 한 입 먹고 30초를 씹고 삼켰다. 더 오래 씹어야지 생각하고 다시 하니까 1분이다. 더 천천히 씹어야지 의식하니 1분 30초다. 그 이상은 어려웠다. 어떤 영상을 보니 박소현은 무려 7분을 씹었다. 나는 2분도 채우지 못했다. 예전에 마음챙김 식사(mindful eating)라고 먹을 때는 먹는 것에만 집중하는 조언을 책으로 읽은 적이 있다. 유투브나 티비,  전화, 대화 없이 혼자 차분하게 먹는 경우 먹는 행동에만 집중하며 천천히 오래 씹으면 포만감이 더 든다고 한다.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지만 일단 추석 때 폭식했으므로 당분간 한 입에 1분 동안 음식의 색깔, 향기, 질감, 풍미를 여유롭게 음미하며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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